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협·PD협 "도청사태 신중한 대응" 주문

직능단체 잇따라 성명 발표... 노조 사장퇴진 투쟁결의에 반발

등록 2005.03.25 16:04수정 2005.03.28 09:18
0
원고료로 응원
노조회의 도청 사태로 노사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KBS가 이번에는 노조의 사장퇴진 결의에 대한 사내 반발여론 확산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관련
기사
- KBS노조, 정연주 사장 자진사퇴 촉구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진종철)는 25일 오전 '특보'를 통해 도청 사건 관련, 정연주 사장 퇴진투쟁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24일 밤 노조 집행위원회의 '마라톤회의'에서 결정됐다.

그러자 KBS 내부에서는 '사장퇴진 결의'라는 노조의 초강경 대응을 둘러싼 찬반 논쟁으로 다시 한번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특히 "조합원 의견수렴 과정은 물론 노사협의회 등을 거치지 않은 채 극단적 대책을 내놓았다"고 항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KBS 기협 "조합원 의견을 신중하게 묻는 과정부터 밟아라"

이에 따라 KBS 사원들은 각 직능단체별로 긴급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오후 현재 대책모임을 연 곳은 기자협회, PD협회, 아나운서협회, 카메라기자협회, 경영협회 등이다. 이중 기자협회와 PD협회, 경영협회는 협회 차원의 입장을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KBS 기자협회(회장 윤석구)는 노사 양측의 극단적 대립을 경계하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노조의 신중한 자세를 당부했다. 기자협회는 "KBS 도덕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사건으로 규정한데 동의한다"면서 철저한 진상조사와 관련한 엄중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기자협회는 "진상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은 채 기자회견부터 열었던 점과 극단적인 투쟁으로 몰아가려는 행동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뒤 "노조는 감정적 대응방식을 접고 조합원 의견을 신중하게 묻는 과정부터 다시 밝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기자협회는 "극단으로 치닫는 노사관계는 일차적으로 사측 책임이겠지만 노사관계를 지나치게 대립으로 끌어가려는 노측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어떤 자세가 KBS를 위해 합리적 행동인지 신중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것"을 노조에 거듭 촉구했다. 더불어 관행화된 전근대적 노무관리 시스템 전반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것도 회사측에 요구했다.

KBS PD협회 "노조 성급... 회사는 노무팀 해체하라"


KBS PD협회(회장 이강현)도 노조 집행위원회의 성급한 대응을 지적하고 나섰다. 조합원 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한 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태를 확산시킨 대응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PD협회는 이에 대해 "도청 사건을 정 사장 거취와 직접 연결, 사장 퇴진을 전면 요구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대응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일정까지 제시하며 사장 퇴진을 요구한 것도 현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PD협회는 "사장퇴진을 요구할 정도라면 정확한 진상조사 후 내부 의견을 모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노조측에서 정치적 이익을 위해 무리하게 사건을 확대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PD협회는 노조에는 신중한 행보를, 사측에는 ▲책임자의 적절한 문책 ▲전근대적 노무시스템 혁신 ▲노무팀 해체 등을 거듭 요구하고 "일부 의지로 상황을 한쪽으로 급히 몰아가는 것에 동의할 조합원은 많지 않다"고 밝혔다.

KBS 경영협회, 철저한 진상규명 노사에 동시촉구

이에 비해 KBS 경영협회(회장 김광석)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영협회는 "노사가 '침소봉대'나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사건 본질을 왜곡시켜 직분에 충실하고자 했던 젊은 직원의 희생으로 (이번 사태를) 마무리한다면 노사 모두 심각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경영협회는 "노무팀 직원 개인의 일회성 해프닝으로 사태를 몰고가려 한다"며 회사측 태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이런 식이라면 회사를 위해 일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항변하고 "업무영역에서 열심히 일하고 정열을 바쳐 노력하는 이들을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KBS 아나운서협회(회장 전인석)와 KBS 카메라기자협회(회장 노수금)도 잇따라 자체 모임을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협회별 차이는 있지만 이번 사태의 심각함을 지적함과 동시에 적절한 수준의 대응책을 요구하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단체 "KBS 철저한 진상규명 나서라"
노사공동 진상조사위 구성도 제안

KBS '도청사건' 사건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언론단체들도 잇따라 입장을 발표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은 25일 성명을 통해 공동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 철저한 진상규명부터 할 것을 KBS 노사 양측에 요구했다.

민언련은 "노조 회의 도청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는 만큼 철저한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며 "다시는 이번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책임자 및 관련자를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언련은 "정연주 사장의 직접적 개입정황이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노조의 '사장 자진사퇴' 주장은 지나친 대응"임을 전제로 "노조가 현명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24일 성명을 통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도청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KBS에 요구하고 시대착오적 노무방식 문제를 집중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또 "공영방송사가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부정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단순 노사관계로 마무리할 사안이 아니다"며 "정연주 사장은 KBS 노조와 국민들에게 뼈를 깎는 심정으로 직접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2. 2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3. 3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4. 4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5. 5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