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맨 왼쪽)이 참석한 가운데 김일성화 명명 40돌(4.13) 기념 중앙보고회가 열리고 있다.평양 조선중앙통신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초청해주면 평양에 날아가서 김정일 위원장과 속내를 터놓고 진지하게 얘기하고 싶다"고 메가와티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방북 희망 의사를 전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제2차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서라도 북핵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노 대통령과 메가와티 전 대통령의 오찬회동에 배석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만에 하나, (김정일 위원장이 노 대통령더러) 평양으로 오라고 사인이 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라는 질문에 0.1초도 안 머뭇거리고 "그럼, 그렇게 해야지 뭐"라고 대답해 북한측의 초청을 전제로 노 대통령의 방북 의사가 확고함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이어 "노 대통령이 평양으로 가시는 겁니까"라고 재차 묻자 "그럼, 가야지"라고 거듭 방북 의사를 밝히고 "대통령께선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다고 하지 않았냐"라고 반문했다. '6자회담을 통한 선(先)북핵 문제 안정화, 후(後)정상회담 개최' 원칙을 고수해온 노 대통령이 '제2차 평양 정상회담'을 해서라도 북핵문제를 해결의 물꼬를 트겠다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 "언론 보도되면 김정일이 메가와티 안만날 수도" 보도유예 요청
노 대통령이 지난 3월 4일 메가와티와의 오찬회담에서 방북을 희망하는 '구두 메시지'를 건넨 사실을 <오마이뉴스>가 13일 새벽 0시경에 처음 보도하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은 '의례적인 안부인사를 건넨 것'(정우성 외교보좌관)이라거나 '큰 의미가 없다'(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는 식으로 부인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노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이 초청할 경우 적극적으로 초청에 응할 생각을 갖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이런 식의 '의례적인 부인' 발언에 큰 의미를 부여해 노 대통령의 방북 메시지가 '사실무근'인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부 인사'는 서로 안면이 있는 지인들끼리 하는 것인데 한번도 만난 적이 없고, 대북송금 특검수사로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훼손한 것으로 간주하는 상대방에게 '안부 인사'를 건넸다는 해명부터가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다.
노 대통령과 메가와티 전 대통령의 오찬 회담 내용을 꿰뚫고 있는 외교·안보분야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대한 두 차례의 취재를 통해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오찬을 겸한 회동에서 메가와티와 40분 동안에 걸쳐 북한을 주제로 환담했으며 그외에 인도네시아의 쓰나미(지진해일) 피해 등을 기타 주제로 얘기했다.
그러나 3월 4일 당시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 내용에는 "12시부터 메가와티 전 대통령과 오찬회담을 했는데 특별히 브리핑할 내용은 없다"는 것과 "주로 쓰나미 피해 관련 위로와 감사 그리고 협력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메가와티의 방북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을 주제로 한 환담 내용을 의도적으로 감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