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플린 "사립화 안되면 총장직 그만" 파장

등록 2005.01.27 09:43수정 2005.01.2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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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플린총장 "발언 취지 잘못 전달... 불쾌"

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27일 '사립화 구상이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총장직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 한 언론보도 내용에 대해 발언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KAIST 홍보실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를 통해 "러플린 총장께서 이날 오전 비서실과 홍보실 관계자를 통해 앞뒤 문맥이 모두 잘려 일부 내용만 전달된데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표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 러플린 총장은 'KAIST를 세계적 수준의 대학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정을 자신이 내놓은 KAIST 개혁 구상이나 정부지원을 통해 조달할 수밖에 없다'면서 '2가지 안이 모두 안된다면 떠날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완곡한 표현이었다'고 해명했다"고 말했다.

즉 사립화 구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총장직을 그만두겠다는 극단적 입장이 아닌 사립화가 안되면 정부지원안이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의미였다는 것.

이 관계자는 또 "더 이상 자신의 취지가 잘못 전달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이후 개별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모두 거절하고 합동기자회견을 통해서만 입장을 밝히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러플린 총장은 조만간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러플린 KAIST 총장
러플린 KAIST 총장연합뉴스
로버트 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26일 "사립화 구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총장직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KAIST 사립화’논란에 대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날 러플린 총장을 인터뷰한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러플린 총장은 "최근 정부쪽에서 사립화 반대를 이야기했지만 나는 그것이 정부의 진짜 속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울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정부관계자가 말한 내용이 현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여러가지 사안을 고려해 봤을 때 오히려 정부가 지원을 안하겠다는 취지로 이해됐다”고 말했다.

러플린 총장은 이어“정부에서 원하는 것처럼 KAIST를 MIT 등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발전시키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한데 (사립화를 반대하면서) 과연 정부가 그 비용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만약 그 길(사립화)이 여의치 않으면 많은 봉급(샐러리)을 받으면서도 아무 일을 할 수 없는 나는 이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러플린 총장은 배석한 비서가 “그러한 강경입장은 총장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하자 “나는 정부를 상대로 위협하는 것이 아니며 나의 진심이 이렇다는 것”이라고 거듭 소신을 밝혔다.

그는 사립화를 반대하는 학내 교수와 정부 관계자 목소리에 대해서는 "어떤 조직에서도 개혁을 주장하거나 변화를 원하는 사람에 대한 반작용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현재는 반대의견이 많지만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며 이 외에는 어떠한 해결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러플린 총장의 언급으로 KAIST 내부에서도 '사립화 논란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KAIST 총장으로 취임한 러플린 총장은 같은해 12월 ▲학사와 석.박사 등을 합쳐 7000명 수준인 현행 입학정원을 2만명 수준으로 늘리고 ▲연간 600만원 정도 등록금을 받으며 ▲학부에 의.법대 예비반 및 경영대학원(MBA) 예비반 등을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학교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국가 지원을 받는 '대학원과 연구 중심 이공계 대학'인 KAIST를 사립화를 지향하는 학부 중심의 종합대학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같은 구상은 재학생은 물론 학내외 교수들간 찬반 양론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전기 및 전자공학전공 교수들이 러플린 총장안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연판장을 전달하고 평교수들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집단반발까지 이어졌다. 반대론쪽의 주장은 '대학원과 연구 중심 이공계 대학'이라는 KAIST의 당초 설립근거를 흔드는데다 현실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논란이 커지자 조청원 과학기술부 과학기술기반국장이 나서 "연구.대학원 중심체제로 발전시키는 현 체제 유지'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가 사립화 구상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지난 24일에는 이 대학 박오옥(51) 기획처장이 보직을 사퇴하면서 `총장께 드리는 마지막 고언'이라는 e메일을 통해 "KAIST를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으로 만들겠다던 약속을 벌써 잊었느냐"며 "세계적 연구중심 대학 중에 대학원을 외면하고 학부중심인 곳이 있는 지 묻고 싶다"고 러플린 총장의 구상을 반박하기도 했다. 박 처장은 지난해 러플린 총장을 영입하는 데 과학기술부와 함께 실무 지휘를 맡았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즉 러플린 총장은 박 처장의 '마지막 고언'에 '사립화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답한 것.

이에 따라 러플린 총장의 발언이 미칠 파장과 학내 구성원들의 반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편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러플린 총장은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7월 KAIST 제12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러플린 총장이 밝힌 KAIST 개혁 세부 구상안

1. 등록금 인상.
2. 학생 수를 증가시킨다.
3. 학부과정의 교과과정과 생활환경을 재조성함으로써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을 끈다.

- 기숙사와 캠퍼스 곳곳을 향상시킨다.
- 예술, 언어, 경영분야의 교과과정을 증가시킨다.
- 더 많은 수업을 영어로 가르친다.
- 예비 의대(pre-med)와 예비 법대(pre-law)프로그램을 만들고 적극적인 의대, 법대 진학을 격려한다.
- 적극적으로 많은 학생들을 외국 특히 미국으로 보낸다.
- 중국 학생들을 비롯한 외국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뽑는다.
- 더 많은 여자를 적극적으로 뽑는다.
- 학부생들을 더 적극적으로 연구에 참여 시킨다.
- 예비 입학생들에게 이를 비롯한 다른 여러 장점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4. 돈을 벌 수 있게 대학원 과정의 비전과 권위를 다시 정한다.
- 일반 지원비에서 대학원 과정의 지원금을 일체 배제한다. 연구 계약, 장학금 또는 학생의 자체비용이 대신 부담하도록 한다.
- 교수 수입의 큰 부분을 강의 실력, 시민성, 또 (배출하는 박사의 수가 아닌)연구의 질에 의해 주어지는 보너스로 바꾼다.
- 특허권에 관한 법을 바꿔 교수진들에게 더 나은 지적 재산권을 허락해 준다.
- 카이스트에 대한 홍보효과가 나지 않거나 연구자의 지적 재산권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면 적은 비중으로 여겨진다.
- 적은 홍보효과를 내거나 연구자가 적은 양의 재산권을 획득하지 못한 학과는 없애거나 다른 과와 통합시킨다.
- 새로운 학과나 프로그램 형성을 격려한다. 단 운영을 위해서든 새로운 교수진을 위해서는 일반 지원금을 밑천 외에는 지급하지
않는다.
- 교수들의 현 12달 분량의 수입을 9달만 일하는 조건에 나눠줄 수 있도록 다른 방안을 찾는다. / 출처/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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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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