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풍에 걸린 남편을 산골 폐가에 버린 아내와 딸이 경찰에 구속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사실 이러한 '현대판 고려장'은 우리 사회 내에 복지 안전망 구축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를 단면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라고 하겠다.
특히 우리 나라의 노인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은 현재 너무나 절박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2000년에 노인 인구 비율이 7.2%가 됨으로써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로 진입했으며 2020년에는 15.1%가 될 것으로 추산되어 65세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인 고령 사회(aged society)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나라의 그러한 고령 사회 진입 추세가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단기간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프랑스는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진입할 때까지 정확하게 114년이 걸렸고, 미국은 69년, 영국은 46년이 걸렸다. 1994년 역사상 가장 빠르게 고령 사회가 되었던 일본 역시 24년이 걸렸는데 우리 나라 같은 경우 20년 만에 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될 예정인 것이다.
그러므로 인구 고령화에 대한 대비책을 조속하게 마련하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은 것이다. 더욱이 현재 우리 사회는 80세 이상의 고령 후기(oldest old)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고, 핵가족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노인 세대는 가족 부양으로부터 더욱더 방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는 위험 사각 지대에 있는 노인 세대를 방치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행히 현재 보건복지부는 공청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2010년부터 노인 요양 보장 제도를 실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부가 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각종 노인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고령사회대책위원회'를 설치함과 동시에 '고령 사회 기본법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한 것은 매우 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정부가 앞으로 국민 통합적인 리더십을 잘 발휘하면서 단기 처방형 대책이 아닌 장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노인 문제 대책들을 심도 깊게 마련한다면 분명 좋은 결실들이 있으리라고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은 국가와 사회가 더불어 책임지는 노인 요양을 위한 공적 보장 제도가 시행되어야할 필요성을 깊이 공감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노인을 기피하는 사회'가 아니라 '노인을 좋아하는 사회'로 변화되도록 하는 일에 함께 마음을 모아 주어야 한다.
작금의 일본 경제 전문가들은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한 효과적인 대책이 결국 고령화한 일본 사회에 대한 구조적 대책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일본 경제를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게 하는 강력한 경제 처방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 우리네 경제적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형국이지만, 그래도 어렵고 소외된 노인 세대를 위한 대책들을 마련하는 데 온 국민이 아름답게 뜻을 모아야 한다. 그러한 노인 문제 해결 시스템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를 풀어내는 부메랑이 되어 줄 수도 있으리라고 여겨진다.
아무쪼록 '효(孝)'에 대한 국민 개개인의 윤리성이 회복됨과 동시에 고령 사회 문제에 대한 구조적인 대책들이 견고하게 마련되어 '고려장'이라는 가장 부끄러운 과오들이 이 땅에 다시는 재현되는 일이 없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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