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첫 주에 내린 눈이기원
포항 사는 조카 녀석이 겨울을 우리 집에 와서 보내면서 눈 구경할 수 있을 거라며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석달을 지내는 동안 눈다운 눈 한번 내리지 않자 꽤나 실망하는 눈치였습니다. 스무살이 되기까지 살아온 포항에서는 겨울에 눈다운 눈을 본적이 없다던 녀석은 강원도에서도 눈 구경에 실패하자 꽤나 실망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포항으로 내려간 지 얼마 뒤부터 포항을 비롯한 동해안 일대에 많은 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강원도에서 보지 못한 눈을 고향인 포항에서 푸짐하게 볼 수 있었으니 소원 하나 이루었다며 좋아할 녀석의 얼굴이 눈에 선했습니다.
3월 2일에 내린 눈은 우리 가족에게 많은 어려움을 안겨 주었습니다. 걷기는 하지만 다리가 약한 준수는 중학교 입학식에 참가하기 위해 집 앞에서 택시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눈길에 길이 막혀 택시조차 잡기 힘들었습니다. 아내와 준수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택시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삼십분을 추위에 떨면서 택시를 잡기 위해 허둥댔지만 빈 택시가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지나가던 자가용을 세워 사정을 얘기하고 겨우 입학식 시간에 맞추어 학교에 도착했답니다. 저녁이 되자 아내는 코맹맹이가 되어 끙끙 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