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염색의 황홀한 빛깔 잔치(2)

안흥 산골에서 띄우는 편지 (47) 천연염색 견학기

등록 2004.10.24 21:35수정 2004.10.25 10:19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호장근으로 염색한 명주의 현란한 빛깔(백반 매염)

호장근으로 염색한 명주의 현란한 빛깔(백반 매염) ⓒ 박도

문명이 발달할수록 자연은 더 존귀해진다


로봇이 발명되어 처음 상용될 때의 이야기다. 일본의 한 백화점에서 로봇을 백화점 어귀에 세워놓고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인사를 시켰다. 처음 얼마 동안은 백화점 손님이 부쩍 늘어났다. 로봇이 사람처럼 말하고 인사하는 게 무척 신기해서 고객들이 그것을 보려고 백화점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로봇을 외면했다. 로봇의 똑같은 인사말과 움직임, 그리고 무감정에 사람들은 곧 싫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백화점 측은 결국 비싸게 산 로봇을 본전도 뽑지 못하고 치웠다는 기사를 한 잡지에서 본 적이 있었다.

문명과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은 조화를 마치 생화처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생화인줄 알았던 꽃이 조화임을 알게 되는 순간, 사람들은 속았다는 생각에 아름다움은커녕 오히려 역겨움을 느낄 것이다.

이처럼 과학의 발달로 자연의 산물과 비슷한 인공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해도 자연의 오묘한 아름다움에는 미칠 수 없다. 아마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는 과학 문명의 한계이리라.

염색 세계도 마찬가지다. 천연의 빛깔은 화학의 색보다 더 깊이가 있고, 색상이 은은하며, 느낌과 촉감도 좋다. 때문에 천연염색 제품과 화학염색 제품은 가격의 차이도 크다.


최근 세계 의류시장의 최고급은 천연 옷감에 천연 염색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과학 문명이 발달할수록 천연의 제품이 더 존귀해지는 한 예이다.

우리 나라도 요즘 한창 참살이(웰빙) 바람이 일고 있다. 이는 물질문명과 공해에 찌든 현대인들이 신선한 자연에서 그 돌파구를 찾으려는 친환경 생활운동이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 하여 먹을 거리로 우리 토산품이 대접받듯이, 바야흐로 이제는 입을 것도 우리의 재래 옷감과 고유의 빛깔이 최고로 대우받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 재래의 옷감에 천연염색한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최고 상품으로 평가되는 날이 곧 오리라 믿는다.

이번 회에서는 지난 회에 소개한 소목 염색에 부족한 부분을 덧붙이며 아울러 호장근 염색의 진수를 보여드리고자 한다.

a 황홀한 빛깔은 염색꾼들의 손끝에서 나온다. 아름다운 빛깔을 내고자 염색장에서 꾼들이 삼매경에 빠진 채 한껏 솜씨를 내고 있다

황홀한 빛깔은 염색꾼들의 손끝에서 나온다. 아름다운 빛깔을 내고자 염색장에서 꾼들이 삼매경에 빠진 채 한껏 솜씨를 내고 있다 ⓒ 박도

소목은 소방목, 소방, 단목, 목홍 등 다양하게 불려지며, 생산지는 따뜻한 지방으로 미얀마, 인도, 중국 등지이다. 예로부터 수입하여 널리 사용한 염색 재료로 신라시대에는 ‘소방전’이라는 염색기관을 두었다고 한다.

소목에는 다양한 색소가 들어있는 게 특징으로 그 변화무쌍함이 카멜레온과 같다. 염색 재료는 시중의 한약재상에서 구할 수 있는데, 황갈색이 강하고 광택이 있는 것이 좋다. 좋은 재료라야 화사한 홍색을 얻을 수 있다.

이번 회는 주로 호장근 염색을 소개하고자 한다.

호장근은 호장, 반장, 이상, 반홍조, 범승아 등으로 불리며 우리 나라 전국의 산과 들에서 볼 수 있는 여러 해 살이 풀로서 이뇨, 통경, 진정제로도 쓰인다.

이 날 염색꾼(횡성여성농업인센터 회원)들이 쓴 매염제는 모두 정제된 것으로 물을 오염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a 호장근을 끓인 후 고운체로 염액을 거른다

호장근을 끓인 후 고운체로 염액을 거른다 ⓒ 박도


a 염액이 좋아도 염색할 옷감이 깨끗해야 물이 잘 든다. 염색하기 전에 미리 명주를 깨끗이 빨아둔다

염액이 좋아도 염색할 옷감이 깨끗해야 물이 잘 든다. 염색하기 전에 미리 명주를 깨끗이 빨아둔다 ⓒ 박도


a 염색이 잘 되게 옷감을 펴주고 뒤집어 준다

염색이 잘 되게 옷감을 펴주고 뒤집어 준다 ⓒ 박도


a 물로 헹구면서 염색 상태를 자세히 살핀다

물로 헹구면서 염색 상태를 자세히 살핀다 ⓒ 박도


a 매염을 하고자 백반을 푼 물에 1차 착색된 옷감을 넣고 있다

매염을 하고자 백반을 푼 물에 1차 착색된 옷감을 넣고 있다 ⓒ 박도


a 염색이 끝난 옷감을 그늘에 말린다

염색이 끝난 옷감을 그늘에 말린다 ⓒ 박도


a 염색장에서 말리는 천연염색이 물든 현란한 빛깔의 옷감들

염색장에서 말리는 천연염색이 물든 현란한 빛깔의 옷감들 ⓒ 박도


a 깊고 그윽한 천연의 빛깔들, 누가 이런 빛깔을 만드셨을까?

깊고 그윽한 천연의 빛깔들, 누가 이런 빛깔을 만드셨을까? ⓒ 박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쿠데타 막다 옥살이, 63년 만에 무죄 받아든 아들의 한탄 쿠데타 막다 옥살이, 63년 만에 무죄 받아든 아들의 한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