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91

숨겨진 비밀 (9)

등록 2004.11.08 12:36수정 2004.11.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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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 계집이 맞느냐?”
“마,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런 병신 같은…, 맞으면 맞는 거지 맞는 것 같은 것은 뭐냐? 다시 확인해. 이 계집이 정말 그 계집이 맞아?”
“아,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금삼(錦衫)을 걸친 사내의 표정이 사나워지자 청삼을 걸친 사내는 얼른 병상에 누워있는 사라의 이불을 걷어냈다. 그러자 허연 붕대로 칭칭 감은 복부가 드러났다.

호옥접이 탁월한 부술(剖術)로 상처를 꿰맸고, 신묘한 약효를 지닌 금창약을 발랐다. 따라서 벌써 다 나았어야 하는데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을 몰래 먹는 바람에 꿰맸던 곳이 덧났다. 그 결과 여전히 붕대를 감고 병상에 누워있는 것이다.

이 순간 사라는 느닷없이 들이닥친 괴한들의 흉흉함에 질려 비명이나 고함조차 지르지 못할 정도로 겁에 질려있었다.

저녁을 먹은 이후 간호를 한답시고 들이닥친 유라 때문에 사라는 졸린 데도 잠을 잘 수 없었다. 한시도 쉬지 않고 조잘댔기 때문이다. 그러다 연신 하품을 하던 유라가 졸립다고 나가고 사방이 조용해지자 스르르 잠이 오던 터였다.


이때 누군가 들어오려는 기척이 감지되자 또 지겨운 탕약을 먹이려나 싶어 일부러 잠든 척 눈을 감고 있었다. 예상대로 누군가가 들어왔는데 약 먹으라는 소리 대신 마혈을 제압했다. 하여 말은 할 수 있어도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향주님, 이년이 맞습니다. 분명 그 계집입니다. 당시 와룡곡 곡주께서 이년의 배를 밟아 터트리는 것을 분명히 보았거든요.”
“그으래…? 이 계집이 맞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분명 이 계집입니다.”
“좋아, 그렇다면 이곳이 악(惡)의 거점(據點)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군. 너희는 밖에 대기 중인 대원들로 하여금 이곳을 완전히 포위하도록 해라. 연후에 본좌가 향전(響箭 : 화살대 중간에 구멍을 뚫어 쏘아 올리면 날카로운 소리를 내게 하는 신호용 화살)을 쏘아 올리면 지시한 대로 움직이도록. 알겠느냐?”

“존명!”
“좋아, 이놈들은 우리 와룡곡 형제들을 도륙낸 놈들이니 한 놈도 놓쳐서는 아니 될 것이야.”

“물론입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습니다.”
“좋아. 그럼 이만 나가보도록!”
“존명!”

괴한들이 모두 사라지자 금삼을 걸친 사내는 공포에 떨고 있는 사라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도를 뽑아들었다.

“크흐흐! 인물이 반반해서 웬만하면 빼돌리려 했지만 네년들이 한 일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지. 자, 이제 죽을 시간이야.”
“아, 안 되요. 사, 살려주세요. 제, 제발…!”
“흥! 어림도 없는 수작. 죽엇!”

말을 마친 사내는 붕대가 감겨있는 사라의 배에 도를 박아 넣었다. 그리고는 가로로 길게 그어 버렸다. 그와 동시에 비릿한 혈향(血香)이 풍겼고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악! 아아아악!”
“크흐흐! 아프냐? 아파도 할 수 없지. 잘 가라. 이잇!”

사내의 도가 이번엔 세로로 그어졌다. 그러자 시뻘건 선혈이 솟구치면서 사라의 오장육부가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으아악!”
“많이 아프지? 크흐흐! 본좌가 특별히 신경 써서 더 이상 아프지 않도록 해주마. 이잇!”
퍼억―!
“끄윽!”

사내의 도가 가냘픈 목을 스치자 시뻘건 선혈이 솟구침과 동시에 사라의 수급이 동체에서 떨어져 버렸다.

상처만 나으면 고향인 탑리목 분지로 돌아가 이번 중원행에 혁혁한 전공을 세운 청년과 혼례를 올리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던 꿈 많던 소녀가 허망하게 이승을 하직한 것이다.

“크흐흐!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중얼거리며 병사(病舍) 밖으로 나온 사내는 품에서 화섭자(火攝子)를 꺼낸 뒤 향전에 불을 붙이고는 허공으로 쏘아 올렸다.

쐐에에에에에에엑!

한줄기 불빛과 더불어 날카로운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지자 기다렸다는 듯 담장 밖에서 엄청난 수효의 화전(火箭 : 불화살)들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쐐에에엑! 쓔우우우웅! 쒸이이이익! 고오오오!
퍼퍽! 퍼퍼퍼퍽! 퍽! 퍼퍼퍽! 퍼퍼퍼퍽!
“아앗! 이게 뭐냐? 불이야! 여기 불이 났다. 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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