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평양에서 '사인' 오면 간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일문일답' 공개... "메가와티, 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 전달"

등록 2005.04.16 09:30수정 2005.04.1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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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맨 왼쪽)이 참석한 가운데 김일성화 명명 40돌(4.13) 기념 중앙보고회가 열리고 있다.
4월 12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맨 왼쪽)이 참석한 가운데 김일성화 명명 40돌(4.13) 기념 중앙보고회가 열리고 있다.평양 조선중앙통신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초청해주면 평양에 날아가서 김정일 위원장과 속내를 터놓고 진지하게 얘기하고 싶다"고 메가와티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방북 희망 의사를 전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제2차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서라도 북핵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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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문일답 전문] 메가와티 오찬 이틀뒤와 방북 하루전

특히 노 대통령과 메가와티 전 대통령의 오찬회동에 배석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만에 하나, (김정일 위원장이 노 대통령더러) 평양으로 오라고 사인이 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라는 질문에 0.1초도 안 머뭇거리고 "그럼, 그렇게 해야지 뭐"라고 대답해 북한측의 초청을 전제로 노 대통령의 방북 의사가 확고함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이어 "노 대통령이 평양으로 가시는 겁니까"라고 재차 묻자 "그럼, 가야지"라고 거듭 방북 의사를 밝히고 "대통령께선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다고 하지 않았냐"라고 반문했다. '6자회담을 통한 선(先)북핵 문제 안정화, 후(後)정상회담 개최' 원칙을 고수해온 노 대통령이 '제2차 평양 정상회담'을 해서라도 북핵문제를 해결의 물꼬를 트겠다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 "언론 보도되면 김정일이 메가와티 안만날 수도" 보도유예 요청

노 대통령이 지난 3월 4일 메가와티와의 오찬회담에서 방북을 희망하는 '구두 메시지'를 건넨 사실을 <오마이뉴스>가 13일 새벽 0시경에 처음 보도하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은 '의례적인 안부인사를 건넨 것'(정우성 외교보좌관)이라거나 '큰 의미가 없다'(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는 식으로 부인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노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이 초청할 경우 적극적으로 초청에 응할 생각을 갖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이런 식의 '의례적인 부인' 발언에 큰 의미를 부여해 노 대통령의 방북 메시지가 '사실무근'인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부 인사'는 서로 안면이 있는 지인들끼리 하는 것인데 한번도 만난 적이 없고, 대북송금 특검수사로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훼손한 것으로 간주하는 상대방에게 '안부 인사'를 건넸다는 해명부터가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다.

노 대통령과 메가와티 전 대통령의 오찬 회담 내용을 꿰뚫고 있는 외교·안보분야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대한 두 차례의 취재를 통해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오찬을 겸한 회동에서 메가와티와 40분 동안에 걸쳐 북한을 주제로 환담했으며 그외에 인도네시아의 쓰나미(지진해일) 피해 등을 기타 주제로 얘기했다.


그러나 3월 4일 당시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 내용에는 "12시부터 메가와티 전 대통령과 오찬회담을 했는데 특별히 브리핑할 내용은 없다"는 것과 "주로 쓰나미 피해 관련 위로와 감사 그리고 협력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메가와티의 방북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을 주제로 한 환담 내용을 의도적으로 감춘 것이다.

4월 11일 베를린 시청을 방문해 보베라이트 시장(맨왼쪽)의 환영 인사말을 듣는 노무현 대통령.
4월 11일 베를린 시청을 방문해 보베라이트 시장(맨왼쪽)의 환영 인사말을 듣는 노무현 대통령.오마이뉴스 김당

당시 오찬 회담에는 노 대통령과 메가와티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권진호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과 정우성 대통령 외교보좌관이 배석했으며, 메가와티 측에서는 남편인 타우픽 키에마스 의원과 자콥 토빙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가 배석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메신저라기보다는 (메가와티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선대(先代)부터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이런저런 얘기를 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메가와티가 지금은 야인(野人)이고 공직을 맡고 있지 않아서 우리 정부도 중간에 (메신저로) 놓고 하기는 부담이다"면서 "공식적인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발언(구두 메시지)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면서도 "한국 언론에 내용이 나가게 되면 북한에서 받아들이는 자세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사정을 설명하고 "언론에서는 당분간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보도유예를 부탁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에 희망이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한다"

이 관계자는 "메가와티가 다녀와서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으나, 다녀온 뒤에 후일담으로 쓰는 것이 좋겠다"면서 "북한 지도자들은 사전에 언론에 공개되는 것에 대해 병적인 반응을 보인다. 언론에 보도되면 김정일이 메가와티를 안만날 수도 있다"고 거듭 보도유예를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도 북한이 6자회담에 긍정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여기저기 설득중"이라며 "북한이 (6자회담 당사국인) 중국, 러시아, 미국 등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내재된 저항감이 있으나 인도네시아는 그런 이해관계가 없다"고 말해 메가와티가 대북 메신저 중의 하나임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자가 "쓸지 말지는 생각해 보겠다"고 보도유예 의사를 밝히자, "노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를 해야 문제 해결이 가능한데 작년에 섭섭한 일( 조문 불허 및 대량 탈북자 입국 조처)이 있었다고 대화에 응하지 않아 북에도 도움되지 않고 답답해서 북한 지도자를 만나서 진의라도 파악할 수 있는 기회 있으면 대화로 풀고 실상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노 대통령이 메가와티에게 방북 의사를 건넨 배경을 밝혔다.

이와 관련 이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에) 낙관적 기대, 희망이 있는지, (김 위원장을) 만나서 직접 확인하고 싶어한다"면서 특히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서 어떤 효과나 성과보다는 1차적으로 '희망'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고 노 대통령의 의중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의도에 대해 선의의 의지를 갖고, 정치적으로 '남남갈등'을 감수하면서 지원하는 것인데, 정말 김정일 정권이 합리적 정부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대북 메시지를 전달했던 자리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3월 4일 청와대에서 메가와티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방북을 앞둔 메가와티 전 대통령에게 방북 희망 메시지를 전했다.
대북 메시지를 전달했던 자리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3월 4일 청와대에서 메가와티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방북을 앞둔 메가와티 전 대통령에게 방북 희망 메시지를 전했다.청와대

이에 기자는 남북관계와 국익을 고려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들여 보도 시점을 메가와티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이후로 늦췄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달 뒤에, 메가와티 방북 하루 전인 4월 11일에 다시 이 고위 관계자와 일문일답을 나누었다.

이 관계자는 "메가와티는 지금 김정일과 만나고 있느냐"는 질문에 "4월 15일 전후로 해서 만날 것"이라며 "그러나 (성과에 대해) 큰 기대는 안한다"고 말했다.

"평양에 초청하면 가야지. 대통령께선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다고 하지 않았냐"

또 이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북한더러 대화에 나오라는 사인은 보내는데도 모르는 것과 관련 "북한의 판단에 이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대북 '핫 라인'은 유지되고 있으나, 과연 북에서 (그 핫 라인이) 어느 선까지 실제 보고가 되는지는 다른 문제다"고 말해 메가와티 같은 북한 최고 지도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중재 채널'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어 기자가 "그래서 VIP(대통령)께서 진짜 한 번 김정일을 만나서 속내가 뭔지 들어보려고 그런(초청하면 평양에 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계시군요"라고 묻자, 이 고위 관계자는 "그렇다"면서 "이쪽(북한측)에서 자꾸 우리한테 불필요한 오해 비슷한 것을 갖고 있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만나서 오해를 풀겠다는 뜻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특히 이 고위 관계자는 "그런데 만에 하나, (김정일 위원장이 노 대통령더러) 평양으로 오라고 사인이 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라는 질문에 0.1초도 안 머뭇거리고 "그럼, 그렇게 해야지 뭐"라고 대답했다.

"(노 대통령이) 평양으로 가시는 겁니까"라고 재차 묻자 "그럼, 가야지. 대통령께선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다고 하지 않았냐"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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