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의 '공천헌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2차 출두해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유창재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에 대한 검찰의 사전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함에 따라,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남기춘 부장검사) 수사팀이 2개월 남짓 진행한 김 의원 수사가 결국 법원에 의해 사실상 물거품이 된 것이다.
더군다나 검찰은 김 의원을 두 차례 소환까지 하면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인 상태였다. 또 사법처리를 위해 이준보 3차장 검사의 지휘로 지검 내 부장검사들로 구성된 '공소심의위원회'까지 열어 법리검토를 마친 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 확신에 차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의 영장 기각 소식은 충격,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석] 검찰, '공천헌금' 수수 행위 첫 '배임수재' 적용... 그 결과는 '기각'
검찰이 고심 끝에 김 의원에게 적용한 혐의는 '배임수재'였다. 이는 검찰이 지난 2002년 서울 동대문구청장 후보 경선 출마자였던 기업인 송아무개씨가 "2억원 상당의 돈을 김 의원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내용에 근거해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검찰은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구 위원장(김 의원)이 선거 출마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면 부정한 청탁을 이미 받은 것으로 봐야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종전에 정치자금법 또는 선거법을 적용해 처리해온 '공천헌금' 수수 행위에 대해 이번에 처음으로 '배임수재'죄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 관심을 모았다.
| | | '배임수재'란? | | | | 형법상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자신의 임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해당한다. 법정형량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또 '정치자금법(2004년 개정 이전) 위반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공소시효의 경우 배임수재는 5년, 정치자금법 위반은 3년이다. | | | | |
그러나 김 의원의 영장실질심사의 심리를 맡은 김재협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는 소명이 부족하다"면서 영장을 기각했다. 즉, 법원은 배임수재죄 적용의 핵심인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에 대해 검찰이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보다 엄격한 법 적용과 물증을 검찰에 요구했다.
또 김 부장판사는 김 의원의 또다른 혐의인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김 의원이 '빚 변제용으로 돈을 빌렸고 갚겠다'고 한 상태에서 "그 성격, 당시의 제반 상황 등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하고 정치자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법원의 지적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한 수사관계자는 "배임수재죄는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자체로 성립되는 것이어서 돈을 받은 뒤 김 의원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범죄성립과 무관한 정상 참작 사유일 뿐"이라며 "이를 (법원이) 영장기각 사유로 언급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결국 자금공여자인 송씨가 돈을 주면서 청탁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뜻"이라며 "구청장 후보로 나서려는 사람이 후보 경선을 관리하는 지구당위원장에게 아무 대가없이 돈을 줬을 리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전망] 검찰, 영장 재청구 입장 밝혔지만... 정치권 역풍 가능성도 제기
검찰은 기각 사유에 적시된 내용 중 2002년 동대문구청장 후보 경선과 관련한 선거위원회 회의록 등을 입수해 보강수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검찰에겐 이를 통해 추가 증거를 밝혀내고 영장을 재청구하는 길만 남았다.
검찰 수사관계자는 "(김 의원의) 공천헌금 수수 혐의에 대해 배임수재죄를 적용한 부분에 있어, 법원도 법리상 문제점을 지적하지는 않은 만큼 어떤 경우든 배임수재죄를 적용할 방침"이라며 "공소시효 문제를 감안해 조만간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검찰이 추가로 증거를 더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검찰이 어설프게 영장을 재청구했다가는 정치권으로부터 '무리한 표적 수사를 벌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도리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높다.
한마디로 검찰은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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