군 사법, 지휘관 '입김' 벗어나 제자리 찾나

[특별기획-군 사법을 고발한다 ⑧] 열린우리당, 9월 개혁안 상정

등록 2004.09.07 15:09수정 2004.09.1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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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의 '사법'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는 전시(戰時)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기반한 군 사법제도 때문으로 평시에 군 비리를 은폐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오마이뉴스>는 [특별기획-군 사법을 고발한다]를 통해 현행 군 사법체제의 불합리 실태를 고발하고 대안도 제시할 방침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오마이뉴스>가 최근 단독입수한 열린우리당의 군 사법 개혁입법안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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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검찰단 창설: 군 검찰은 수사 착수 여부에서부터 피의자 소환조사에 이르기까지 사단급 이상 군부대 지휘관들의 '결재'를 받아야만했다. 법에 문외한인 지휘관들이 군 사법의 중추 역할을 해온 셈이다. 이로인해 비리가 은폐되거나, 봐주기식 수사 등의 폐해가 컸다. 하지만 국방부 직속 국방부검찰단을 정점으로 지역 검찰부를 설치, 독립적으로 운영해 지휘관의 '입김'을 차단한다.

# 군 검찰, 헌병·기무 수사지휘 : 군 범죄사건을 초등수사하는 헌병은 그 결과를 부대장에게 지휘보고한다. 이 과정에서 관련자의 처벌수위 등이 정해진다. 군 검찰은 사실상 들러리 역할에 머문 경우가 많았다. 군사법원법에는 '군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수사함에 있어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상관'이 누군지 불명확하다. 따라서 군 검찰이 헌병·기무에 대해 수사를 직접 지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관할관 확인조치권 폐지 : 사단급 이상 군부대 지휘관은 군사법원의 형사재판에 대해 '확인조치권'이라는 이름으로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재판이 끝난 뒤에도 '자의적 잣대'로 형량을 감경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것이다. 이로인해 피의자들의 최종 형량이 지휘관들의 연고 또는 부당한 압력 등으로 인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 심판관제 폐지 : 군사법정에서 일반 장교인 심판관은 군 판사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사법적 판단을 결정할 수 있다. 일반 장교는 법에 문외한이기 때문에 사실상 주심 군 판사가 재판을 진행하고 있어 이 제도는 '사문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심판관들은 사건 관련자들로부터 청탁이나 압력을 받을 수 있고,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 오는 9월 중순께 국회에 제출할 '군 사법제도' 개혁안의 주요 골자다. '군 사법권을 지휘권으로부터 분리하라'는 게 핵심이다. 군 지휘관들이 부당하게 군 검찰의 수사와 군사법원의 판결 등에 개입할 여지를 제도화하고 있는 현행 군 사법제도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만한 내용이다.

이는 최근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가 검토하고 있는 군 검찰의 강화·독립 방안과 맥락을 같이한다. 하지만 최근 남재준 육군 참모총장의 '정중부의 난' '인민무력부 정치보위부 정치군관' 관련 발언 논란 등에서 보여지듯 이에 대한 군 내부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군 수뇌부는 대부분 군 사법권을 지휘권 발동의 일환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은 4.15 총선에서의 100대 공약이기도 한 군 사법개혁에 대해 강하게 입법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열린우리당이 마련한 '군검찰의 조직 등에 관한 법률안', '군사법원의 조직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입수했다. 이 두 법안은 최근 열린우리당 내부 폐쇄통신망(CUG)에 올려졌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률안은 당내 법사위원회 자체 검토를 마친 뒤 오는 9월 20일경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국방부장관 직속 검찰단 조직 입법안]


'군검찰의 조직 등에 관한 법률안'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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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국방부검찰단을 정점으로 지역검찰부를 중앙 및 5개 지역으로 구분해 설치하고, 그 관할범위를 규정
②각군 본부 고등검찰부를 폐지하여 1개의 고등검찰부로 일원화하고, 중앙 지역검찰부의 권한 및 직무를 별도로 규정
③감찰(감사) 기능과의 구별을 명확히하고 적절한 용어사용을 위해 '검찰관'을 '군검사'로 변경
④전체 군 검찰의 사무감독기능을 검찰단장이 행사
⑤군 검사의 임명·보직을 검찰단장의 제청으로 국방부장관이 행사하고, 소속을 국방부로 함
⑥군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명확히 함.


현재 군 검찰의 지휘감독권은 군 검찰부를 부대별로 설치하도록한 군사법원법에서 의거해 각군 참모총장 및 당해 부대지휘관 등에게 부여되어 있다. 검찰 업무에 대한 포괄적 지휘감독 권한을 소속부대 지휘관에 부여하기 때문에 지휘관의 부당한 지시와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또 군 검찰이 헌병·기무사 등 군 수사 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규정이 미흡해 군 의문사 및 군내비리(병무·군납·인사비리 등) 사건의 축소·은폐 소지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초동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헌병의 경우, 수사 과정과 형사적 처벌 등에 대한 견해를 부대 지휘관에게 '속보보고'하기 때문에 군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기 전에 사법처벌의 수위까지 결정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같은 폐단을 줄이기 위해 국방부장관 직속으로 국방부검찰단을 두고 지역별 검찰부를 설치해 수사의 독립성 및 공정성을 보장할 방안을 마련하는 게 '군검찰의 조직 등에 관한 법률안'의 기본 취지이다. 또 헌병과 기무의 수사지휘권을 군 검찰에게 부여하도록 하는 방안도 담겨있다. 열린우리당은 현행 군사법원법에서 분리하여 별도의 군검찰의 조직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안을 마련했다. 소위 '지휘관 사법'으로 전락한 현행 군 사법제도를 명실공히 사법 영역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관할관 확인조치권·심판관제 폐지 입법안]

열린우리당 '군사법원의 조직 등에 관한 법률안'의 기본 골자는 다음과 같다.

① 관할관 확인권 제도를 폐지함
② 현행 사단급 보통군사법원을 폐지하여 중앙 및 5개 지역에 지역 군사법원을 설치함
③ 심판관제도를 폐지하고 군사법원의 재판관을 모두 군판사로 구성함
④ 군 판사의 임명을 고등군사법원장의 제청으로 국방부장관이 행사하도록 하며, 그 소속을 국방부로 일원화 함
⑤ 공정한 군 판사의 인사를 심의하기 위해 국방부에 군 판사 인사위원회를 설치함.


'관할관 확인권 제도'란 사단급 이상의 부대 지휘관이 무죄, 집행유예의 판결을 제외한 판결을 확인해야하며, 형이 과중하다고 인정할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군사법원의 판결 내용에 대해 지휘관이 '자의적 잣대'를 들이대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관할관의 개입 여지는 군 사법 전과정에 걸쳐 제도화하고 있다. 군 수사기관이 사건을 인지하고 내사에 착수한 뒤부터 수사→소환조사 여부→불구속/구속 기소여부 결정→재판관 지정→판결 확인 등 거의 전단계에 걸쳐 사단급 이상 부대의 지휘관(관할관)들의 개입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군사법원법상 관할관은 수사 단계에서는 군검찰관 임명권(제41조), 군검찰관 지휘감독권(제39조), 재정신청처리에 관한 권한(제301조), 집행확인권(제535조), 형집행 정지에 관한 권한(제514조) 등을 가진다.

또 재판 단계에서는 군사법원의 행정사무 관장권(제8조), 심판관 임명권(제24조), 재판관 지정권(제25조), 각종 영장발부 승인권(제238조, 제254조), 판결에 대한 확인조치권(제379조) 등의 권한을 가진다. 군검찰에서 군사법원에 이르기까지 사법 전 단계에 걸쳐 지휘관이 개입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군 사법개혁 입법안 통과되면 '지휘관 사법' 탈색 기대

"군 검찰권은 군 지휘권에 종속되어야"
군 사법개혁에 대한 수뇌부 인식은?

"군 검찰을 국방부 산하에 두는 것은 인민무력부 내 정치보위부 정치군관처럼 막강한 권한을 갖고 군 지휘권을 뒤흔들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최종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이 지난달 31일 육군본부에서 열린 일반참모회의에서 발언한 내용 중 일부다. 남 총장의 측근은 이 발언이 나왔다는 것을 전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이와 관련 "군검찰이 군 지휘권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씀한 것"이라면서 당시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정치권 인사를 만난 국군기무사령부의 한 인사도 "관할관 확인조치권은 남용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합리적으로 운영하면 된다"면서 개선 의견을 개진한 뒤 "군은 전시에 대비한 특수조직이기 때문에 이를 이해해달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문민화'를 비롯해 최근 사개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군사법제도 개혁과 관련 "군인들이 사기저하가 되고 있다"고 우려의 뜻을 전했다.

결국 군 검찰권을 군 지휘권에 종속된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군 수뇌부는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군 사법제도 개혁안에 대해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심판관 제도는 법조인 자격이 없는 장교를 재판관으로 임명해 군판사들과 동등의 표를 행사해 판결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대부분의 심판관들은 군판사들보다 계급이 높기 때문에 재판장으로 임명된다. 이같은 제도는 '군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지만 법의 잣대보다 정실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휘관이 사법에 직접 관여할 수 있도록 한 관할관 확인권·심판관 제도는 지휘권 확보 등 군사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해 마련된 것이지만, 비법률가인 장교에게 평시에도 중요한 사법적 판단을 맡김으로써 군 사법이 지휘관의 '통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두 개의 제도가 폐지된다면 이같은 폐단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상정할 예정인 군 사법제도 개혁 입법안에는 관할관 확인제·심판관제 폐지 등 그간 지적되어온 폐단을 없앨 방안을 대체로 포괄하고 있다. 특히 국방부 직속으로 국방부검찰단을 두어 사실상 독립기구화해 군 지휘관들의 '입김'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 입법안이 통과될 경우 그간 불신을 받아온 군 사법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일정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국가인권위가 사개위에 전달한 '군사법원 폐지' 문제는 이번 입법에서 제외시켰다. 군사법원 폐지로 인한 혼선을 줄일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사개위에서의 논의 결과를 지켜본 뒤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군검찰 독립=군 지휘권 침해는 오해"
[인터뷰] 군 사법개혁안 대표 발의자 최재천 의원

▲ 최재천 의원
ⓒ오마이뉴스 이종호
군 사법개혁안을 마련해 이번 정기국회에서의 입법을 추진중인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오는 9월 20일경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면서 "야당도 반대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법 통과는 무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입법 취지와 관련 "대통령도 검찰의 수사에 관여할 수 없도록 제도화되어 있는데 군 지휘관은 사법에 개입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군 검찰을 독립시키는 일을 마치 군 지휘권 침해로 받아들이는 것은 오해"라고 못박았다.

다음은 최근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인터뷰한 최재천 의원과의 일문일답 요지이다.

- 군 사법개혁 입법은 어떻게 추진되나.
"군 사법개혁은 지난 총선에서 내건 열린우리당 100대 공약에 포함되어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처리해야할 핵심과제이다. 오는 9월 20일경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열린우리당 법사위 내부토론을 이미 거쳤다."

- 야당도 입법에 찬성할 것 같은가.
"최근 열린 법사위에서 한나라당 등 야당도 확인조치권 폐지 등 군 사법개혁에 대해 전혀 반발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무난하게 처리될 것이다."

- 현행 군 사법제도의 가장 큰 폐해는 무엇이라고 보나.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에 개입할 여지가 있는가. 제도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하지만 군에서는 그걸 지휘관이 수사 등에 관여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군 지휘권과 사법권은 별개이다. 군 사법도 사법으로서 제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게 이번 입법의 가장 큰 취지다."

- 군 수뇌부 등에서는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군 지휘권이 침해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지휘권과 사법권은 전혀 무관하다. 일반 사회에서도 사법권의 독립 및 검찰권 행사의 독립성이 핵심인 것처럼, 군대라는 사회 속에서도 군 검찰과 군 사법제도의 독립성을 보장하자는 지극히 원론적인 수준의 문제제기다. 이것은 어느나라나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군 검찰을 독립시키는 일을 마치 군 지휘권 침해로 받아들이는 것은 오해다."

- 국방부 직속으로 국방부검찰단을 두자는 취지는?
"사단장의 지휘권 아래 복속되어 있는 군 검찰을 독립시켜 국방부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일종의 독립기구를 두자는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검찰청의 관계처럼 그런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나름대로 군의 특수성을 인정한 것이다."

- 관할관 확인권·심판관제 폐지 취지는?
"두개의 제도는 지휘관의 은혜적 조치를 위해 마련된 제도는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좌익혐의로 무기징역을 받았다가 당시 이응준 육군참모총장의 관할관 확인 조치로 형징행을 정지하는 것처럼 운영되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껏 이 권한은 남용되어 왔다. 물론 전시 또는 계엄상황 등 비상사태 때, 또는 해외 다국적 군 파병 때 등에는 당연히 이같은 제도를 양해해야 한다."

- 군사법원 폐지 문제는 이번 입법에서 왜 제외됐는가.
"군사법원법을 개정해야하는 문제인데, 유럽처럼 군사재판을 없애거나, 1심은 군사재판, 2심부터는 민간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안 등이 사개위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소 군사법원 폐지는 다소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개위 결정을 지켜보고 결론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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