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안고 가긴 하는데..." 한나라당의 고민

[해설과 현장] 여당 '관제데모' 공세 맞서 이명박 지원 나섰지만...

등록 2004.09.24 16:08수정 2004.09.2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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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야당단체장탄압 진상조사단' 단장 박계동 의원(오른쪽)과 김충환 의원이 24일 오후 이춘식 정무부시장(가운데)을 만나 서울시의 관제데모 예산전용 의혹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나라당 '야당단체장탄압 진상조사단' 단장 박계동 의원(오른쪽)과 김충환 의원이 24일 오후 이춘식 정무부시장(가운데)을 만나 서울시의 관제데모 예산전용 의혹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관제데모 예산전용의혹 진상조사차 22일 서울시를 방문했을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시의원이 박계동 김충환 나경원 의원에게 당시 벌어졌던 몸싸움 장면을 재연하며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관제데모 예산전용의혹 진상조사차 22일 서울시를 방문했을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시의원이 박계동 김충환 나경원 의원에게 당시 벌어졌던 몸싸움 장면을 재연하며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2신 - 해설 : 24일 저녁 7시10분]

"서울시 안고 가긴 하는데"... 한나라 지도부의 고민


"서울시장이 이명박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 아니냐. 당이 나서야 할 상황이다."

24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 회의. 회의가 시작되기 전 당 3역을 비롯해 당직자들이 모여 앉아 얘기를 나누던 중 '칸막이' 너머로 새나온 말이다. 소위 '서울시 관제데모'와 관련 한나라당의 입장을 촉구하는 말이었다. 이 말에 대다수는 "상황을 좀 보자"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회의가 열린 뒤 심재철(전략기획위원장) 의원은 "수도이전 반대여론이 80% 이상인 상황에서 서울시민의 의견을 반영한 행위"라며 "합당하다"는 논리를 폈다. 공교롭게도 이와 같은 논리는 즉각 수면위로 부상했다.

이날 회의를 통해 구성된 '야당단체장탄압 진상조사단'은 "예산전용이 이뤄졌다 하더라도 서울시장의 재량권에 속한다면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이명박 시장은 같은 날 오후 "서울시의회의 수도이전 반대 운동에 대해 시 예산을 공식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아예 공식 선포 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이 '서울시 관제데모' 의혹사건을 중앙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받음으로써, 정치권의 수도이전 공방은 '서울시'를 중심축으로 설정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구도'는 한나라당측에도 일정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표는 수도이전 당론을 반대+대안으로 제시했다. '전국'을 봐야 하는 박 대표로서는 반대 보다 대안을 강조해왔다. 반면 김문수, 이재오 등 수도권 비주류들은 당론결정 지연을 비난하며 일찌감치 반대운동에 나섰다. 이명박 서울시장 역시 뚜렷한 반대입장을 견지해 왔다.

따라서 서울시를 둘러싼 수도이전 공방은 한나라당의 입장을 '대안' 부재, 강한 '반대'로 몰아넣을 공산이 크다. 이는 결과적으로 박 대표가 시간을 끌면서까지 수도이전에 대해 고심하고, 또 대안을 강조해온 노력을 수포로 돌릴 수 있다.


또한 차기대권주자로서 '박근혜-이명박'이 나란히 도마 위에 올려진다는 것 역시 부담이다. 이미 손학규 경기지사까지 포함, 언론의 입방아('한나라 '빅3' 중원전투 달군다'(문화일보 24일자))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당의 정치공세도 예상된다. 이미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수도이전, 국가보안법으로 한나라당이 혼선을 빚는 것과 관련 "이-박 간의 피터지는 싸움"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서울시 관제데모 사건과 관련 공식 언급을 피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21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서울시 항의방문을 가던 날조차, 한나라당은 "중앙당 차원의 별도의 대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박-이 차기대권주자 논의에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나타내며 "모두에게 손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내가 모든 회의테이블에 들어가지만 한번도 대권주자 논의가 언급된 적이 없다"며 "한나라당에게도, 차기주자들에게도 도움이 안된다"고 일축했다.

이명박 시장은 못만나... 차분한 방문

▲ 한나라당 '야당단체장탄압 진상조사단' 단장 박계동 의원과 김충환 나경원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시청을 방문해 시의원들과 함께 22일 열린우리당 의원들 방문 당시 벌어졌던 몸싸움 장면을 보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나라당의 박계동 야당단체장탄압 진상조사단장과 김충환, 나경원 의원 등 야당의원 3명이 24일 오후 3시40분께 진상조사차 서울시를 방문했으나 이명박 시장은 일정 때문에 자리를 비워 만나지 못했다. 지난 22일 열린우리당 진상조사단 당시의 험악한 상황과 달리 한나라당 진상조사단의 방문은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박계동 단장은 이춘식 정무부시장실을 방문해 "서울시가 일체 부인하고 있는데도 수도권 이전반대운동에 관제동원을 하고 5억원의 예산을 전용했다고 정부·여당이 밀어 부치고 있다"며 "국민들의 의혹을 풀어주기 위해 진상조사차 방문했다"고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박 단장은 또한 "열린우리당 당원인 강동구의회 의원이 휴대폰 메시지로 관제데모 참가요청을 받았다고 증언했는데, 이를 구의원이 조작했다는 여론이 있다"며 "자신이 입력하고 자신을 발신지로 해도 가능한 수준이라는 주장이 있다, 회의자료 또한 위조된 자료라는 주장이 제기돼 사실여부를 확인할 것"이라며 관제동원 의혹 제기에 역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어 서울시청 3층 태평홀을 방문해 지난 22일 발생한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서울시의원들간의 충돌 경위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이 자리에는 명영호 서울시의회 수도이전반대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5명의 시의원이 미리 와 기다리고 있었으며 이춘식 정무부시장이 배석했다.

이들 의원들은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서울시의원간의 22일 마찰 장면이 담긴 <오마이뉴스>의 '오마이-TV'를 10여분간 지켜본 뒤 서울시의원들에게 당시 상황에 대해 질문했다.

한나라당 진상조사단은 서울시의원들과의 만남을 마친 뒤 4시45분께 정무부시장로 이동해 이춘식 정무부시장과 신연희 행정관리국장, 서광석 행정과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비공개 면담시간을 가졌다. / 조호진 기자

[1신 보강 : 24일 오후 5시]

한나라당-이명박 시장 손잡고 역공... 진상조사단 구성, 서울시 방문중


한나라당 '야당단체장탄압 진상조사단' 단장 박계동 의원(오른쪽에서 두번째) 등이 여당의 관제데모 공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 '야당단체장탄압 진상조사단' 단장 박계동 의원(오른쪽에서 두번째) 등이 여당의 관제데모 공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명박 서울시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 열린우리당이 서울시 관제데모 의혹사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중앙당 차원의 언급을 자제해왔던 한나라당이 24일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정면대응하기로 결정했다.

진상조사단은 이날 오후 4시30분 현재 서울시를 방문하고 있다.

이명박 시장도 이날 "수도이전 반대에 서울시 예산을 지원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표명해 '관제데모'를 둘러싼 여야논란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시장은 "수도를 빼앗기는데 시장이 눈만 껌뻑껌뻑하고 있으면 시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 예산은 시의회 소관이니까 그렇게 (지원하게) 될 것이다"며 수도이전 반대 운동에대한 시 예산 지원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 시장은 "세금 대부분이 서울과 수도권에서 걷힌다. 정부가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세금을 걷어다가 수도이전 홍보에 쓰고 있는 꼴"이라며 수도이전 반대 운동에 대한 서울시의 예산 지원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한나라당 진상조사단 구성.....위원장에 박계동 의원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야당단체장탄압 진상조사단'을 구성, 단장에 박계동 의원, 부단장에 권영세·이인기 의원을 비롯해 공성진, 김충환, 유정복, 정두언, 나경원 의원과 이사철·이원복 전 의원 등 총 10명을 위원으로 내정했다.

임태희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시장의 관제데모 개입을 운운하며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서울시청을 난입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또 안상수 인천시장이 자진신고한 2억원 굴비상자 수사에 대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며 "야당탄압"이라고 규정했다.

조사단은 서울시와 인천시를 방문한 뒤 그간의 진상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논의해가기로 했다. 더욱이 10월 6일 서울시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 한나라당의 대응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진상조사단은 이날 오후 3시30분 서울시 방문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시장과 부시장, 주무국장들을 대담 조사하고 오후 5시에는 인천시를 방문해 관련 기초자료부터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박계동 단장은 "홍보·행사비용의 관제데모 전용 여부와 전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문제인가를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단장은 전용사실이 드러날 경우 "국민에게 고백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전용되었다 하더라도 서울시장의 재량권 범위 안에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충환 의원은 "단체장의 재량 범위라면 큰 문제될 게 없다"며 "수도이전 반대에 일부 예산이 들어갔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도덕적, 법적으로 잘못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의원은 "지자체는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지역주민의 이익을 지킬 의무가 있다"며 수도이전 반대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세금이 서울시의 이해를 지키는데 들어갔다면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차기 대권주자 흠집내기... 의도적 정치공세"

한편 열린우리당이 서울시 관제데모 사건을 집중 제기하고 나서는 것에 대해 한나라당은 차기대권주자 흠집내기라는 시각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계동 의원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이명박 시장과 박근혜 대표에 대한 여당의 공격은 잠정적인 한나라당의 대권주자에 대한 상처내기·흠집내기 성격이 강하다"며 "의도적인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정두언 의원은 역시 "여당이 '집권야욕'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이명박 시장을) 집중 성토하고 있다"며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이어 정 의원은 "대통령이 될 사람이 (수도이전반대) 그런 걸 할 수가 없다, 집권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게 맞지 않냐"고 반박했다.

당의 핵심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이 박(근혜)-이(명박)를 번갈아 때리며 갈라 놓으려는 분열작전을 쓰고 있다"고 한나라당 내부 기류를 전했다.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김덕룡 원내대표가 열린우리당의 서울시 관제데모 주장을 비판하고 있다.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김덕룡 원내대표가 열린우리당의 서울시 관제데모 주장을 비판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서울왕국 조성은 국기문란" 열린우리당, 당력 집중 초강경 대응

한편 열린우리당은 서울시의 수도이전 반대 '관제데모' 의혹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한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하고 총력 대응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이명박 서울시장을 국회 행정자치위와 정무위의 국감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 국정감사를 통해 진상규명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한나라당이 당 차원에서 '야당단체장탄압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정면 대응에 나서자, 열린우리당은 "이제 서울시만의 문제로 국한할 수 없다"며 전면전에 나설 태세다.

'서울시 관제데모 진상조사위' 위원장인 장영달 의원은 "어제까지 '서울시의 일'이라며 나서지 않던 한나라당이 이제와서 가세한다면 한나라당과 서울시가 공모해서 예산을 불법적으로 전용, 국가 변란을 꾀해 정치적 야욕을 달성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는 또다른 차원의 문제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의원은 또 "이명박 시장은 지난 4년간 서울시 예산을 호주머니 돈으로 착각하고 정치적 목적에 예산을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위험한 사고로 서울왕국을 조성하고 있다"며 "이런 사례는 국민 혼란에 이어 국기 문란으로 연결되는 중대한 국가위기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미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신행정수도 이전 당론 확정을 둘러싼 혼선과 대응 변화를 당내 '대권후보 경쟁설'과 연계시켜 공격했다. 김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갑자기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단을 꾸린 것은 이명박 시장과 박근혜 대표 사이의 대권싸움으로 비춰지는 것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며 "이(명박)-박(근혜) 간에 갈등이나 의견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그런 것을 억지로 만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안상수 인천시장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서면서 '야당탄압'이라고 하는 것은 한나라당이 오랫동안 써먹던 구정치 행태"라며 "자기들이 잘못한 것을 조사받고 지탄을 받으면 야당탄압이고, 여당이 조사받고 하면 당연한 것이라는 이중 잣대는, 자기들의 잘못을 덮기 위한 호들갑이고 과대망상"이라고 성토했다.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예산심의와 연계시키겠다'는 한나라당의 방침에 대해 "행정수도 이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거나 반대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국회내 행정수도 특위를 구성해 논의할 수 있다는 게 일관된 우리당의 입장"이라며 "예산 거부 운운은 국가정책을 실력행사로 막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병헌 원내부대표도 "한나라당이 여전히 국회 권력이 교체된 것을 모른다, 어디가 여당인지 모르는 것 같다"며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예산을 가지고 물리적 저지를 한다면 구태정치를 재현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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