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진상조사는 '진상 없는 조사'"

검-경, '안상수 사수작전' 비난... 경찰, 5일 출석 요구

등록 2004.10.04 11:22수정 2004.10.0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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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인천시장과 관련된 현금 2억원이 든 '굴비상자'에 대해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통해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나라당이 '전혀 혐의 없음'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야당단체장탄압 진상조사단'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안상수 인천시장이 (현금 2억원이 든 굴비상자의) 신고 이전 뇌물영득의사가 있었는지와 처리의 적정성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혀 혐의가 없음'은 물론 공인으로서 매우 공정한 처리를 했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또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한진호 인천경찰청장의 문책 해임과 담당 수사과장의 검찰조사, 수사관들의 사법처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한나라당이 국정감사에서 안 시장 사건이 쟁점화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미리 나서서 결론을 내렸다"며 "경찰과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이 자체 조사단을 꾸렸지만 수사기록을 열람한 것도 아니고 관련자들을 직접 참고인 조사를 한 것도 아니다"며 "단지 자기당의 자치단체장을 사수하기 위해 경찰 조사도 받지 않은 안 시장과 주변 사람 말만 듣고 '야당탄압사례로 차기 지방선거를 앞둔 여권의 정략적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는 "한나라당의 진상조사는 '진상이 없는 조사'로 도대체 수사기관에서 진상을 밝히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 "같은 당원이 '죄 없다' 주장... 정치적 쇼로 볼 수 있다"


특히 현금 2억원이 든 '굴비상자'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과 경찰은 한나라당의 잠정 결론과 방침에 대해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정치권에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정치적인 쇼'로 볼 수 있다"며 "(검·경 수사관은) 같은 당원이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항변으로 받아들일 뿐이지 그것 이외에는 별달리 생각할 것 없다"고 말했다.


또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마치 피의자가 자기는 결백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아서 수사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수사결과 발표는) 오히려 '도둑이 제 발이 저린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 안 시장 5일 오전 10시 출석 통보... 인천지검, 대가성 여부 집중조사

한편 인천지방경찰청은 4일 오전 10시 이와 같은 지적을 반영하듯이 수사관을 인천시청으로 보내 안 시장에게 내일(5일) 오전 10시까지 참고인 자격으로 인천경찰청에 출두하도록 요구하는 '출석요구서'를 강범석 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인천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굴비상자 2억원) 사건의 일부를 검찰에 송치했고 남아있는 부분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 계속해서 경찰에서 수사하기로 했다"며 "한나라당의 잠정 결과 발표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만 입장을 전했다.

이와 함께 인천지방검찰청 특수부도 안 시장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광주광역시 소재 건설업체 대표 이아무개(54)씨를 상대로 돈의 대가성 여부에 대해 집중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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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논평 "한나라당의 눈물겨운 동지애 미스터리"

열린우리당은 지난 3일 안상수 시장에게 전달된 2억원의 굴비상자 사건과 관련해 한나라당 자체조사단이 '혐의가 없다'고 잠정결론 내린 것에 대해 비판하는 논평을 발표하고 검찰 등 수사당국의 엄정한 수사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검찰과 사법부의 일까지 한방에 해치우는 한나라당 조사단 솜씨에 경의(?)를 보내지만 야당탄압을 들먹이는 데에는 놀라울 뿐이고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야당탄압인가, 시대착오적이다"며 "과거 자신들의 폭압통치 시절에 저지른 수법과 경험에 비춰볼 때 그럴 것 같다는 설명을 붙여야 옳다"고 비판했다.

이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조사단이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경찰 등 수사책임자의 해임을 요구하고 사법처리 운운하는 것은 수뢰의혹사건을 정략적으로 정치쟁점화하려는 시도로 한나라당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과연 한나라당은 부패를 추방하자는 것인지, 부패를 양성하자는 것인지,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으로 어떤 혐의를 덮어달라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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