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골 다랑논에서 벼를 베고 있는 김판문 노인.오창석
논에서 부인과 함께 벼베기를 하고 있던 김판문(71) 할아버지를 만났다.
“암, 여그서 태어나서 살았제, 웃대 조상님들 선영도 여가 있는디 여그서 죽을 것이여. 결혼함서도 아부지한테 땅 한 마지기도 못 받았어. 노가대 한 십년 해서 여그 논 다섯 마지기 샀제. 요 논 부쳐 묵은 지가 한 삼십년 넘었구만.”
'공중배미'를 확인하기 위해 “여기 논 끝이 공중에 떠 있는 것 아닌가요?” 여러 번 물었다. 그 때마다 귀찮은 듯 아니라고 대답하다가 나중에는 꼭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마냥,
“아 이 사람아 다 똑같어, 쪼끔이라도 더 넓힐라고 그란 것이제.”
마지못해 머쓱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그러면서 구석의 큰 바위 옆에서 햇볕도 못 받는 작은 논배미를 놓고는,
“저것은 산 것이 아니여, 내가 돌 굴리고 흙 날라서 맨든 것이여” 하고 대여섯 번은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