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부모들이 상복입고 시위 벌인 까닭은

대구 장애인 교육 장례식 열려..."장애인도 교육받을 권리있어"

등록 2004.11.02 21:37수정 2004.11.0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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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승욱

"우리가 바라는 건 대단한 게 아닙니다. 장애인 아이들도 평범한 아이들처럼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뿐입니다."

장애인 아이들을 둔 어머니들이 흰 상복을 입고 시위에 나섰다.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대구DPI 등 대구지역 9개 장애인·교육관련 단체들로 구성된 대구장애인교육권연대(이하 장애인교육연대·공동대표 우정진 외)는 2일 오후 5시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대구 장애인 교육 장례식'을 가졌다.

이날 장례식은 장애인교육연대가 장애인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9개 요구안을 대구시교육청에 제시했지만 시교육청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말부터 2일까지 6일째 시교육청 앞 천막농성을 벌이던 장애인교육연대는 '대구시교육청이 장애인 교육을 포기했다'는 의미로 장례식을 거행한 것.

이날 장례식에는 단체 회원 등 100여명이 '근조 대구 장애인교육'이라 적힌 만장과 피켓을 들고 참석했다. 특히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회원 등은 장애인 교육환경 개선에 '미온적인' 대구시교육청에 항의하는 뜻으로 상복을 입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a 대구장애인교육연대는 2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대구 장애인 교육'의 사망을 알리는 장례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모형 관과 영정.

대구장애인교육연대는 2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대구 장애인 교육'의 사망을 알리는 장례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모형 관과 영정. ⓒ 오마이뉴스 이승욱

초등학교 3학년 장애인 아이를 두고 있는 우정진 공동대표는 "부족한 장애인학교와 학급으로 인해 장애인 아이들은 집 근처의 학교를 다니지도 못하고 먼 거리를 통학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일반 아이들이 집앞 학교를 다니는 것처럼 장애인 아이들도 동등한 교육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교육연대 이연재(민주노동당 대구시당 위원장) 공동대표도 "이 시대 장애인들은 이동권 뿐만 아니라 교육권까지 침해받으며 불편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우리 장애인 아이들도 일반인들과 동등한 교육을 받아 떳떳한 사회의 한 주체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a 대구 장애인교육 장례식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구 장애인교육 장례식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장애인교육연대는 대구지역이 타 지역에 비해 장애인 교육을 위한 재정지원에 '인색한'것으로 보고 있다. 장애인교육연대의 시도별 특수교육 예산 자료에 따르면 전체 예산대비 특수교육 예산이 인천이 4.55%·경기도도 3.9%로 높은 반면 대구는 2.4%에 그쳐 서울(2.6%)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장애인교육연대는 "교육청은 예산문제만을 거론하면서 예산 증액에 미온적인 입장"이라고 비난했다. 장애인교육연대는 오는 2007년까지 총 6%대의 특수교육 예산확보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교육연대는 시지와 범물·지산을 비롯해 반야월·안심 등이 대구지역 내에서도 인구 집중도가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유치부와 중등부·고등부 '특수학급'(일반학교 내 장애인학생 학급)이 전혀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장애인 학생을 둔 부모들은 특수학급 학생들에 대한 방과 후 교육활동이 마련돼 있지 못해 개별적으로 고액의 돈을 지불해가면서 특기적성 교육을 받는 실정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교육청은 장애인 학생들에게 별도로 방과 후 교육활동을 하게 되면 "장애인-일반인 학생간의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바 있다.

이외에도 장애인교육연대는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의 학급당 정원 하향조정 ▲특수교육보조원 확대·배치 ▲특수교육담당 전담 부서 설치 ▲성인 장애인 교육에 대한 실질적 지원대책 마련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 예산 배정 ▲가칭 특수교육발전협의회 구성 등 9개의 요구안을 마련해 대구시교육청의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대구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이재순 장학관은 "시도별 특수교육 예산은 전국 평균이 1.8%로 대구는 그보다는 상회하는 예산반영 비율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미 내년 예산도 2.7%로 반영 비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 장학관은 또 "시지와 안심 지역 등 특수학급이 없는 지역의 경우에도 차츰 (특수학급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인 아이들도 동등한 교육받을 권리달라"
[토막 인터뷰]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우정진 회장

- 상복을 입고 장례식까지 치르는 의미는?
"대구시교육청과 장애인 교육문제를 두고 대화를 했지만 시교육청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의지가 없다는 결론을 내렷다. 결국 시교육청이 장애인 교육을 죽였다는 의미로 퍼포먼스를 기획한 것이다."

- 장애인 학생 교육문제 중 가장 심각한 점은 무엇인가.
"일반 학생들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학교를 다니지 않나. 일반 아이들도 먼 곳 학교를 다니면 불안한데 몸이 불편한 아이를 둔 심정은 더 불안하다. 그나마 중학교 특수학급은 터무니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갈 곳이 없어진다."

- 대구시교육청의 태도는 어떻다고 보나.
"대구시교육감과의 면담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계속 거부해왔다. 겨우 한 차례 면담을 했지만 대구시교육청의 입장만 주장하는 자리였다. 대구시교육청은 우리들이 요구한 9개 요구안 중 하나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애인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의지가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다."

-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가 엄청나고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처럼 동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등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지 않나. 장애인 아이들만 예외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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