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 세탁까지 해서 줬다"... "차용한 것이 확실"

[첫 공판] 김희선 의원 '공천헌금' 의혹 놓고 치열한 법정공방

등록 2005.04.07 13:25수정 2005.04.0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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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지난 2001년 8월 송아무개씨로부터 현금 1억원을 빌렸나? 어디서 빌렸는가? 집에서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사무실이 아닌가?"
김희선 의원 "그렇다. 차용한 것이 확실하다. 사무실에서 빌렸다. 차용한 것이 확실한데 언제 받았는지 장소가 어딘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검찰 "송씨에게 돈이 필요하니까 달라고 했나? 현금으로?"
김 의원 "제가 직접 요구하지 않았다. 검사님!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나. 내가 차용이 확실하다고 했고, 제가 답변 드리는 것은…."
검찰 "돈이 현금인지 수표인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가. 수표를 세탁까지 하면서 줬는데?"
김 의원 "제가 (현금이나 수표인지가 왜 중요한지) 의미를 가질 필요는 없지 않나. (수표 세탁을 했는지) 그것까지 제가 어떻게 아나."
검찰 "언제 빌렸나? 1억원을 빌리고도 언제인지 모르나?"
김 의원 "그동안 송씨와의 관계도 있고 해서 다급하게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다. 그리고 내가 돈을 빌렸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 사람은 알았다."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 (자료사진)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 (자료사진)오마이뉴스 권우성
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311호 중법정. 피고인석에 앉은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과 검찰 사이에 김 의원의 '공천헌금' 수수 의혹(배임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법정공방전이 펼쳐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재판장 이기택 부장판사) 심리로 오전 10시10분부터 약 30분간 진행된 재판에서 김 의원은 "송아무개씨로부터 1억원을 빌린 것은 확실하다"면서 어떤 대가나 추가 금품 수수가 전혀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검찰측은 김 의원에게 '구청장 공천을 받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2002년 3∼4월경) 차용증 원본을 반환받았나", "채무 1억원을 면제받지는 않았나", "송씨에게 도와준다고 했나" 등의 질문으로 집중 추궁했으나, 김 의원은 "그런 적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검찰은 김 의원에게 "이자와 원금은 변제했나"고 묻자, 김 의원은 "그런 적 없으나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송씨로부터 3차례에 걸쳐 3000만원씩 총 9000만원을 받았는지 여부와 차명통장을 통해 2000만원을 추가로 받았는지 여부를 추궁하자, 김 의원은 "없습니다, 전혀!"라고 응수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김 의원의 지구당 전 회계책임자였던 이아무개씨가 송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고도 지구당 위원장인 김 의원에게 왜 보고를 하지 않았는지, 또 그럴 수도 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이에 김 의원은 "(보고하지 않는 일은) 있을 수도 있는 일이고 이씨가 개인적으로 한 일을 (내게) 보고할 의무도 없다"며 "지역구의 정책실장이나 비서실장을 하는 사람들은 준정치인으로서, 개인적인 정치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누구이고 관계에 대해 (위원장이) 아는 것이 불편할 것 같아 묻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이어 검사에게 "(2000만원 부분은) 송씨와 이씨 사이에 일어난 것이고 지역구 정치 실정을 살펴보면 이해할 것"이라고 당부하자, 검찰측은 "상식적으로 그럴 수 있냐"고 따지는 등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반해 김 의원 변호인단의 대표로 나선 백승헌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김 의원이 1억원을 송씨로부터 차용받고 면제를 받거나 차용증을 돌려받지 않았으며, 청탁을 받거나 추가로 금품을 수수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선에서 간략히 첫번째 심문을 마쳤다.


'공판중심주의' 절차 따라 재판진행... 김 의원에게 돈을 건넨 송씨 증인신청

재판장인 이기택 부장판사는 증인의 증언을 생생하게 듣고 직접 판단하는 '공판중심주의' 절차에 따라 재판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이 부장판사는 "증인을 신청하고 그 당일에 증인에 대한 수사기관 조서를 변호인이 현장에서 열람하는 것은 그 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피고인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반대신문권 보장 차원에서 증인으로 신청하는 참고인에 대한 검찰의 진술조서를 재판이 열리기 전인 4∼5일 전에 미리 제출해 달라"고 검찰측에 요청했다.

검찰은 다음 재판기일에 증인으로 김 의원에게 돈을 건넨 송씨를 세울 것을 요청했고 재판부가 변호인측의 동의를 얻어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대해 김 의원이 국회 상임위원회(정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4월 임시국회 회기 중에 재판 출석에 어려움이 있다는 요청을 받아들여 임시국회가 끝난 이후인 5월 10일 오후 2시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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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지난 2002년 서울 동대문구청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시 민주당 동대문지구당 수석부위원장으로 구청장 후보에 나섰던 기업인 송아무개(60)씨로부터 공천을 받도록 도와주는 대가 등의 명목으로 총 2억1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남기춘 부장검사)는 지난달 14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김재협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다음날인 15일 밤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는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같은달 18일 김 의원을 불구속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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