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꽃은 고향의 모습이다.김규환
살랑살랑 불어오는 남녘바람에 마음과 내 몸을 조금씩이라도 움직이라고 야들야들 보드랍게 속내를 쏙쏙 드러낸다. 파릇파릇 우쑥우쑥 쪽쪽 소가 냇가 물을 빨 듯 목을 축이니 지난 긴 겨울을 이겨낸 성장의 세월이 아름답다.
저 멀리 유럽에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3경을 꼽으라면 분홍빛 감자꽃과 여인이 목욕하고 나온 모습에 파 꽃이 핀 풍경인데 때마침 파 꽃이 피기 직전이다. 특히나 대파 꽃은 우주를 향한 평등한 진보의 힘찬 솟구침이다.
하얀 색감이 주는 느낌은 순진무구 자체다. 꽃이 피는 건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일진대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얼른 꽃을 피워 다음 세계를 기약하는 새로운 가치에 투자하는 측면도 강하다. 이때를 놓치지 말고 봄의 향취를 거둬들일 때다.
꽃이 피면 대공 사이가 벌어져 먹기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며 별 소용이 없다. 씹히는 맛도 별로지만 향과 영양도 현저히 떨어진다. 이 봄 더 깊어 여름으로 치닫기 전에 서두르자꾸나.
대파, 쪽파, 부추, 산부추, 명이나물 산마늘, 양파가 사촌지간으로 한 족속인데 향은 매한가지요, 모양새도 땅에 묻힌 데는 하얗고 햇볕에 노출된 부위는 시퍼렇기 한이 없다. 풋마늘과 양파가 지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