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 선생님 무덤 앞 '새와 산' 시비. 새 한 마리 하늘을 간다 / 저쪽 산이 어서 오라고 부른다 / 어머니 품에 안기려는 아기 같이 /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날아가는구나!박도
만나는 사람에 따라 삶의 길이 달라지다
고인도 날 못 보고 나도 고인 못 뵈
고인을 못 뵈도 녀던 길 앞에 있네
녀던 길 앞에 있거든 아니 녀고 엇뎔고
- 이황 <도산십이곡> 중 구곡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를 만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 만나는 사람에 따라 삶의 길이 달라지는 경우가 흔하다. 예수나 부처와 같은 성인을 만나 평생 성직자로 보내는 이도 있고, 사상가나 학자를 만난 정치인이나 학자의 길로 평생을 보내는 이도 많다.
그와 반대로 잘못된 만남으로 교도소로 가거나 범죄의 소굴에서 평생 동안 헤어나지 못하는 이도 많다.
나는 사람 복이 많아 살아오면서 좋은 분을 많이 만났다. 쉰이 넘어서 만나 뵌 이오덕 선생님은 말씀 가운데, 말씀이 없는 몸으로 보이신 가르침으로, 많이 깨우쳐 주셨다. 그것은 세상을 보는 눈과 글쓰기, 그리고 어린이와 자연에 대한 사랑이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처럼 당신은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함이 몸에 밴 분이셨다.
선생님은 늘 못 배운 사람, 가난한 사람, 약한 사람, 어린이 편에서 세상을 보시고, 생각하시면서 그들을 위하여 말씀하시고 가르치셨다. 두 쪽이 난 나라를 안타까워하시면서 통일된 나라를 바라며 사셨고, 가난한 사람이나 약한 사람이 사람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세상을 나무라셨다.
특히 글쓰기에 있어서 배운 사람일수록 어려운 한자말이나 외래어, 외국어를 많이 쓰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시며 글은 쉬울수록 좋은 글이라는 것을 몸소 행동에 옮기셨다. 그래서 선생님이 남기신 많은 글에는 어려운 말이 거의 없다.
한번은 내가 쓴 글을 보시면서 "박 선생, '그녀'라는 말은 그 사람, 또는 '그이', '그'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왜 여자에게만 '그녀'라고 합니까? 그렇다면 남자인 경우에는 '그남'으로 해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하신 말씀이 옳아서 그 뒤부터 '그녀'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사람되는 공부 세 가지
다음 글은 선생님께서 언젠가 나에게 하신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