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90

숨겨진 비밀 (8)

등록 2004.11.05 13:19수정 2004.11.0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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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공자가 환세음양단을 복용치 않았던 것은 그래봤자 늘어나는 내공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은자가 한 냥뿐인 사람에게 백 냥이 생기면 재산이 백배가 늘어나는 것이지만, 백만 냥을 희롱하는 사람에게는 푼돈밖에 안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 이치이다.


그렇다면 왜 철룡화존과 철기린은 복용했을까?

그들은 내공이 늘어나는 것보다는 정력이 막강해진다는 효용에 더 큰 가치를 두었기에 복용한 것이다.

곽인열은 분명 색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들과는 씨가 다르다. 그는 여색에 담담한 성품인지라 지금도 동정(童貞)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정력증강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복용치 않고 지니고 있었던 것이고, 별 필요를 느끼지 못하였기에 서슴없이 이회옥에게 먹인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가 자신의 조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이었다.


며칠 전, 무언공자는 조만간에 벌일 일을 보다 완벽하게 하기 위해 홀로 숲 속을 거닐고 있었다. 그곳은 군화원의 담장 밖에 조성된 울창한 송림(松林)이었다.

비교적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곳이기에 홀로 사색하기에 딱 좋아 가끔 들리던 곳이다. 그러던 중 웬 여인을 발견하였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리 특출하지는 않은 여인이었다.


걸치고 있는 의복으로 미루어 군화원 여인 같은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산책을 나왔으면 여기저기 거니는 것이 정상이건만 석등(石燈) 앞에서만 얼쩡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송림 안에 여러 개의 석등이 있지만 그것은 다른 것과 약간 달랐다. 다른 것들은 연꽃이 둘러진 아래받침돌 위에 쌍 사자가 윗돌을 받치고 있는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지만 그것만은 사자 대신 합장한 비구(比丘 : 승려)가 조각되어 있는 것이었다.

여인은 석등을 자빠트리려는지 이리저리 밀쳐보고 있었다. 할 일이 없어도 그렇지 왜 멀쩡한 석등을 밀치겠는가?

하여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즈음 군화원의 문이 열렸고, 두 여인이 나와 그녀를 데리고 들어갔다.

석등을 밀치던 여인은 조연희였다. 자신을 바라보던 철기린의 징그러운 시선 때문에 혹시 일을 당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이회옥이 가르쳐주었던 비밀 통로를 찾으려 나왔던 것이다.

그녀를 데리고 들어간 두 여인은 물론 곽영아와 이형경이었다.

아들이 안전한 은신처가 만드는 중이라면서 조만간 빼주겠다면서 기다리라 하였는데 상의 없이 나가버리면 될 일도 안 될 것 같기에 다시 데리고 들어간 것이다.

어쨌거나 세 여인이 사라진 뒤에도 곽인열은 한참 동안이나 움직이지 않았다. 셋 가운데 나이든 두 여인이 왠지 낯이 익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밤, 군화원주인 곽영아는 깊은 잠에 취해있다 소스라치며 깨어났다. 억센 손이 입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둘은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오랜 세월 헤어져있던 남매의 감격적인 해후였다.

이날 비로소 이회옥이 조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가 잡혀가자 지체 없이 누이와 이형경을 모종의 장소로 빼돌렸다. 물론 조연희도 포함되어 있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긴 나중에 하자.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그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라! 알겠느냐?”
“예, 죄송합니다. 심려를 끼쳐드려서…”

“좋아, 그건 그렇고 말은 어찌 되었지?”
“언제든 끌고 올 수 있을 겁니다.”

“그래? 좋아, 일어나는 대로 준비해봐.”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숙였던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이회옥은 외삼촌이 사라지고도 한참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있었기에 이번 위기를 넘겼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고, 괜스레 마음 든든해졌기 때문이다.

‘아차! 어머니를 어디에 모셨는지 여쭤봤어야 하는데…’

자리에 누우려던 이회옥은 깜박 잊었다는 듯 제 이마를 쳤다. 잠시 후 그는 또 한 번 제 이마를 치며 쓴웃음을 지었다.

외삼촌이 요구한 말은 장일정에게 있으니 그에게 가져오라는 말만하면 되는데 그것을 깜박 잊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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