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 활성화대책 잇따라... "부도아파트 양산 우려"

정부, 세제혜택 등 잇달아 발표...민주노동당·시민단체 등 비난 목소리 거세

등록 2005.04.04 14:39수정 2005.04.0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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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임대사업자들이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앞으로 임대사업자에게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제혜택을 부여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조치로 인해 부도임대주택만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한덕수 재정경제부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31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매입 임대주택'과 직접 지어 임대하는 '건설 임대주택'에 대해 세제 혜택을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우대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임대업자는 전용면적 25.7평(85m²) 이하인 기존 주택을 5채 이상 매입해 10년 이상 임대하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전용면적 45.2평(149m²) 이하인 집을 2채 이상 새로 지어 5년 이상 임대하면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며 1가구 3주택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도 빠진다.

개인도 집 2채 새로 지어 5년 임대하면 종부세, 양도세 중과 피할 수 있어

다주택 보유자들이 임대사업에 뛰어들어 일정 요건을 충족시키면 종부세나 1가구 3주택 양도세 중과세 부과를 피해나갈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개인이 집을 2채 이상 지어 5년간 임대하면 건설임대사업자로 인정받아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다. 2004년 말 기준으로 매입임대사업자는 2만5105명이고 건설임대사업자는 6632개사이다.

그리고 지난 1일에는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에서 임대보증금 산정방식을 임대주택의 감정평가액으로 현실화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임대사업자는 임대보증금 산정방식을 표준공사비가 아닌 시세기준으로 올려 받을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임대사업의 활성화는 역으로 임대수익의 극대화를 수반해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임대사업자 활성화 방안에 따른 건설 임대사업자의 대거 출현은 부도아파트를 또다시 대량 양산할 수도 있다.


민주노동당 부도임대아파트 대책위원회를 이끌고 이선근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2채 이상 5년 이상 임대하면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으로 인해 5년 짜리 민간임대아파트가 대거 등장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서민주거안정 정책과는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임대사업자 규제완화한 98년 실패 되풀이 우려


특히 그는 "임대아파트의 경우 땅만 확보하고 있으면 건설할 때 전혀 돈이 필요 없을 정도로 주택기금이 쉽게 대출되고 있다"며 "이를 방치한 상태에서 임대주택사업자 활성화 대책만 내놓으면 결국 부실한 브로커들의 출현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부도아파트만 급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본부장은 지난 98년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완화와 세제혜택으로 최근 2∼3년간 부도임대아파트가 급증한 데서도 그 선례를 찾아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1998년, 주택 임대사업자들에 대해 임대사업자 등록기준 완화 조치, 신축주택 구입자금 지원, 임대 후 매각 시 양도소득세 감면조치, 다세대 다가구 주택 건설자금 지원 확대 같은 각종 혜택을 제공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주택소유 편중 심화, 전·월세 대란, 역전세 대란의 혼란, 주택담보대출 부실화 등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번 경우에도 동일한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주장이다. 이 본부장은 "결국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뒷전으로 밀어내겠다는 발상"이라고까지 비난을 퍼부었다.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정부정책의 폐해를 막기 위해 세입자의 대항권 강화방안부터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임대수익을 규제할 수 있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역전세대란이 급격히 상승했던 전세금을 유지하기 위해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하고 전세금 인상률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전·월세 인상율 5%상한제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토지정의 "종부세 인하는 토지불로소득 인정하는 꼴" 비난

토지정의시민연대쪽은 세제상의 형평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남기업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양도세를 완화시켜주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종부세까지 내려주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토지불로소득을 임대업자가 챙길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한 부총리의 세제혜택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임대주택을 활성화해 저소득층 근로자들의 과도한 주택구입비용과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의향을 가지고 있다면 현행 토지보유세를 높이는 만큼 부동산 거래의 취득세 등록세를 낮추면 될 일"이라고도 했다.

다시 말하면 토지보유세를 올릴 경우 투기적 목적으로 사장돼 있던 토지가 시장에 등장하게 됨으로써 토지의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하락하고 건설경기도 활성화된다는 것. 하지만 정부는 이같은 정공법을 쓰지 않고 보유세 인하라는 '당근'만 내놓음으로써 부작용만 키우고 있다고 남 총장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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