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문화 회복을 위한 제언

등록 2004.09.21 12:32수정 2004.09.21 18:52
0
원고료로 응원
경험론의 체계를 수립하였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독서란 넓고 넓은 시간의 바다를 지나가는 배’라고 했고, 근대 합리론의 근본 원리를 제시하였던 데카르트 역시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역사상 가장 탁월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말함으로써 독서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방편임을 역설하였다.

사실 책 속에는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쌓아 온 사상과 경험의 총체들이 집약되어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책은 인류가 거쳐 온 삶의 진수들을 전해주는 교사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위인과 선인들은 방대하고도 깊이 있는 독서 생활을 통해 자신의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던 것이며 역사 속에 그 아름다운 삶의 자취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주지되다시피 1990년대 말부터 급격히 진전된 각종 영상매체의 발전과 인터넷의 생활화는 기존의 독서 패턴에 큰 영향을 주면서,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한국 갤럽 조사에 의하면 전 국민의 55%가 한 달 동안 신문, 잡지를 제외하고는 한 권의 책도 읽지 않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사람도 약 28%로 갈수록 책을 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단지 불황으로 인한 문화 수요 하락 때문만으로 볼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은 오늘날의 전반적인 문화 성향과 관련되어 있는데 바로 이 시대의 '죽도록 즐기기' 문화에 기인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문화 비평가 닐 포스트만(Neil Postman)은 그의 저서 ‘죽도록 즐기기’에서 "지금 시대는 오락을 과도하게 즐기다가 죽음에 이르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라고 평가하였는바 단연 오락적 대중 문화가 이 시대의 문화 주류로 자리매김 되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현 대중 문화는 상업주의와 철저히 결탁하면서 무한정한 재미와 향락을 즐기도록 각종 콘텐츠들을 쏟아내고 있으며 사람들은 비평가 아도르노(Theodor W. Adorno)의 진단처럼 정도를 넘어선 오락에 탐닉함으로써 그것을 수동적으로 즐기는 가운데 실천적인 판단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그리하여 이러한 문화적 양태는 독서 문화의 부재로 이어지고 그와 같은 삶의 패턴은 사고와 정서의 빈곤 현상을 낳게 함으로써 결국 사람들의 내면은 더욱더 비인간화되고 그 삶은 황폐해지는 그러한 병리 현상이 지금 깊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 국민들 사이에 독서 문화가 풍성하게 다시 한 번 회복되고 꽃 피울 수 있도록 하는 다각도의 노력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하겠다.


사실 독서가 빈곤해지면 문화의 생산성은 메마르게 되어 있다. 책이 실제로 콘텐츠 산업의 풍부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주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러한 인식에 세계가 주목하면서 영국 정부도 지난 1998년 이래 TF팀을 구성해 독서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지금 미국과 프랑스 등도 독서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부에서 얼마 전 내놓은 대학입시 개선책에서 앞으로 학교 도서관 활성화 운동을 추진하면서 학생들의 독서 활동을 평가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것은 괄목할 만한 것이라고 하겠다.


물론 독서가 입시를 위한 방편으로만 활용될 경우 여러 역기능들이 나타날 수 있지만, 그러한 문제를 심도 깊게 보완하면서 독서 생활을 교육적 차원에서 장려한다면 충분히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아무튼 ‘도서관은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이며 척도’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문화 강국을 추구하는 우리 역시 도서관을 활성화하는 등 나라 안에 독서 혁명이 강력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여러 방안들이 모색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생각하고 비판하고 상상하는 힘을 우리 안에 키워 주며 우리의 내면과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이 독서의 가치가 우리네 풍토 속에 강력하게 심겨지고 발현되어서 '죽도록 즐기기' 문화로 오염된 이 땅의 문화가 아름답게 개선되고, 그로 인해 진정으로 풍성한 삶이 모두에게 한층 더 고양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