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꼬집거나, 상품에 눈멀지 않으며..."

음식 바자로 쓰레기 줄이고 장애인 돕는 정겨운 동문체육대회

등록 2004.10.18 11:39수정 2004.10.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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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지난 10일, 모교인 중경고등학교 동문 체육대회가 열렸다. 이번 체육대회는 18년 전 학교가 옮긴 뒤 이제는 한강중학교가 된 옛 모교 자리에서 열려 더욱 의미 있었다. 오전 10시가 되자 형형색색 유니폼을 입은 동문들이 속속 도착한다.


a 체육대회 시작 전 속속 도착해 등록하고 있는 동문들.

체육대회 시작 전 속속 도착해 등록하고 있는 동문들. ⓒ 유성호

선후배 기별로 치러졌던 과거와는 달리 같이 섞여서 한 호흡을 하도록 청·적·황·백군으로 크게 네 팀으로 나눴기 때문에 옷 색깔이 얼추 통일이 돼서 보기 좋다.

이번 대회 가장 큰 특징은 참가비를 받고 음식을 무료로 나눠주던 과거와 달리 개인 참가비 없이 음식을 유료로 제공하는 음식 바자를 한 것.

a 개회식

개회식 ⓒ 유성호

동문들과 가족의 참석을 유도하고 음식쓰레기를 줄이자는 차원에서다. 또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기회를 1년에 한번만이라도 갖도록 하자는 의미였다.

그래서인지 음식쓰레기가 눈에 띄게 줄었고 선배들이 지나가는 후배를 세워 음식 쿠폰을 쥐어주는 정겨운 풍경이 연출됐다.

a 줄다리기.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줄다리기.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유성호

특히 동문 가족들에게는 무료로 음식을 제공해 동문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는 한편 앞으로도 계속 많은 참여를 유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래서인지 역대 체육대회 사상 가장 많은 750여명이 참여하는 성황을 이뤘다.


a 동문 가족들, 특히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경기를 만들어 아이들이 즐거운 한 때를 가졌다.

동문 가족들, 특히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경기를 만들어 아이들이 즐거운 한 때를 가졌다. ⓒ 유성호

경기 중 꼬집지 말고 졌다고 열 받지 말라는 선수 대표들의 배꼽 잡는 선서에 이어 성화가 점화됐고 체육대회는 막이 올랐다. 남녀 동문이 손을 잡고 하는 짝축구, 족구, 단체피구 등 경기 외에 동문 가족들과 함께 하는 아나바다 운동, 공주님 모시기, 파도타기, 줄다리기 등이 쉴새없이 이어졌다.

a 공주님모시기 게임. 남성동문들의 등을 밟으며 즐거워(?) 하는 모습.

공주님모시기 게임. 남성동문들의 등을 밟으며 즐거워(?) 하는 모습. ⓒ 유성호

점심시간이 되자 기수별로 삼삼오오 모여 앉아 운동 후 주린 배를 채웠으며 이때부터 선배들은 후배들을 불러 몰래 쿠폰을 챙겨주며 '내리사랑'이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1, 2회 졸업생인 원로(?)동문들은 이미 오전부터 진을 치고 앉아 후배들 인사 받기에 바쁘고 각 기별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식사를 했다.


a 음식을 준비하는 여성위원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음식을 준비하는 여성위원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 유성호

이때 가장 바쁜 곳이 바로 여성 동문들이 주축이 된 음식 바자팀. 쉴새없이 전을 부치고 음식을 만들어 동문들의 먹을거리 조달에 차질이 없도록 비지땀을 쏟았다. 냉동차까지 지원 받아 각종 음료들은 시원하게 제공됐다.

a "내 솜씨 한번 볼래? 이래봐도 애처가 10년의 경륜이 있다구!"

"내 솜씨 한번 볼래? 이래봐도 애처가 10년의 경륜이 있다구!" ⓒ 유성호

이날 동문들이 경품으로 협찬한 것만 음식, 디지털카메라 등 약 2000만원대에 달할 정도로 동문간에 뜨거운 나눔의 정을 확인했다. 오후 일정을 모두 소화하자 해가 어느덧 미루나무 가지 끝에 걸려 색이 붉어지고 있었다.

a 남녀공학 중경의 전통인 쿠마에하 음악에 맞춰 추는 포크댄스.

남녀공학 중경의 전통인 쿠마에하 음악에 맞춰 추는 포크댄스. ⓒ 유성호

스피커에서 '쿠마 에하'(이스라엘 포크댄스 음악)가 흘러나오자 동문들은 앞다퉈 운동장에 몰려들어 크게 원을 그리고 있다. 중경인의 동문애를 확인할 수 있는 전통적인 행사인 포크댄스 시간이 온 것이다.

a 흥겨운 포크댄스로 체육대회 마무리.

흥겨운 포크댄스로 체육대회 마무리. ⓒ 유성호

남녀공학이던 탓에 생겨난 전통으로 재학 시절에는 고개도 못 들고 추던 춤을 이제는 생글생글 웃어가며 정겹게도 춘다. 시범을 보이기 위해 여성동문 일부는 한달 전에 모여서 연습까지 하고 왔으니 참 소중한 전통인 셈이다.

체육대회 선수 선서문

선서!

우리는 참여와 나눔을 목표로 하는 <2004년 중경 총동문회 체육대회>에 임하여, 우리의 명예를 걸고 다음과 같이 맹세합니다.

하나, 우리는 넘어져도 절대 울지 않겠다!

하나, 우리는 모든 경기를 절대로 꼬집거나, 물거나 하는 반칙을 하지 않으며, 정정당당히 싸우겠다!

하나, 우리는 모든 경기 결과에 절대로 흥분하거나, 열 받지 않으며, 상품에 눈 멀지 않겠다.

하나, 우리는 체육대회를 통하여, 총동문회 상호간의 화합과 단결로 최고의 가치를 창조하겠다.
마무리까지 별탈 없이 마친 이번 체육대회는 옛 모교의 정취 속에서 치러졌다는 점이 많은 동문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또 음식바자를 통해 음식쓰레기를 줄이고 선후배 정을 더욱 돈독히 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일방적인 음식 제공보다 음식을 사먹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음식쓰레기를 줄이는 방안은 이와 유사한 성격의 모임이나 체육대회에 권장하고 싶다. 내년 체육대회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것은 비단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한편 이날 간식으로는 경기도 벽제에 있는 장애인시설 '애덕의 집'에서 만든 우리밀 과자와 빵을 동문들의 사전 주문을 받아 판매해 수익금 전액을 지원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에 앞서 동문 산악회에서는 장애인교육시설인 인강학교에 성금을 전달하는 등 사회 공익에 기여하는 동문회로 거듭나는 흐뭇한 정경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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