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쪽방' 기사는 오보였나

[추적 취재] 의혹 제기한 조선닷컴 기사를 해부한다

등록 2005.01.28 08:28수정 2005.01.29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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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이 지난 25일 대대적으로 보도한 '용산 쪽방촌 혜선이 남매와 김옥순 할머니'를 둘러싼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오마이뉴스>는 지난 26일과 27일 이 사건에 대한 확인취재에 나섰다. 조선닷컴이 제기한 의혹과 오마이뉴스가 과연 무엇을 '오보'했는지에 대한 확인을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과 조선닷컴이 제기한 '오보'의 사실 여부를 독자 여러분께 밝힌다... 편집자 주

a 지난 25일 <조선닷컴>이 머릿기사로올린 <집 2채 주인이 '쪽방 철거민' 둔갑 - 오마이뉴스 오보에 5000만원 성금 모인 기막힌 사연> 기사

지난 25일 <조선닷컴>이 머릿기사로올린 <집 2채 주인이 '쪽방 철거민' 둔갑 - 오마이뉴스 오보에 5000만원 성금 모인 기막힌 사연> 기사 ⓒ 조선닷컴 화면캡처


[보도 경위 및 전말]

용산쪽방촌 세호(11)·혜선(9) 남매와 이들의 할머니 김옥순(66)씨의 '딱한' 사연은 지난 해 12월 29일 <서울신문>의 보도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서울신문은 <용산쪽방 사람들의 새해 소망> 기사를 통해 이 가족들의 얘기를 보도했다. 이어 서울신문은 이튿날자 신문에서도 <‘천막집 소원’ 남매의 악몽…쪽방 전격 철거> 기사를 후속보도로 실었다.

두 번째 기사는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용산2지역 도심재개발조합 측에서 청구한 용산 5가동 19번지 일대 명도집행을 위해 이날 오후 혜선양 집 등 당시 남아 있는 35가구 가운데 2가구를 허물었다는 내용으로, 집 앞에서 엉엉 울고있는 혜선양의 사진도 함께 실렸다.

이와 함께 <서울신문>은 "세호와 혜선이를 돕고 싶다는 독자 여러분의 요청에 의해 계좌번호를 안내해 드린다. 두 어린이집에는 은행통장이 없어서, 할머니 명의로 급하게 만들었다"며 성금을 보낼 계좌번호를 함께 알렸다.

이후에도 <서울신문>은 <길거리 내몰린 ‘쪽방 혜선이’…세밑을 울렸다>(지난 해 12월31일자) 기사를 통해 혜선양 가족에게 네티즌의 성금이 속속 답지한 사연을 소개했다. <서울신문>의 이 기사는 여러 포털사이트에서 네티즌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급기야 5천여만원이 모금됐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세호·혜선 남매의 자세한 사정을 이달 1일 처음 보도했다. <용산쪽방촌 혜선이 "새 집에서 살고 싶어요" 세밑 강제철거로 집이 헐린 뒤 오갈데 없어...네티즌 온정 봇물> 기사가 그것으로, 평소 철거민 등 도시빈민을 집중취재해온 석희열 시민기자가 취재한 것이다. 기사에는 <서울신문>이 마련한 성금 계좌번호도 함께 실었다.(이후 혜선 남매 할머니인 김옥순씨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 현재는 계좌번호를 삭제한 상태임).

그런데 석 기자의 기사가 보도된 뒤 이들 남매의 할머니인 김옥순씨를 둘러싼 몇몇 의혹이 불거짐에 따라 <오마이뉴스>는 그 의혹을 취재해 이를 7일자로 다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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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 [제1보] 용산쪽방촌 혜선이 "새 집에서 살고 싶어요"

<조선닷컴>은 오마이뉴스의 두 번째 기사가 보도된 지 18일 뒤인 25일 <서울신문>이 첫 보도하고 <오마이뉴스>가 뒤 이어 보도한 혜선양 남매와 할머니 김씨에 대한 보도가 '오보'라며 <집 2채 주인이 '쪽방 철거민' 둔갑-오마이뉴스 오보에 5000만원 성금 모인 기막힌 사연>, <‘용산쪽방촌’ 김씨의 사실은... > 등 두 건의 기사를 톱으로 실었다.

<조선닷컴>은 특히 이 기사에서 문제의 기사를 첫 보도한 <서울신문>은 전연 언급하지 않은 채 뒤 이어 보도에 나선 <오마이뉴스>만을 부제에서까지 못박아 이 기사가 <오마이뉴스>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a 김옥순씨가 아들과 손자, 손녀와 함께 살았다는 용산5가 19번지 506호 쪽방. 법원의 명도집행으로 집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다.

김옥순씨가 아들과 손자, 손녀와 함께 살았다는 용산5가 19번지 506호 쪽방. 법원의 명도집행으로 집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다. ⓒ 오마이TV 김도균


[조선닷컴이 제기한 '의혹' 세 가지]


<조선닷컴>이 제기한 김옥순씨에 대한 의혹은 크게 3가지로 ▲ 김씨는 정말 갈 곳이 없나 ▲ 김씨는 과연 '용산 쪽방'에 살았나 ▲ 김씨의 나이는 몇살인가 등이다. 이에 대해 <오마이뉴스>가 역취재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김씨는 정말 갈 곳이 없나

이 질문에 대한 가장 타당한 답은 두 가지일 듯 싶다. 갈 곳이 없기도 하고, 또 있기도 하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서류상'으로는 갈 곳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없다는 얘기다.

김씨는 <조선닷컴>이 보도한대로 문서상으로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에 무허가 5평짜리 집을 '소유'하고 있다. 또 지난 98년부터 지난 해 3월16일까지는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의 한 다세대주택(부동산 거래시 실평수 12평)의 '소유주'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 집 모두 실제 소유주는 따로 있었다. 확인결과 현재로서도 김씨가 두 집에 들어갈 실질적인 권한은 없다.

먼저 한강로 3가의 5평짜리 '쪽방'집. 이 집에는 지난 2000년부터 김씨와 10여년째 친분이 있던 이아무개씨가 자신의 아내 허아무개씨와 함께 살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이 집은 김씨가 옛 용산광장의 홍익회 매점에서 근무할 당시 부동산업자의 말만 듣고 300만원에 산 것으로, 가보지도 않고 구입해서 소유만하고 있다가 지난 2000년 이씨에게 사실상 넘겼다.

이씨는 "건설회사와 포천에서 가든과 모텔 등 사업을 크게 할 정도로 풍족했으나 IMF 사태 이후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빚에 쫓겨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돼 2000년 김씨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집을 수리해 그해 12월부터 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가 살고 있는 5평짜리 집은 기찻길 바로 아래에 자리한 작은 '쪽방'으로, 기차가 지나다닐 때마다 집 전체가 울릴 정도의 허름한 모양새였다. 내부구조도 2평 남짓한 좁은 방 하나와 화장실, 부엌이라고 하기엔 보잘 것 없는, '음식을 할 만한 장소'가 있는 정도다. 땅은 철도청 소유이며, 건물만 김씨 명의의 무허가 주택이다.

이씨는 "2000년 당시 와서 보니 지붕도 뻥 뚫려 있는 등 집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였다. 내 돈으로 여기저기를 수리하고 보완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며 "당시 김씨에게는 이 집을 인수하는 대가로 한 300만원 정도를 준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두 사람은 27일 현재까지도 관할 구청에 소유자 명의변경 등 서류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다. 이씨는 "지난 10일께 용산구청에서 소유권 정리를 하라는 연락이 와 서류(소유자 명의변경 신청서)를 구비해 갔다. 그러나 구청 담당자는 김씨의 인감이 없다, 주민등록등본을 떼어와라, 매매계약서도 작성해와라, 부동산에서 쓰는 매매계약서로 양식을 바꿔와라 등의 요구를 해 매번 서류를 다시 구비해서 4~5 차례 구청을 찾아갔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담당자가 없다며 다시 두 번이나 처리를 미뤄 현재까지 명의변경 서류를 접수하지 못했다"며 구청측의 무성의한 업무처리에 불만을 토로했다.

두 번째는 경기도 부천 소재 다세대주택. <오마이뉴스>가 현장확인 결과 실 평수 약 12평 규모의 이 다세대주택의 실 소유주는 김옥순씨가 아닌, 현재 한강로 3가 5평 쪽방에 사는 이씨였다.(물론 현재는 이씨가 이 집을 김씨의 언니에게 되판 상태다) 원소유자였던 이씨는 "지난 98년 김씨의 소개로 이 집을 구입했지만 회사의 부도로 김씨에게 명의신탁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당시 김씨에게 소개비로 100만원 정도를 주고 처음부터 김씨의 명의를 빌렸다"며 "당시 전세가 들어있는 상태로 집을 구입해 실제로는 채 천만원도 안되는 돈을 주고 이 집을 샀고 지난해 3월 김씨의 언니에게 당시 세입자의 전세금을 제하고 실제로는 800만원 정도만 받고 되팔았다"고 설명했다.

이씨와 친분이 있는 사이이면서 사실상 부천 다세대주택의 매매 등을 관리해온 김아무개씨도 같은 얘기를 했다. 김씨는 "김옥순씨가 이씨에게 '이제는 명의를 가져가라'고 했으나 이씨도 사정이 아직도 풀리지 않고 복잡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어 김옥순씨의 언니에게 판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부천 다세대주택에는 월세로 한 세입자가 살고 있는 상태다.

현 상태에서 보자면 김옥순씨는 용산, 부천 두 곳 모두 갈 곳이 없는 셈이다. 다만 서류상으로 김씨는 부천 다세대주택을 '소유한' 적이 있었고, 용산 5평짜리 '쪽방집'은 아직도 그가 '소유'하고 있다. 결국 김씨가 현재 서류상으로만 5평짜리 집 한 채를 소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집 두 채 주인이 '쪽방 철거민' 둔갑"이라는 <조선 닷컴>의 기사 제목은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a 김옥순씨가 지난 94년 구입했다가 2000년 지인 이아무개씨에게 사실상 넘겼다는 한강로3가 5평짜리 집(빨간 동그라미 안). 이 집에는 이씨 내외가 살고 있다.

김옥순씨가 지난 94년 구입했다가 2000년 지인 이아무개씨에게 사실상 넘겼다는 한강로3가 5평짜리 집(빨간 동그라미 안). 이 집에는 이씨 내외가 살고 있다. ⓒ 오마이TV 김호중

#2. 김씨는 용산 쪽방에 실지로 살았나

<조선닷컴>은 김옥순씨의 옆방에 살았다는 전아무개씨의 말을 빌어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조선닷컴>은 나중에 기사를 보완하면서 전씨를 '한 주민'으로 고쳤고, 또 김옥순씨의 반론을 추가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 보도와 달리 김씨는 강제 철거된 쪽방에는 살지도 않았고, 집도 2채나 소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가 손자, 손녀와 함께 살았다는 용산구 용산5가동 19-506호에 함께 세들었던 전모씨는 “지난 2003년8월부터 같은 집에 살았지만, 아주머니(김씨를 지칭) 가족은 장기간 살지 않고, 가끔 한번씩 왔다 그냥 가는 세입자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 지금으로선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오마이뉴스> 취재진이 지난 26일 다시 용산동 5가 19번지 쪽방촌을 찾았을 때 만난 마을주민들은 김씨가 쪽방촌에 살긴 살았다고 말했다. 다만 서류상 김씨가 세를 들었던 151호에는 노인 한아무개(여)씨가 살았고, 김씨의 아들이 세입자로 있던 506호에는 혜선양 남매와 아들, 김씨가 살았다고 했다.

특히 주민들은 김씨는 일 때문인지 집에 자주 있지는 않고 아들은 주로 바깥으로 나돌아 아이들은 보통 인근 교회에서 챙겨 돌봐줬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쪽방촌에서 세입자로 8년을 살았으며, 이번 재개발로 구청에서 공급하기로 한 임대주택에 입주할 예정이라는 주민 A씨는 "김씨는 그집(506호)에는 아들을 살게 하고 자신의 주민등록은 151호로 돼 있는 것으로 안다"며 "김씨는 아들이 사는 집에서 살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 마을에 살긴 했던 건가'라고 재차 묻자 그는 "그렇다. 집에 가끔 있긴 했지만 살긴 했다"며 "애기들은 집에서 가까이에 있는 교회에서 많이 돌봐줬다"고 답했다.

20여년을 용산쪽방촌에서 살았다는 이 마을 2동 3통장 전아무개(52)씨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전씨는 "(김씨는) 저쪽(506호) 아들집에서 (손)자녀들과 같이 살았다"며 "내가 통장이라서 자주 봤기 때문에 안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또 "(김씨의) 작은 아들은 집을 나가고 큰 아들(혜선양 남매 아버지)은 가출한 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용산공원남측도심재개발조합'의 한 관계자도 "(김씨의) 아들은 낮에는 집에 들어와 자고 돈이라도 한푼 생기면 인근 오락실에서 밤을 지새며 논 사람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주민등록 서류상으로도 김씨는 용산 5가 쪽방촌에 지난 92년 전입해 현재까지 13년째 거주해오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간 6차례 정도 방을 전전했지만 계속해서 이 마을에 머물렀던 것은 사실이다.

다시말해 '서류상으로는' 김씨는 용산 쪽방촌에 산 것이 분명하다. 다만 실제거주 여부를 두고는 주민들의 '증언'이 약간씩 차이가 나고 있다. 그러나 <조선닷컴>의 보도처럼 김씨가 이 마을에 전연 살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김씨가 이곳에 '정상적으로' 살았다고 보기도 어려운 면이 없지는 않다.

a 한강로3가 5평짜리 집에 살고 있는 이아무개씨가 지난 10일께 용산구청으로부터 소유자 명의를 변경하라는 연락을 받고 마련했으나 접수하지 못했다는 서류뭉치.

한강로3가 5평짜리 집에 살고 있는 이아무개씨가 지난 10일께 용산구청으로부터 소유자 명의를 변경하라는 연락을 받고 마련했으나 접수하지 못했다는 서류뭉치. ⓒ 오마이TV 김호중

#3. 김씨의 나이는 과연 몇 살인가

김씨는 애초 쪽방촌을 취재한 <오마이뉴스> 석희열 시민기자에게 자신의 나이를 66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선닷컴>이 이미 보도한대로 호적상으로 그는 51년생, 즉 만 54세이다. 큰아들의 나이(74년생), 김씨 언니의 나이 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선 호적의 나이가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66세'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사건을 취재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현장에서 김씨를 만나 나이를 물었고, 김씨가 66세라고 답했기에 이를 믿고 보도했을 뿐이다. 이는 언론계의 보편적인 취재관행이다. 즉 취재원이 밝힌 나이를 모두 주민등록이나 호적서류를 통해 확인한 후 기사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4. 추가로 밝혀낸 내용

"<오마이뉴스>만 계속 언급했더군요..."

지난 26일 <오마이뉴스> 취재진이 용산구청을 방문했을 때 구청직원들이 보인 반응이다. <조선닷컴>이 '오마이뉴스가 오보했다'며 보도한 기사를 가리키며 한 말이다.

구청 관계자들은 "지난해 연말 <서울신문>이 3회나 연속으로 용산쪽방촌 문제와 김씨(손자 손녀)의 사연을 다루는 바람에 네티즌들이 구청 홈페이지에 비난글을 올리고 해서 애를 먹은 건 사실이다. <오마이뉴스>도 비슷한 취지의 기사를 한 건 올렸던 것은 알지만 (조선은) <오마이뉴스>만 여러차례 언급했던데"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용산구청은 이미 혜선양 남매 사연을 집중보도한 <서울신문>에 '유감'을 전한 상태였다. 이 일로 <서울신문> 편집제작이사가 구청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경형 <서울신문> 편집제작이사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14일 직접 구청장을 찾아가 약 15분간 면담했다"며 "그쪽에서 여러 가지 우리 기사에 대한 어필(항의)이 많아서 구청장 얘기를 들어보기 위해 담당 간부로서 구청 담당 기자와 함께 갔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이어 "(당시 면담에서) 구청 쪽에서는 우리 기사가 어느 한 쪽의 얘기만 썼다고 해서 당시 기사를 썼던 기자가 아는 한 그것은 진실이고, 기사의 메시지는 '추운날 내쫓긴 어린 남매'라는 점을 전했다"며 "또다른 실체적 진실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기사를 다시 쓸 수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또 "이후 용산 쪽방촌에 대한 추가 기사와 구청 관계자의 기고(오피니언)가 우리 신문에 실린 바 있다"고 덧붙였다.

[결론-오마이뉴스는 과연 '오보'를 했나]

<오마이뉴스>는 '쪽방 철거민' 보도에서 과연 오보를 했는가. <조선닷컴>의 문제제기 이후 확인취재를 한 이후에도 이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을 내릴 수 없는 것이 솔직한 답변이다.

우선 <조선닷컴>의 지적대로 김씨는 서류상으로는 "한 때 집 2채를 소유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확인결과 실질적으로, 현실적으로 두 집 모두 실 소유주는 따로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닷컴>이 보도한대로 김씨가 "쪽방에도 살지 않았던 할머니"일까. 앞서 언급한대로 이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증언은 엇갈린다. 그렇다고 김씨의 또다른 거주지를 찾아낸 것도 아니다. 김씨 본인은 용산 쪽방촌에 10여년째 살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현재는 용산구청 앞에 마련된 철거민대책위 천막에서 지난 해 연말부터 농성중이다.

그리고 또하나 중요한 사실은 '집 2채'와 관련한 의혹은 <조선닷컴>의 보도로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라 <오마이뉴스>가 자체적으로 지난 7일자로 이미 보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렸다는 점이다.

다만 <조선닷컴>이 "한 때 집을 2채나 갖고 있고, 쪽방에도 살지 않았던 할머니가 한겨울 강제철거로 인해 거리로 쫓겨났다는 <오마이뉴스> 등 일부 언론 보도로 5000만원이 넘는 성금이 모아지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한 것은 정확한 보도라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실제로 용산 쪽방촌 철거문제로 한 겨울에 거리로 나앉게 됐다는 혜선양 남매의 사연은 <서울신문>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또 성금 역시 <오마이뉴스>의 첫 보도가 나간 지난 1일 이미 할머니 김씨의 계좌에는 5200여만원이 모금된 상태였다.

기사를 쓴 <오마이뉴스> 석희열 시민기자는 당시 기사 말미에 "할머니 김옥순씨의 예금계좌에는 1일 오후 1시 30분 현재까지 1627명의 네티즌들이 훈훈한 희망의 씨앗을 보내와 모두 5260만 6841원의 성금이 쌓였다"고 전하면서 기사 끝에 김씨의 계좌번호를 함께 소개했다.

<오마이뉴스>의 '쪽방 철거민' 기사가 오보라는 <조선닷컴>의 지적에 대해 <오마이뉴스>는 겸허한 자세로 확인취재를 했다. 그 길만이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또 손상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모든 판단은 독자 여러분께 맡기기로 한다.

독자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다만 애초 미담으로 시작한 이번 보도가 '오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등 불미스런 사태로 치닫게 된 데 대해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특히 첫 보도에서 김씨를 둘러싼 여러 의혹과 반론에 충실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는 반성할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더욱 정확한 보도, 책임있는 기사를 위해 노력할 것을 독자들에게 거듭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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