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장애인교육권연대, 교육청 점거 농성

"합의서 작성한다더니, 웬 면담서?"

등록 2004.11.05 04:01수정 2004.11.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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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구시교육청 2층 상황실을 점거한채 농성을 벌이고 있는 대구장애인연대

대구시교육청 2층 상황실을 점거한채 농성을 벌이고 있는 대구장애인연대 ⓒ 김용한

대구DPI(대구장애인연맹),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전교조 대구지부, 민주노동당 대구시지부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대구장애인교육권연대(이하 교육권연대)는 대구시교육감과의 면담이 무산된 것에 문제 제기를 하며 4일 밤 100여명이 대구시교육청 2층 상황실을 점거한 채 농성에 돌입했다.

a "특수교육예산 3%는 그렇게도 힘든 일인가?"

"특수교육예산 3%는 그렇게도 힘든 일인가?" ⓒ 김용한

교육권연대는 10월 28일부터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들과 지역의 장애인 단체들이 합세하여 특수교육의 정상운영 촉구, 내년 특수교육 예산 3% 확보 등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었다.

또 지난 2일에는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대구특수 교육에는 희망이 없다"면서 상징적으로 대구 특수교육을 장사지내는 장례식을 거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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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구장애인교육권연대가 점거농성 중인 2층 상황실 전경

대구장애인교육권연대가 점거농성 중인 2층 상황실 전경 ⓒ 김용한

이 과정에서 대구시교육청 교육국장은 집회에 참가한 항의 농성단에게 "성실하게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이에 교육권연대는 대구시교육청측에 4일 오후 2시를 기해 대구시교육감 면담을 잡아줄 것을 요청했고, 급기야 대구시교육청이 이를 수락하여 신상철 교육감과 교육권연대 협상단의 마라톤 협상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 대구장애인교육권연대가 교육청 옆에서 9일째 천막농성하고 있다.

대구장애인교육권연대가 교육청 옆에서 9일째 천막농성하고 있다. ⓒ 김용한

대구장애인교육권연대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합의가 된 줄 알고 일부 학부모들은 집에 돌아갈 정도였는데, 2시간 가량이나 지체하면서 문구를 고쳐온 것이 '예산을 증액한다'를 '예산을 증액하도록 노력한다', '합의서'에서 '면담서'로 둔갑했다"고 항변했다.

대구장애인교육권연대 김재철(전교조 특수교육위원회 위원장) 집행위원장은 이번 점거농성 이유를 "경찰과 교육청 관계자들이 입회한 상태에서 대화가 진행되었고, 일정 부분 합의가 된 것을 교육국장이 실질적인 합의문 작성에서는 당초 원안과는 달리 말 바꾸기로 돌변해 우리도 점거농성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고 더 이상 우리는 교육청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a 상황실 밖에서 점거농성에 돌입하고 있는 장애인단체 관계자들

상황실 밖에서 점거농성에 돌입하고 있는 장애인단체 관계자들 ⓒ 김용한

4일 밤 현재 교육청 2층 상황실에는 장명재 지부장(전교조 대구지부), 이연재 위원장(민주노동당 대구시지부), 대구대 특수교육학과 학생들과 장애인 등 70여명이 연대해 대구시교육청 교육국장 문책과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항의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감 면담에 참석했던 박용주(전교조 대구지부 특수교육위원회) 자치국장은 "교육감 면담 과정에서도 수용되었던 7개 가량 요구들조차도 교육국장 문안에는 전면 수정된 안으로서 탈바꿈한 것이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고 분노하였다.


a 질라라비장애인야학생, 대구대특수교육학과 학생, 성인 장애인들이 함께 점거농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질라라비장애인야학생, 대구대특수교육학과 학생, 성인 장애인들이 함께 점거농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 김용한

이번 교육감 면담 과정에서 합의가 도출되지 못하고, 의견이 상충된 것에 분노한 대구장애인교육권연대는 향후 투쟁방향을 잡느라 고심하는 눈치였다.

또 장애인 20여명도 농성에 가담하면서 비장한 각오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대구대학교를 다니는 장애인 송철민군은 "장애인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마음놓고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며 "우리 후배들이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김재철 집행위원장은 "말 바꾸기로 일관하고 있는 대구시교육청의 작태를 보니 한심스럽다"고 비난하면서 "5일부터 장애아동을 둔 학부모들의 등교거부 투쟁, 장애인단체와 시민단체 등과 연계한 연대투쟁의 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a 11월 3일, 대구장애인교육권연대 회원들은 촛불로서 항의시위를 가졌다.

11월 3일, 대구장애인교육권연대 회원들은 촛불로서 항의시위를 가졌다. ⓒ 김용한

대구장애인교육권연대는 ▲ 2005년 특수교육 예산을 전체 교육예산의 3% 이상 확대 ▲ 특수학교 및 학급의 학급당 인원수 실질적인 적정인원 배정 ▲ 유치부, 중등부, 고등부 특수학급을 신설 혹은 증설(특히, 시지, 범물지산, 안심/반야월, 성서, 달성, 상인 지역) ▲ 특수교육보조원을 확대 배치 ▲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을 위한 방과 후 교육활동 지원 ▲ 교육청 내 특수교육담당 전담 부서 설치 및 중·장기적인 특수행정과 계획수립 요구 ▲ 성인 장애인 교육에 대한 실질적 지원책을 강구 ▲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을 위한 예산 배분 ▲ 대구특수교육정상화를 위한 관련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가칭)특수교육발전협의회' 구성 등 9가지 계획안을 제시하고 있다.

장명재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해결책은 없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구시와 특수교육의 주체들이 힘을 합쳐 지혜를 모아 가는 것과 (가칭) 특수교육발전협의회를 상시적으로 운영해 특수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를 검토해 나가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갈등구조에 대해 "대구가 입시교육, 학벌위주 교육으로 일관하려는 자세가 대구특수교육에 대한 몰이해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교육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a 대구특수교육의 근조를 알리는 패널들이 놓여 있다.

대구특수교육의 근조를 알리는 패널들이 놓여 있다. ⓒ 김용한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현재의 장애인 문제는 전국적인 상황으로, 예산이 가장 먼저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문제이다"고 언급을 하면서 "예산만 책정된다면 우리도 망설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다른 도시보다는 월등하다고 할 수 없으나 다른 도시 못지않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항변한 바 있다.

한 학부모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자녀들이 마음놓고 교육받길 원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권연대 소속 회원들은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황실 안팎 복도에서 합의사항 준수를 촉구하며 농성을 진행 중인 상태여서 양측의 대응책과 사태 해결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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