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문규현·홍근수 상임대표, 이하 평통사)은 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상 문제와 관련해 차영구 전 국방부 정책실장과 위성락 전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등 5명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오마이뉴스 유창재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문규현·홍근수 상임대표, 이하 평통사)은 2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상과 관련 차영구 전 국방부 정책실장 등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날 고발된 사람은 용산기지 이전협정의 한국 협상팀 대표였던 차 전 실장을 비롯해 위성락 전 외교통상부 북미국장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김숙 외통부 북미국장, 서주석 NSC 전략기획실장 등 5명이다.
이들은 지난 1990년 MOA(합의각서), MOU(양해각서)가 국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직무를 유기했다는 내용으로 고발됐다.
고발장에 따르면 차영구 전 정책실장이 용산협상 수석대표의 지위에 있으면서 미국이 용산협상 전 과정에서 다수의 고위직 법률가들의 철저한 자문 및 참여 하에 협상에 나선 것에 비해, 우리측은 김형동 법무관을 포함한 국방부 법무관실 법무관 2명만을 협상에 참여시키면서 문제가 됐다.
특히 지난 2003년 11월 18일자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용산기지 이전협상 평가결과 보고서'에 의하면 국방부 정책실(미주정책과 용산기획반)은 협상과정에서 법적 자문을 맡은 김형동 법무관(국제공법담당관)이 제기한 '90년 용산협정의 위헌, 위법성'에 대한 법률 의견을 묵살했고, '용산기지 이전협상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이례적인 검토 보고서를 제출토록 압력을 가했다고 한다.
더구나 국방부 정책실은 김 법무관에게 시민단체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의 법률검토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김 법무관은 '시민단체의 주장이 다 맞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제출하게 됐다. 그러자 국방부 정책실은 10여 차례에 거쳐 '곤란한 내용을 다 빼고 다시 작성하라'고 압력을 가해, 결국 김 법무관은 압력을 견디다 못해 정책실의 요구대로 의례적인 검토보고서를 제출하게 됐다.
이후 김 법무관은 직무유기로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해 2002년 10월 22일 '용산사업추진을 위한 용역비 제공 등에 관한 법적 검토'라는 비공식 검토보고서를 제출했다고 진술했다는 내용이 고발장에 담겨있다.
이외에도 차 전 정책실장은 위성락 전 외통부 북미국장과 함께 지난 2003년 4월과 6월, 7월에 열린 1, 2, 3차 미래한미동맹정책회의(FOTA)에 정부로부터 대표로 임명받은 바 없이 독단적으로 한국 측 협상 대표로 참석했다.
차 실장은 2003년 8월에 열린 4차 FOTA회의에서부터야 외통부 장관으로부터 협상대표로 승인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정부대표 및 특별사절의 임명 및 권한에 관한 법률 제3조 또는 제5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고발장에서 밝혔다.
지난 1월부터 용산협상을 총괄 지휘하는 반기문 외통부 장관에 대해서는 7차 FOTA회의부터 협상대표로 있는 김 숙 북미국장과 함께 1990년 MOA와 MOU가 국내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위성락 전 외통부 북미국장과 서주석 NSC 전략기획실장은 위와 같은 직무유기 혐의와 MOA와 MOU의 위헌성을 시정해야할 직무를 교묘한 방법으로 유기하고, 대통령과 상부에 허위보고를 목적으로 거짓 내용의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가 적용됐다.
"3조9571억원 달하는 막대한 용산기지 이전비용 내야하는 손해 두 눈뜨고 보는 꼴"
고발장은 홍근수 평통사 상임대표와 김지태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읍대책위원장, 정광훈 민중연대 대표, 한상렬 통일연대 대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윤현수 평택참여자치연대 전 공동대표 5명의 명의로 작성됐으며,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됐다.
고발인들은 "만일 용산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협상대표단의 위법사실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주요정책결정과 수행과정에서 책임행정을 구현할 수 없다"며 "3조9571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용산기지 이전비용을 우리가 내야하는 손해를 두 눈뜨고 보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근수 평통사 상임대표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용산·LPP협정의 국회비준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우리는 '미국에 백지위임' 굴욕협상을 해놓고 '최선의 협상'이었다고 강변하면서 국민과 국회를 기만하는 협상대표단을 처벌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용산협정은 지난 1990년 합의각서(MOA)와 양해각서(MOU)의 위헌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핵심적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고 기지 이전원칙과 시설 내역 등에서 오히려 불평등 요소가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평통사는 용산기지 이전협상이 국방부 정책실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반미주의자이므로 개입을 최소화시킨다', '90년 합의 문서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협상이 진행될 수 없다', '용산기지 이전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등의 내부적 기조에 따라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홍 상임대표와 김지태 미군기지확장반대 평성읍대책위원장, 진관 스님, 박용일 민변 소속 변호사 등 2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