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아파트 53곳에 국민은행 등 불법근저당 설정"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 15일 기자회견서 주장

등록 2005.04.15 15:12수정 2005.04.1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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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과 부도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15일 오전 국회 기자실에서 국민은행 등의 불법근저당권 설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과 부도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15일 오전 국회 기자실에서 국민은행 등의 불법근저당권 설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조승수 의원실 제공
국민은행 등이 공공임대아파트에 불법적으로 설정한 근저당권 때문에 입주민들이 보증금도 되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은 15일 국회 기자실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부도난 공공임대아파트 71개 단지 가운데 53개 단지에 불법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38개 단지는 불법 근저당을 1회, 11개 단지는 2회, 3개 단지는 3회를 설정해 뒀다고 조 의원은 밝혔다. 이같은 사실은 71개 단지에 이르는 부도 임대아파트의 등기부 등본을 일일이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고 조 의원은 설명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민은행 등 국민주택기금수탁자가 입주민의 동의없이 임대주택 중도금 지원자금에 대해 2순위 근저당을 설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건설업체가 대출해 간 국민주택기금 가운데 중도금 지원자금에 대해서는 해당 임대아파트를 대상으로 임의로 담보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주택건설촉진법 제32조의 3 '저당권 설정 등의 제한' 조항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돼 있다.

"…당해 주택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할 수 있는 날 이후 60일까지의 기간동안 당해 주택을 공급받는 자의 동의 없이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1. 당해 주택 또는 대지를 담보로 제공하기 위하여 당해 주택 또는 대지에 저당권 또는 가등기담보권 등 담보물권을 설정하는 행위."

다만, 해당 임대아파트 입주자에게 주택가격의 일부 공제를 목적으로 국민주택기금이나 금융기관으로부터 주택건설자금의 융자를 받는 경우에 한해서는 근저당 설정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국민은행, 동의도 없이 임의로 근저당 설정...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 몫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임대아파트를 건설하는 민간업체는 임대주택 건설지원자금과 임대주택 중도금 지원자금을 국민주택기금에서 빌려쓸 수 있다. 국민은행 등 국민주택기금수탁자는 민간업체가 빌려간 건설지원자금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입주자들의 소유권이전등기 전에라도 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후자인 중도금 지원자금의 경우에 대해서는 국민주택기금수탁자가 이를 되돌려받기 위해 입주자 동의없이 해당 아파트나 토지에 근저당을 설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국민은행 등 국민주택기금수탁자는 중도금 지원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불법적인 근저당권을 설정해 두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간건설업체가 부도나면 후자까지 되갚아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입주민들이 임대보증금까지 떼이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조 의원은 대표적 사례로 경남 양산시 소재 장백아파트와 전북 군산시 소재 신우임대아파트 등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비슷한 피해사례는 총 53곳의 임대아파트 단지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은행에 "근저당권 설정 자진 말소하라" 촉구

조승수 의원은 "자본력이 취약한 소규모 건설업자들이 임대보증금의 반환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며 사업자금을 집값보다 더 많이 끌어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정부의 임대주택공급정책 잘못과 관리감독 부실, 국민은행의 국민주택기금 운용수수료 수익 올리기 영업방식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러한 부도 임대아파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 의원은 국민은행이 불법적 근저당권을 자진 말소하고 보증금을 되돌려 줄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임대아파트의 공급 주체를 지자체와 공기업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당차원에 머물고 있는 부도아파트 진상조사위원회를 국회차원으로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정당이 이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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