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노조탄압" 파문에 "위장취업" 맞불?

용인 수지점 여성 계산원 노조창립...사측 "기획노조다"

등록 2004.12.27 19:52수정 2005.01.1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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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삼성의 친족 기업인 신계계 이마트 수지점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들이 최근 노조를 창립한 이후 '노조탄압'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사측이 일부 노조원의 '위장취업' 문제를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노조측은 사측이 노조탈퇴 강요 등 노골적인 노조파괴공작을 벌이고 있다며 부당 노동행위로 제소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사측은 특정 노조원이 노조설립을 위해 위장취업을 했다며 27일 해직조치를 내려 파문이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민주노총 경기지역일반노동조합(위원장 이선규, 이하 경기일반노조)에 따르면 용인시 신봉동 이마트 수지점에 근무하는 여성 계산원 56명 가운데 22명은 지난 21일 오후 경기일반노조 용인지부 이마트 수지분회(분회장 최옥화)를 창립했다.

비정규 여성 계산원들 근로조건 등 개선 위해 노조창립

이마트 수지점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들이 노조를 결성한 것은 전국 73개 이마트 점포 가운데 처음 있는 일이다.

노조측은 "여성 계산원들은 1년짜리 계약직으로 월 70여만원의 임금을 받으며 연장근무, 고용불안 등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생리·연월차 휴가도 없이 근무해왔다"면서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오후 경기일반노조의 노조탄압 규탄 기자회견 모습.
지난 24일 오후 경기일반노조의 노조탄압 규탄 기자회견 모습.경기일보 제공
그러나 노조측은 "노조가 창립된 지 2시간 이후부터 사측 관리자들은 이른바 면담을 통해 노조탈퇴를 강요하는 등 무자비한 탄압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측은 특히 "사측이 노조 창립 당일 마감 조가 끝나는 시간인 자정 이후부터 새벽 1시가 넘도록 여성조합원들의 퇴근을 막고 보안직원들의 감시아래 노조탈퇴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측은 또 "노조창립 다음날인 22일부터 회사측이 조합원들에게 일을 주지 않고 근무대기실에 붙잡아 놓은 채 수 차례 면담을 진행했다"면서 "회사측은 이를 위해 경기 수원·분당점 등에서 인력을 지원 받아 계산업무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회사측 노조설립 직후 노조탈퇴 강요"

이에 따라 경기일반노조 소속 조합원 등 50여명은 지난 24일 오후 용인시 신봉동 이마트 수지점 앞에서 노조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신세계 이마트는 야만적인 노조파괴공작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옥화 분회장은 "한 조합원은 사측 관리자들에게 다섯 번이나 불려가 노조탈퇴를 강요당했다"며 "일부 조합원들에게는 가족과 친척까지 동원해 노조탈퇴를 강요하는 등 노조파괴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분회장은 "이로 인해 일부 여성 노조원들이 불안을 느껴 노조를 탈퇴했다"면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사측과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에서 한 노조원은 "우리는 그동안 결근 없이 열심히 일해 왔다"면서 "저임금과 고용불안 등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한 이후 사측은 노조 탈퇴서를 들이밀며 상상을 초월한 탄압을 하고 있다"고 울음을 터트렸다.

경기일반노조 조합원 등 50여명 규탄기자회견...위원장 항의삭발

이선규 경기일반노조 위원장은 규탄사에서 "이마트 수지점 안에 감금된 조합원들이 살려달라고 전화를 해왔다"면서 "이마트 수지점장은 노조탈퇴를 강요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노조원들이 오죽했으면 살려달라고 했겠느냐"고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경기일반노조 이선규 위원장이 노조탄압에 항의해 삭발을 하고 있다.
경기일반노조 이선규 위원장이 노조탄압에 항의해 삭발을 하고 있다.경기일보 제공
정형주 민주노동당 경기지부장은 연대사에서 "이곳 현장에 와보니 이마트는 비정규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착취해 회사를 발전시킨 것 같다"면서 "이제 그 실상이 알려지자 이를 막아보겠다고 방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경희 용인시의원도 이날 회견에 참석해 "여성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짓밟고 괴롭히는 이마트는 정신차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회견이 끝날 무렵 이선규 위원장은 이마트의 노조탄압에 대한 항의표시로 삭발을 단행했으며, 일부 조합원들은 이마트 수지점으로 들어가려다 정문 앞에 미리 배치된 100여명의 보안직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기일반노조 윤경선 부위원장이 목과 가슴 등에 전치 2주의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노조측은 이번주중 이마트 경영진을 부당 노동행위 혐의로 노동당국에 제소할 방침이다. 윤 부위원장은 몸싸움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이마트 수지점 보안직원 2~3명을 경찰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이마트 운영사인 신세계 측은 "여성 계산원들에게 노조를 설립한 이유 등을 확인하기 위해 관리자들이 면담을 실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노조탈퇴를 강요한 적은 없다"며 노조측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사측, 노조주장 부인..."민주노총서 위장취업 했다" 주장

신세계 측은 특히 "민주노총 노조원이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들의 노조를 만들기 위해 위장취업을 해서 들어왔다"며 특정 노조원을 지목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신세계 홍보팀 관계자는 "민주노총은 최근 범 삼성가 기업에 노조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이런 목적에 따라 노조원 가운데 이아무개씨가 노조를 만들기 위해 위장취업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씨가 위장취업을 했다는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공개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공개하긴 곤란하다"면서 "당사자에 대해서는 27일 직권으로 해직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외부에서 사람이 들어와 만든 기획노조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며 "회사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직원들의 요구를 처리하고 있는 만큼 여성 계산원들도 노사협의회에 요구사항을 제시하면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경기일반노조 사무국 관계자는 "노조설립은 노동자들의 당연한 기본권리인데도 특정인을 지목해 위장취업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스운 얘기"라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측의 노조탈퇴 강요로 인해 전체 노조원 22명 가운데 18명이 탙퇴했으나 노조는 아직 건재하다"면서 "앞으로 회사측의 노조탈퇴공작 실태를 파악해 알려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회사와 노조측은 26일 밤 근무조건개선 등 노조원들의 요구사항을 개선해나가고, 여성 노조원들에 대한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합의각서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노조측이 27일 각서의 법적 효력 등을 문제 삼아 이를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7년 4월 삼성그룹에서 분리 독립한 뒤 고 이병철 회장의 딸인 이명희씨가 회장을 맡고 있는 신세계그룹은 93년 11월 최초로 이마트 창동점을 설립한 이후 현재 전국에 73개 점포를 거느리고 있으며, 용인 수지점은 지난해 8월 21일 개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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