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이 실제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은?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 <금쪽같은 내새끼>와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주인공은 치매의 한 종류인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 환자다.
가족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질병인 '치매'는 65세 이상의 10%, 80세 이상 노인층에게는 50% 이상 발병할 수 있지만, <꽃보다 아름다워>의 고두심씨처럼 40~50대에도 발생할 수 있다.
이날 발표자들은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주인공인 손예진이 알츠하이머병, 즉 노인성 치매 현상을 앓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발표자로 나선 박혜영씨는 "20대가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며 "세계적으로 보고된 최연소 질환자의 나이는 28살인데, 영화 속 주인공 손예진씨는 26세로 나온다"며 설정이 다소 현실성에서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치매에 대한 오해와 진실
또 이들은 치매에 대한 몇 가지 오해도 소개했다.
첫째는 "치매에도 약이 없다"는 말. 하지만 4명 중 한 명은 고혈압, 동맥경화 등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치료를 받으면 예방할 수 있다. 또 "고스톱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종합적인 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독서가 훨씬 더 효과가 좋다"고 밝혔다.
또한 "술이 치매를 재촉한다"는 속설에 대해서는 "적당한 음주는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매일 1~3잔의 술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절반밖에 안된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한편 "건망증은 치매의 초기 증상"이라는 속설에 대해서는 "건망증은 일시적으로 기억을 못하는 현상이지만, 치매는 판단력과 통찰력 등 전반적으로 지적 능력에 이상이 있는 것"이라며 둘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백혈병, 여배우가 가장 예쁘게(?) 죽는 질병
드라마 <가을동화>의 송혜교처럼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가장 예쁘게 죽는 질병 중 하나인 '백혈병'. 드라마에서 이 질병에 걸리며 환자로부터 골수를 채취, 동일한 성질의 골수 기증자를 찾아 골수 기증 받는 장면이 등장한다. 또 골수를 채취하는 장면에서 주인공은 항상 고통을 호소해 주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런데 골수를 채취할 때 정말 아플까?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골수는 엉덩이뼈에서 채취하기 때문에 통증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는 전신 마취로 수면 상태를 만든 다음 골수를 채취하기 때문에 아프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며 "일반적으로 골수 기증자는 다음 날 곧바로 귀가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골수를 채취할 때 환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기 때문에, 골수기증자 또한 저만큼의 고통을 겪으면서 자신의 골수를 제공해야 된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남자 주인공이 가장 잘 걸리는 병, '기억상실'
현재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의 지성, <겨울연가>의 배용준 등 남자 주인공이 주로 앓는 병은 해리성 기억장애, 즉 기억상실이다.
발표자들은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의 단골 질병인 기억상실증은 사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시기로는 사춘기나 청년기에 잘 걸린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자들은 "대중매체 속의 다양한 질병 및 의료를 소개, 그에 대한 오해를 지적하고, 그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현실 등 매체에서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점들을 한번쯤 고민해 보자"는 취지에서 이 학술대회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 | "드라마 속 의료 정보, 많이 정확해졌다" | | | |
| | ▲ 좌측부터 김나영, 박혜영, 최소명씨 | | | '드라마 속의 질병'을 준비·발표한 김나영, 박혜영, 최소명(본과 2학년)씨를 만났다.
- '드라마속의 질병'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학술제를 개최하면서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재를 찾다 보니 이 주제를 고민하게 됐다. 사실은 드라마를 많이 보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준비했는데, 이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아 다소 아쉽다."
- 드라마 최다 출연 3대 질환을 '치매, 백혈병, 해리성 기억장애'로 정리했다.
“특별한 기준이 있었던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질병이기도 하고, 드라마 홈페이지나 인터넷을 뒤져 보면 이와 같은 질병이 주로 거론된다. 예전에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앓는 병은 주로 기억상실, 백혈병 등으로 한정되었지만, 최근에는 안암, 특발성 폐섬유증, 간질환 등 많은 병명이 등장하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쉽게 시민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질병을 골랐다."
- 드라마속에서 의사들의 진료 장면이 많이 나온다. 오류나 수정할 점이 있다면?
“요즘은 인터넷이 워낙 발달했기 때문에 조금만 오류가 있어도 게시판에 많은 의견들이 등록된다. 드라마를 만들 때 아마 전문가 자문 등을 많이 구하는 것 같다. 그래도 조금씩 실수는 보이는데 <남자가 사랑할때>라는 드라마에서 박예진은 난소암에 걸린다. 원래 의사는 병명을 본인에게만 알리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박예진의 애인인 고수에게도 이 병명을 알리는데 그것은 원칙에 위배된다."
- 최근 드라마 주인공으로 의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너무 현실과 동떨어지게 의사는 무조건 좋다라는 이미지로 그려지는 것 같다. 의사라는 이미지가 좋기는 하지만, 현실은 너무 힘들고 고달픈 직업이다. 이 점을 고려해줬으면 한다." / 허미옥 기자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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