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 없다→두세번 만났다→동생 주소 적어줬다"

[중간분석] 안상수 시장 '말바꾸기'...'2억 굴비상자' 진실은 뭘까?

등록 2004.09.26 14:07수정 2004.09.2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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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상수 인천시장

안상수 인천시장 ⓒ 연합뉴스

안상수 인천시장이 지난달 29일 인천시청 클린신고센터에 접수하면서 불거진 현금 2억원이 든 '굴비상자'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인천지방경찰청은 지난 25일 안 시장측에 2억원의 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구속된 광주광역시 소재 보성건설의 이아무개(54)씨로부터 "7월 29일 오후 안 시장이 먼저 '만나자'고 전화를 했고 다음날인 30일 저녁 인천 계양구 소재 H카페에서 두 번째 접촉하게 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찰은 이씨로부터 "안 시장이 당시 평상복에 모자를 쓴 채 나와 '인천에서 사업하려면 불우이웃도 도와야하고 지역발전기금도 많이 내야한다'는 뜻의 말을 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이씨는 또 경찰조사에서 지난 8월 24일 오후 돈이 든 '굴비상자'를 마련하고 안 시장에게 먼저 "뵙고싶다. 인사드리려 한다"고 전화를 걸어 앞서 만났던 카페에서 이날 오후 8시부터 2시간 30여분동안 세 번째로 안 시장을 만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씨가 안 시장 측에 건넨 돈이 로비자금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오는 30일 안 시장의 소환여부를 결정한 뒤 바로 안 시장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안 시장이 출두하면 이씨와 알게된 정확한 경위 및 접촉한 횟수, 만날 때마다 나눈 정확한 대화내용, 여동생 집주소를 알려주면서 주소를 적은 메모지를 전달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안 시장이 지난달 29일 인천시청 클린신고센터에 현금 2억원이 든 '굴비상자'를 접수시킨 뒤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정리해보자.


[의혹 1] 안 시장, 왜 계속 말 바꾸나

'2억' 건넨 보성건설은 어떤 회사?

안상수 인천시장에게 현금 2억원이 든 굴비상자를 건넨 사람은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건설업체 보성건설의 대표이사 이아무개(54)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인천시가 발주한 관급공사 수주업체이자 여러 건의 인천시 관급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1년께는 ㅎ업체를 인수했고, 인천지역으로 연고업체로 하기 위해 올해 5월에는 인천 남동구 간석동으로 계열사의 본사를 이전시키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나타냈다.

더구나 이 업체는 인천의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따른 대형프로젝트 사업을 앞두고 인천시에 줄대기를 하려고 부단히 노력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다가 이씨는 송도신도시내 공사를 따낼 목적으로 보성건설 법인계좌에서 현금 1억6000만원과 회사 자체에서 보관하고 있던 현금 4000만원 등 모두 2억원을 마련해 광주시내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굴비상자에 담아 안 시장의 여동생에게 전달한 혐의(뇌물공여)로 구속됐다.
"이씨를 전혀 알지 못하고 일면식도 없다"(9월13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기자회견)
"지난 7월 이씨를 동네 카페에서 한두번 만났다"(9월23일 기자회견)
"8월24일(돈을 건넨 날)쯤 이씨가 볼일이 있어 인천에 온다고 하길래 단골 호프집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집 주소를 묻기에 별 생각없이 여동생 집주소를 적어줬다."(9월24일 경향신문 인터뷰)



경찰이 '2억원이 든 굴비상자'에 대한 의혹을 밝혀내기 수사에 착수한 뒤 안 시장이 계속 말을 바꾸는 것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안 시장은 경찰 수사의 수사선상에 이씨가 올라오고 언론이 처음 이씨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전혀 알지도 못하고 일면식도 없다"고 했다가 언론에서 지난 22일 '안 시장과 이씨가 돈을 건네기 전 사전에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다음날인 23일 기자회견에서는 "지난 7월 이씨를 동네 카페에서 한 두 번 만났다"고 시인하면서 말을 번복했다.

또 안 시장은 이씨가 돈을 건넸다고 진술하고 있는 지난달 24일 직전 만난 사실에 대해서도 스스로 밝혔다기 보다 일부 언론이 보도하고 이를 기자들이 확인요청을 해오니까 어쩔 수 없이 인정했다.

이처럼 안 시장은 '2억원이 든 굴비상자'를 둘러싼 사실에 대해 언론과 경찰의 추적 끝에 밝혀지는 것들에 대해 여러차례 말을 바꾸면서 사실을 인정했다. 이 때문에 안 시장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안 시장이 돈의 대가성을 숨기기 위해 다급히 말을 바꾸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결국 2억원의 대가성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는 안 시장에 대한 경찰의 소환조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의혹 2] 안 시장, 왜 클린신고센터에 돈을 맡겼나

안 시장은 왜 현금 2억원이 든 굴비상자를 인천시 클린신고센터에 맡겼을까.

경찰은 최근 안 시장의 비서들을 통해 "8월 30일 오전 운전기사를 통해 굴비상자를 시장실로 가져오도록 한 뒤 '돈을 세어보라'고 해서 2개의 상자에 2억원이 든 사실을 확인했고 (굴비상자를) 클린신고센터에 신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인했다.

그러나 안 시장이 해외출장에서 귀국한 지난 8월 29일 여동생에게 돈이 든 굴비상자를 전달받고 이씨에게 즉시 되돌려 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시장은 왜 클린신고센터에 '굴비상자'를 맡겼을까.

안 시장은 지난 13일 9박10일간의 미국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었다.

"나를 중심으로 해서 나올 것은 없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전달자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시 감사관실내 '클린신고센터'에 신고한 것이며, 알았다면 돌려주려고 했을 것이다. (광주소재 건설업자로부터 돈이 전달됐는지 여부에 대해) 광주는 더더욱이나 (나하고) 연관이 없고, 나는 활동 범위가 수도권이다. 인천에 대규모 사업이 많아 상식적으로 건설업체로 추측한 것 같은데 나로선 알 수가 없다. 신고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예상외로 추측이 많은 것 같으며, 이번 기회에 기업은 열심히 기업하고, 정치인은 기업을 돕고, 국민은 정치인을 믿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고 빨리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

이에 앞서 안 시장은 클린신고센터에 접수하던 그날(8월 30일) 열린 인천시 확대간부회의 석상에서 "누군가가 돈이 든 굴비상자를 보내와 클린신고센터에 맡기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일부에서는 안 시장 스스로 청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안 시장이 말을 계속 바꾸면서 또다른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수사관계자는 "안 시장은 조용히 이씨에게 돈을 돌려주고 서로가 입을 다물었다면 오늘과 같은 큰 파장이 없었을 것이 아니냐"면서 "이들의 은밀한 관계를 누군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급히 무마하려고 계획한 행동이 아니었을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의혹 3] 한나라당 전국구 B의원은 왜 안 시장과 이씨를 소개시켜줬을까

이번 사건과 관련해 새롭게 부각된 의혹은 안 시장과 이씨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15대 한나라당 전국구 의원인 B씨의 역할이다.

안 시장은 지난 24일자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씨를 언제 알게됐는지에 대해 "지난 3∼4월 누군가의 소개로 ㄹ호텔에서 처음 만났으며 7, 8월에도 만났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강범석 인천시청 비서실장은 기자들에게 "안 시장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 5월 15일(토요일) 점심 때 ㄹ호텔에서 15대 한나라당 전국구 의원인 B씨의 소개로 이씨를 처음 만났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안 시장은 B의원으로부터 이씨를 소개받은 이후 여러차례 만나면서 상당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안 시장은 이씨가 왜 돈을 전달했는지에 대한 물음에 "이유를 모르겠다. 누군가 나를 음해하기 위한 행동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안 시장과 이씨를 연결해준 사람이 일반인도 아닌 전국구 의원이란 점도 주목하고 B의원을 상대로 이들을 어떤 이유로 연결시켜줬는지와 이 과정에서 이씨로부터 어떤 대가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키로 했다.

한편 경찰 수사관계자는 "연휴가 끝나면 수사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지고 이번 사건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밝힐 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씨가 추가로 진술한 내용 등에서 볼 때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안 시장에 대한 소환 조사는 불가피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경찰은 안 시장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금품 로비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안 시장에 대한 사법처리를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건일지] '2억원 굴비상자' 사건 진행 과정

안상수 시장 측과 돈을 건넨 보성건설 대표 이씨의 진술에 따라 '2억원 굴비상자'가 전해진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5월 15일. 토요일 점심 때 로얄호텔에서 15대 한나라당 전국구 의원인 B씨의 소개로 안 시장과 이씨 처음 만남.
▲7월 중순. 인천 계양구 작전동 안 시장의 아파트 인근 카페에서 이씨와 단둘이 만남.
▲8월 24일. 오후 9시경 안 시장은 이씨로부터 앞서 만났던 장소에서 만나자는 2, 3차례 전화를 받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이씨를 만남. 이 자리에서 안 시장은 이씨에게 여동생 집주소 적어줌. 이씨는 오후 10시가 넘어 운전기사인 양아무개(29)씨와 함께 안 시장의 여동생에게 현금 1억원씩이 든 굴비상자 2개 전달.
▲8월 27일. 안 시장은 자매 도시인 중국 텐진시로 출국.
▲8월 28일. 안시장의 여동생인 미자씨가 이씨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날. 안 시장 여동생은 "30대 남자가 굴비상자 2개를 현관에 놓고 갔으나, 돈이 담긴 상자인줄 몰랐다"고 주장.
▲8월 29일. 중국 톈진시에서 귀국.
▲8월 30일. 안상수 시장 인천시청 클린신고센터에 현금 2억원이 든 굴비상자 접수.
▲8월 31일. 인천지방경찰청 수사2계 수사착수.
▲9월 1일. 경찰 안 시장의 여동생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
▲9월 6일. 경찰, 안 시장의 여동생 통화내역 조회.

▲9월 13일. 경찰, 광주광역시 소재 3개 건설업체 관계자 이아무개씨 등 5명 신병 확보하고 조사. 3개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 경리 및 회계장부 등 관계서류를 확보. 안 시장은 9박10일간의 미국출장을 마치고 귀국. 안 시장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경찰이 수사를 요청해오면 내가 인지하고 있고, (사건과 관련해) 처리한 모든 사항을 정확하게 이야기하겠다"고 밝힘. 특히 안 시장은 "이씨와는 전혀 알지도 못하고 일면식도 없다"고 관계 부인.

▲9월 22일. 경찰, 이씨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 안 시장과 이씨 접촉사실 드러남.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그동안 안 시장과 접촉하기 위해 수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며, 번번이 거절당하다 결국 두 차례에 걸쳐 방씨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만났다"고 진술.

▲9월 23일. 인천지방법원 민사8단독(김한성 판사) 구속영장 발부. 안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인천시청 영상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이씨를 지난 7월 동네 카페에서 한두번 만난 적이 있다. 주말에는 간혹 기업체 관계자나 지인들을 이 카페에서 만나기도 한다. 그 자리에서 구체적인 사업 이야기는 없었고 지역 건설업체에 하청을 많이 주고 직원들을 많이 써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시인. 경찰, 안상수 인천시장 여동생 미자(51)씨 2차 소환·조사. 미자씨는 "오빠가 해외출장 중이던 지난 8월 28일 오후에 30대 남자가 굴비상자 2개를 현관에 놓고 갔다. 굴비상자를 건네준 사람이 누구인지, 그 안에 든 내용물이 돈이었는지는 몰랐다"고 계속 주장

▲9월 24일. 이씨 "7, 8월에 (안 시장을) 한 두번 만난 것이 아니라 세 차례 이상 만났다"고 진술. 안 시장은 24일자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4일쯤 이씨가 볼일이 있어 인천에 온다며 꼭 만나고 싶다고 연락해 동네 단골 호프집에서 이씨를 만났다. 집주소를 묻기에 별 생각없이 여동생의 집주소를 적어줬다"고 밝힘. 또 안 시장은 "연락처를 알고 싶다는 것으로 받아들였으며, 돈이 전달될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다. 평소 여동생 집에 거의 가지 않기 때문에 그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다가 나흘 뒤인 28일 중국 출장에서 돌아왔을 때 여동생으로부터 돈 상자 얘기를 듣게 됐다"고 해명.

▲9월 25일. 경찰, 이씨로부터 "7월 29일 오후 안 시장이 먼저 '만나자'고 전화를 했고 다음날인 30일 저녁 인천 계양구 소재 H카페에서 두 번째 접촉하게 됐다. 안 시장이 당시 평상복에 모자를 쓴 채 나와 '인천에서 사업하려면 불우이웃도 도와야하고 지역발전기금도 많이 내야한다'는 뜻의 말을 했다"는 진술 확보.

▲9월 30일. 추석연휴 동안 보강 조사 후 안 시장 소환 여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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