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장인 최 할머니의 손맛 한 번 보세요

50년 손두부의 주인공 최금심 할머니

등록 2005.01.30 22:59수정 2005.01.3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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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에 왜 오셨습니까?" 하고 물어보니 손두부 사러왔다고 한다. 설마 손두부 하나 사러 낙안읍성까지 왔을까? 하는 의구심에 다시 물어봐도 역시 같은 대답이다. 송광사를 다녀오다가 들렀다고는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사러 올 생각이었다고 한다.


a 따끈한 손두부와 간장 그 옆엔 신 배추김치 환상의 만남이다

따끈한 손두부와 간장 그 옆엔 신 배추김치 환상의 만남이다 ⓒ 서정일

낙안읍성 동문앞 '전통손두부집'은 칠순의 최금심 할머니가 50여년 가깝게 손두부만을 만드는 곳이다. 20대 초반에 시집와서 지금까지 두부만을 만들어 팔았으니 '두부장인' 소리를 듣고도 남음이 있다.

밤새 두부를 만들어 머리에 이고 인근 15리를 걸어다니면서 가정집을 기웃거리다가 하나 둘 팔았던 지난날, 힘들기도 했지만 보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땐 두부 만한 반찬도 없었어."

그래서 일까? 아침이면 매일 최할머니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날인가 몸이 몹시 아파 나갈 수가 없었는데 단골 중 한 사람이 직접 찾아왔다고 한다. 그 후론 미안한 마음에 몸이 아파도 참고 장사를 나갔다고.

a 최할머니는 사위가 만들어준 기계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최할머니는 사위가 만들어준 기계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 서정일

손두부는 말그대로 원시적인 수작업이다. 하지만 5년 전, 힘들게 두부를 만드는 것을 지켜보던 사위들이 머리를 짜내 기계장치를 만들었다. 맷돌을 밧줄로 달아매고 유압으로 들어 올렸다 놨다 하는, 간단하면서도 약간 조잡스런 것이지만 최 할머니의 자랑은 대단하다.


그 덕에 두부 만드는 작업이 훨씬 수월해졌다는 최 할머니. 그러나 여전히 자질구레한 것들은 모두 손과 힘을 필요로 한다. 콩을 갈아서 무쇠솥에 올려놓고 장작불을 지피는 작업하며 바가지로 퍼서 걸러내고, 두부판에 넣었다가 짜내면서 한 모 한 모 칼로 두부를 잘라내는 모든 일이 할머니의 손을 거치기 때문.

a 하지만 여전히 손두부는 수공이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여전히 손두부는 수공이 많이 들어간다 ⓒ 서정일

그런 최 할머니의 손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인터뷰 도중에도 심심찮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뭘 많이 찾아? 먹던 사람들이나 먹제."

기분이 좋아서 하는 말인지, 화를 내는 것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는 목소리로 기자에게 얘기하는 최 할머니. 꼭 어릴 적에 봤던 외할머니 같다.

먹는 것을 파는 곳에 손님이 많이 찾는다는 건 맛이 있다는 증거, 비결을 알려달라고 졸랐다. 하지만 최 할머니는 그저 정성껏 만들면 된다면서 한사코 별다른 것이 없다고 한다. 중간 중간 질문을 재차 던지니 결국 "세 가지인데…" 하면서 실토하고 만다.

a 일제시대 무쇠로 만든 개인 목욕통이 가마솥 역할을 하고 있다

일제시대 무쇠로 만든 개인 목욕통이 가마솥 역할을 하고 있다 ⓒ 서정일

그 한 가지는 소금가마니에서 떨어지는 물인 간수, 좋은 것만 받아서 사용해야 된다고 한다. 또 하나는 콩인데 낙안 인근에서 나는 콩만 사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이 부뚜막의 가마솥이라 말하는 최할머니.

그런데 이것은 방문 초기부터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물건이다. 무쇠로 만든 건 확실했는데 그렇다고 가마솥처럼 생기진 않았고 크기는 가마솥의 두배는 되어 보였다. "특별히 맞춘건가요?" 하고 질문 하니, "뭐 같냐?"며 최 할머니는 오히려 질문을 던진다.

"일본놈들 사용하던 개인 목욕통이여."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엉뚱한 대답이다. 50년 전 작은 가마솥을 사용하는 걸 안타깝게 생각한 할아버지가 고물상에서 일본 사람들 개인 목욕통을 사들인 것. 안성맞춤이라 생각해서 직접 부뚜막에 앉혀 주기까지 했다는데, 10여년 전 할아버지와 사별했지만 지금도 부뚜막에 앉아 바라보고 있으면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며 최 할머니는 말을 잇지 못한다.

무쇠로 만들었기에 가마솥하고 같은 원리인데 그게 특별한 맛의 비결이 될리야 있겠냐마는 음식은 정성이라고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까지 담아냈기에 소중한 비결 중에 하나임엔 틀림없다.

a 정성껏 만든 손두부 하지만 손님들에겐 겸손한 마음으로 전해드린다

정성껏 만든 손두부 하지만 손님들에겐 겸손한 마음으로 전해드린다 ⓒ 서정일

낙안읍성 입구의 길모퉁이 초가집, '전통손두부'라 쓴 자그마한 간판을 대문에 걸어둔 50년 된 최 할머니의 손두부집. 그 옛날 부뚜막에 솥을 걸어주던 할아버지와 힘들까봐 기계를 직접 만들어 준 사위들을 생각해서 두부 만드는 일은 놓지 못한다는 최 할머니.

그러나 그보다 50년 전 직접 찾아와 두부를 가져갔던 그때 그 단골손님처럼, 최 할머니의 손맛을 기억하고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때문에 일손을 놓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덧붙이는 글 | 함께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남도
http://cafe.naver.com/pen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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