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비정규교수, 우여곡절 공동수업 진행

연극공연·스트레칭·비정규직 이야기 등 풍성

등록 2004.11.25 13:14수정 2004.11.2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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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함께사는 세상'이 공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극단 '함께사는 세상'이 공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허미옥
지난 24일 오후 5시 사회대 132호 강의실. 한국비정규직 교수노조 경북대 분회(이하 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 분회)에서 준비한 제1회 '우여곡절'('우리 여기서 곡(공)부를 넘는 공부를 절(즐)기자'의 줄임말) 공동수업. '비정규직, 당신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딱딱한 분위기와 학술적 용어들로만 가득 차 있던 기존의 수업방식을 떠나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연극공연, 비정규직의 삶, 영상물 상영, 자유발언대와 몸짓패 공연과 더불어 잠시 자투리 시간에는 스트레칭 시간까지 곁들여졌다.

첫 프로그램은 극단 '함께 사는 세상'의 <지키는 사람들>. 신자유주의 고용정책 속에 비정규직으로, 하청의 하청으로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들, 하루살이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 속에서 그리고 우리 자신의 삶 속에서 절망이 아닌 또 다른 희망을 찾겠다는 내용이 공연되었다.

깔끔하고 멋진 환경이 갖춰진 사무직 노동자의 삶이 아닌, 각종 잔업, 특근으로 힘들어하는 현장 노동자와 용역노동자간의 따뜻한 정을 그렸다.

"노조활동 결과, 생전 구경도 못하던 상여금까지 받았다."

전국여성노조 경북대 미화원 분회 도재금 분회장
전국여성노조 경북대 미화원 분회 도재금 분회장허미옥
다음으로 준비된 내용은 전국여성노조 경북대 미화원 분회 도재금 분회장이 노조에 가입한 뒤 해고통지서를 받고 다시 복직하기까지의 과정을 재미있게 설명했다.

"가방끈이 짧아서 조리있게 이야기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야기해보겠다"면서 시작한 도 분회장의 걸쭉한 사연에 참석자 대부분은 웃기도 하고, 때론 숙연해지기도 했다.


도 분회장은 "3년 동안 싸운 결과, 여성 미화원의 정년도 65세까지 연장되었고, 임금도 제대로 받고 생전 구경도 못하던 상여금도 나오더라"며 "비정규직 교수들은 정말 억울할 것이다. 비정규직이 아니라 직접 고용형태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구MBC 포커스 인 방송장면
대구MBC 포커스 인 방송장면허미옥
한편 비정규 교수 문제를 다룬 대구문화방송 포커스인(11월 8일 방송분/도건협 기자)을 상영, 비정규교수와 정규교수간의 임금, 연구환경의 차이를 조목조목 제시하기도 했다.


3분 발언대, 비정규교수, 대학원생, 대학생들이 쏟아놓은 말말말.

비정규 교수노조 김명석(철학과)씨
비정규 교수노조 김명석(철학과)씨허미옥
한편, 이 수업에 참석한 비정규 교수, 대학원생, 대학생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두고 다양한 주장을 쏟아내기도 했다.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은 비정규 교수 김명석(철학과)씨는 "대학 시절 좋은 학생이 되고 싶어서 좋아하는 선생님 연구실도 훔쳐보곤 했었다"라며 "좋은 학생이 안 되니, 좋은 선생이 되고자 현재 이 길을 걷고 있지만, 개인적이 노력만으로 좋은 선생이 될 수 없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결국 "좋은 선생이 될 수 있는 길을 막는 제도가 '비정규교수' 제도였으며, 이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이용식씨
경북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이용식씨허미옥
사회학과 박사 과정이면서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이용식씨는 "스리랑카 노동자에게, 한국인 노동자에 비해 차별을 받는 이유는 피부색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쇠 수세미로 손을 밀면서 까지 피부색을 바꾸려고 했다"는 이야기에 비정규 교수의 문제를 비유하기도 했다.

이씨는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수와 비정규교수간에 분명한 차이는 있다. 하지만 그 차이로 임금이나 연구공간의 열악한 차별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라며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나라와 사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비정규 교수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보고 싶다"던 전자전기 컴퓨터학부에 재학 중인 오준석(01학번)군은 "동화 중에 강아지가 집주인을 구하고 죽은 우화가 있다"라며 "이 이야기에서 생략된 부분은 집주인과 강아지가 얼마만큼 좋은 관계를 쌓았는가"라고 강조했다.

경북대 전자전기 컴퓨터학부 오준석군
경북대 전자전기 컴퓨터학부 오준석군허미옥
"집주인과 강아지가 서로 으르렁 거리는 관계였다면, 집에 불이 나서 주인이 위험에 처해도 강아지는 집주인을 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비정규 교수가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을 책임지고 있는데, 이 분들이 더 열심히 강의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동화를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 교수 노조 경북대 분회, 현재 파업 찬반투표 중
오는 12월 4일(토), 비정규 교수의 날 예정


비정규 교수 노조 경북대학교 분회는 지난 10월 14일부터 경북대 본관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으며 24일(수)부터 파업찬반투표에 들어갔다. 경북대 분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노동위원회 조정신청을 한 상황이고, 조정기간이 지나면 파업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행동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수업환경개선 ▲교육환경개선위원회 설치 ▲강의/연구/학생지도환경개선 ▲노조활동 보장 ▲1년 계약 월급제와 교직원에 준하는 복리후생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수업에 대해 비정규교수 노조 경북대 분회 신은화(철학과)씨는 "실험적 방식의 수업이었는데 걱정했던 것에 비해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라며 "사회 주요한 문제를 두고 다양한 방식, 즉 연극, 영상,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괜찮았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경북대 분회는 12월 4일(토) 경북대 복지관에서 비정규 교수의 날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부터 경북대 백호관 강당에서는 '대학개혁과 비정규직 교수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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