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가로림만 양식 바지락 집단 폐사

태안·서산지역 양식장 수백ha 피해...원인 규명 안돼

등록 2005.04.14 20:28수정 2005.04.1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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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가로림만에 위치한 서산·태안지역의 바지락 양식장 수백ha에서 바지락이 집단 폐사돼 관계기관이 원인 조사에 나섰다.

원인 모르게 폐사된 채 죽어있는 바지락
원인 모르게 폐사된 채 죽어있는 바지락안서순
14일 서산시와 태안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역의 바지락 양식장에서 지난달 10일께 '양식 중인 바지락이 폐사되고 있다'는 양식어민들의 신고가 있은 이후 지금까지 서산지역의 팔봉·지곡어촌계의 양식장 150여ha(허가 40ha, 비허가 110ha)에서 양식 중이던 바지락 30~90%가 폐사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을 막론하고 바지락 양식장마다 폐사되어 껍질조차 하얗게 변한 조개껍질이 끝도 없이 널부러져 있는 가운데, 죽은 바지락과 죽어가는 바지락이 내뿜는 부패한 냄새가 심한 상태다.

양식어민들은 살아남은 바지락을 채취해 시장 등에 출하하려 해도 부패한 냄새로 판매가 안돼 현재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채취를 중단하고 있는 상태다.

팔봉 어촌계는 이달 초 바지락 500kg을 채취해 가락시장에 출하했다가 '부패됐다'며 반품을 당했다.

태안군 지역은 곰섬, 드르니, 고남, 황도어촌계 등 가로림만 내에 자리한 모든 바지락양식장 마다 200ha가 훨씬 넘는 면적에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바지락 집단폐사 원인을 조사해온 서해수산연구소와 대산해양수산청, 서산시청 수산계, 태안군청 해양수산과, 태안수협은 "수온변화나 수질오염, 대기오염 등이 없어 특별히 바지락이 집단폐사할 만한 뚜렷한 원인은 아직 찾지 못한 상태이나,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바닷물 속에 잠긴 지역에 비해 노출된 갯벌에서 자라는 바지락의 폐사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지난 3월 초순께까지 바다에 얼음덩어리(성애)가 생기는 등 겨울 강추위와 강풍에 따른 유속 등에 의해 바닥이 이동하는 현상 등을 보여 폐사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폐사된 바지락을 파보고 있는 피해 어민
폐사된 바지락을 파보고 있는 피해 어민안서순
그러나 팔봉어촌계의 송석화(46·서산시 팔봉면 호리)씨 등 피해 어촌계원들은 이구동성으로"바지락이 이렇게 집단폐사 당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며 "동사라고 한다면 이미 겨울 동안에 죽었어야 하는데 지금도 계속해서 죽어가고 있고 게다가 겨울이면 바지락이 개펄 속4-5cm 깊이로 파고 들어가 수온이 높아지기 시작하는 3월 이후부터 올라와 4월부터 채취를 하는데 겨울에 추웠다고 동사했다는 것은 납득키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 마을에 사는 박관교(82)옹은 "내 생전에 이런 일은 처음이다"며 "과거에는 겨울 내내 바다가 얼어붙어 있을 정도로 혹독하게 추웠는데도 바지락이 얼어 죽었다는 말은 보도 듣도 못했다"고 말했다.

황규연(52) 팔봉어촌계장은 "호리 앞바다 1구역 5ha의 경우 지난해 뿌린 종패 15t은 물론 올해 채취할 예정이던 3-4년생 바지락까지 합해 40여t 이상이 폐사되어 현 시가로 6400여만원의 손실을 보았다"며


"허가된 면적과 비허가 면적까지 포함할 경우 팔봉어촌계의 양식장에서만 1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고 앞으로 종패를 다시 뿌려야하고 이후 3~4년 동안 채취를 하지 못 하는 예상손실분까지 합산할 경우 실질 손실액은 10억원 이상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서산과 태안지역 어촌계장들은 "가로림만 내의 서산 태안지역의 비허가 양식장까지 포함하는 실제피해면적에서 입은 피해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될 것이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나 수협, 해양수산청, 해당 자치단체 등은 확실한 원인 규명은 물론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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