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은 구동존이(求同存異)의 해로"

[인터뷰] 민족문학작가회의 염무웅 이사장

등록 2005.01.03 19:27수정 2005.01.0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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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역 원로라고 할 수 있는 민족문학작가회의 염무웅 이사장(영남대 독문과 교수)이 3일 오후 대구CBS 라디오세상읽기(FM 103.1Mhz, 진행: 김용락, 제작: 방주화·이동유)와 신년 대담을 가졌다.

염무웅 이사장은 이날 대담에서 “2004년 당동벌이(黨同伐異)해를 극복하고 2005년은 구동존이(求同存異)해를 만들자"며 “정치적 자폐증 현상과 비유될 수 있는 대구·경북 지역의 정치 성향을 탈피하자"고 주장했다. 한편, 우리 민족이 가져야 할 희망과 바람으로 “외세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평화 구조"를 강조했다.

다음은 진행자인 김용락씨와 염무웅 이사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인터뷰에 앞서 염무웅 교수님을 소개하겠습니다.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이며, 영남대 독문과 교수이고, 전 창작과 비평사 발행인·편집인입니다. CBS 시청자 여러분에게 새해 인사를 해 주시죠.
"CBS 청취자 여러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요즘 "부자되세요"라는 인사를 많이 하던데요. "부자 되세요"라는 인사를 듣거나 볼 때마다 ‘참 세상은 야박하게 돌아가는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 매년 새해를 어떻게 맞이하고 계십니까?
"우리집은 요즘 양력설에 차례를 지내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음력설을 지내기도 했죠. 하지만 자식들이 커서 양력 설이 되어야만 집으로 모두 올 수 있었기에 60년대 초에 양력 설로 바꾸었습니다. 온 가족이 모이기 위해 어쩔 수가 없죠.

10여년 전에 다시 음력설로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30여년 동안 굳어진 관행을 바꾸기 어려웠습니다. 가족 회의를 통해 양력설은 시집에서 모이고, 음력설은 며느리들이 친정으로 가는 형태로 바꾸었습니다. 며느리들이 계속 ‘양력설'을 보내자고 주장해서, 가족회의에서 합의를 봤습니다."

경제,사회적 양극화의 정치적 반영 → 정치적 견해 양분화


- 묵은 해를 회고하신다면,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은?
"가장 심각한 것이 경제적 침체였고, 특히 서민들에게 그 부담이 집중된 것이겠죠. 사실 경제는 어렵다고는 하지만 부분적인 과소비는 있었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는 빈부 격차뿐만 아니라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탄핵, 총선 등의 정치 현상을 보면 국민들의 의견 또한 양분화되고 있죠. 정치적 견해가 양분화되는 현상은 경제·사회적 양극화의 정치적 반영이었다고 할 수 있구요, 단시일내에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국가 정책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좀 더 중점을 둬야 할 것 같습니다."


- 2004년을 4자로 표현하면 ‘당동벌이(黨同伐異)'라고 합니다. 2005년은 이를 탈피하는 해가 되어야 겠죠?
"그렇죠. ‘당돌벌이(黨同伐異)', 즉 이해 관계가 같은 사람끼리 서로 뭉쳐서, 다른 사람을 배척한다는 뜻이죠. 이와 배치되는 사자성어로는 구동존이(求同存異)가 있습니다. 구동(求同)은 ‘같음을 구한다', 존이(存異)는 ‘다름을 남겨둔다'는 의미죠. 즉 일치, 통일 등을 통해 대동 세상을 추구하되, 사람마다 차이를 그대로 존중하고 남겨둔다는 내용입니다. 이것이 민주 사회의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구호겠죠. 2004년 당동벌이(黨同伐異)의 해였다면, 2005년부터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민족 최대 소망- 외세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평화 구조 정착

- 올해 우리는 어떤 소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희망이 없다면 살기 어렵겠죠. 우리 민족의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전쟁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일부 시민들은 실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북핵 문제, 따지고 보면 미국이라는 외세와 연관된 한반도의 전쟁의 위기, 이제 이런 전쟁이 한반도 덮치게 된다면, 남북ㆍ계층ㆍ종교적 차이를 떠나서 파멸의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수십년 동안 이뤄온 모든 것이 망가지게 되는 것이죠.

평화의 구조가 한반도에 정착되고, 그것이 우리의 희망이자 소망이었으면 합니다. 74년 박정희 정권 때 남북공동성명에서도 평화 통일을 하자는 합의했습니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자는 것이었죠.

방법은 ‘평화',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통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평화와 통일은 수단과 방법은 통하고 있습니다. 즉 통일을 이루지 않고는 평화가 없고, 평화는 통일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죠. 우리 민족의 원대한 발전을 소망한다면 외세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평화 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제1목표가 되었으면 하구요. 나머지 문제는 그것과 연관성 속에서 해결되어야 합니다."

- 정치인 또는 리더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휴전선 이남의 남한 사회 자체가 공정, 투명, 합리적 사회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물론 이것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 모두에게 책임이 있겠죠. 그 중에서도 특히 공직자, 정치인, 대학 교수, 목사 등 남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1차적 책임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공직자가 자기 희생을 할 각오를 해야죠. 그러나 2005년도 정치가 국민을 걱정시키는 것 같습니다. 정치가 보다 나은 정치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죠. 16대 국회가 죽을 썼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17대 총선에서는 좀 더 나아지리라 기대했죠. 하지만 17대 국회와 2005년 새해가 왔지만, 여전히 그 타령(16대 국회때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정치인들이 대오각성했으면 한다는 국민의 바람'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요?

- 대구에 오신 지 25년째가 되는데요,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대구경북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중앙 집중이라는 것이 더욱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대구에 내려오던 1980년 당시만 해도 ‘서울 = 비대, 정치, 경제 = 서울 집중, 지방 몰락'이라고 했는데, 이 경향이 2005년 현재 더욱 심화된 것 같습니다. 지방 대학은 25년 전에 비해 더욱 어려운 형편이죠.

대구 지역을 보면, 긍정적으로 본다면 ‘전통적 요소가 강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다른 형태로 평가하면 전근대적, 극복해야 할 요소가 많이 남아 있다고 하겠죠. ‘개방, 근대적 사회'로 나가기 위해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탈피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행정수도 이전 제동에 대구 지역 ‘냉담'- 이해하기 어려워

- 중앙 집중의 문제를 지적하셨는데요. 참여정부의 분권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미 10여년 전부터 지방자치제가 실시되었고, 참여정부에 들어와서 분권정책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죠. 자치, 분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방의 여론이 살고, 지역 공동체가 활성화, 지역 시민사회가 성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토대는 빈약한 상황에서, 자치, 분권을 하게 되면, 흔히 말하는 토호세력에 대한 집중이 거론될 수밖에 없겠죠.

대구경북지역만 하더라도 자치단체의 부패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성공적으로 분권이 뿌리 내리기 위해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헌법재판소에 의해 제동이 걸렸습니다. 이를 두고 영남지역사람들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제적 부가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로 분화되는 것이 지역 사회에서 환영 받아야 하지만, 대구 지역에서는 특정정당의 정책과 연관되어서 그런지 상당히 냉담한 태도를 보이더군요. 서울, 수도권 지역이 ‘냉담'한 것은 일정 정도 이해되지만, 대구 지역이 동일하게 ‘냉담'한 반응을 보였는데요,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대구 - ‘정치적 자폐증‘ 벗어나야

- 2005년 새해에는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할까요?
"지난해 4월 총선 결과를 보면 대구만 예외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은 특정 정당 싹쓸이가 극복되고 있는데요, 대구는 아직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정치적 자폐증 현상'이 아닐까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의견, 여러 정치적 입장 등이 공존해야 합니다. 한 특정 정당의 의견만이 획일적으로 지배한다면 그 지역은 퇴보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덧붙이는 글 | *<대구경북 오마이뉴스> 바로가기→dg.ohmynews.com

*허미옥님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덧붙이는 글 *<대구경북 오마이뉴스> 바로가기→dg.ohmynews.com

*허미옥님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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