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평양 정상회담' 참석 의향 내비쳐 주목

일문일답 전문...메가와티와의 오찬 이틀 뒤와 방북 하루 전에 취재

등록 2005.04.16 09:40수정 2005.04.1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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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오마이뉴스>는 지난 13일 새벽 0시쯤에 노무현 대통령이 메가와티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초청해주면 평양에 날아가서 김 위원장과 속내를 터놓고 진지하게 얘기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건넨 사실을 처음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는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개최할 의향을 처음으로 내비친 것이어서 주목되었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필요하다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여러 번 밝혀왔다.

그러나 북한 지도층에 영향력이 있는 외국의 전 국가수반을 창구로 "평양에 날아가 진지하게 얘기하고 싶다"고 구체적인 구두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가와티 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의 맏딸로, 1999년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부통령으로 당선된 후 지난 2001년 7월 당시 와히드 대통령이 부패로 탄핵되자 대통령이 됐었다. 따라서 선대(先代)부터 이어진 친교 관계로 인해 메가와티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영향력이 있는 몇 안되는 외국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어서 더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자카르타발(發) 일본 교도통신의 첫 보도와 베를린발(發) 오마이뉴스 상보(詳報)가 나가자 노 대통령의 독일 순방을 수행중인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보도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한편 노 대통령과 메가와티 전 대통령의 오찬 회담에 배석했던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과 정우성 외교보좌관은 일부 언론이 오마이뉴스 보도에 대해 사실확인을 요청하자, "그런 발언한 것은 사실이지만 안부 인사를 부탁한 정도였다"고 해명하거나 그 의미를 축소하는 식으로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보도 내용을 공식 부인한 김만수 대변인은 3월 4일 오찬 당시에 대변인도 아니었고 오찬 자리에 배석하지도 않았었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배석하지도 않은 김 대변인의 부인 발언만을 크게 부각시켜 보도했다.


일부 언론의 이와 같은 의도적인 보도는 결과적으로 자카르타발(發) 교도통신의 1보와 노 대통령의 구체적인 메시지 내용을 담은 오마이뉴스의 상보를 모두 '오보'인 것처럼 만들었다. 따라서 오마이뉴스 보도가 사실에 입각한 보도임을 입증하고 쓸데없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취재수첩 내용을 순서대로 '일문일답' 형식으로 공개한다.

본래 이 취재내용은 인터뷰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메가와티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노 대통령의 메시지가 이미 전달된 것으로 간접 확인되었기에 이를 공개해도 취재원과의 신의를 깨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공개한다.


4월 12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맨 왼쪽)이 참석한 가운데 김일성화 명명 40돌(4.13) 기념 중앙보고회가 열리고 있다.
4월 12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맨 왼쪽)이 참석한 가운데 김일성화 명명 40돌(4.13) 기념 중앙보고회가 열리고 있다.평양 조선중앙통신

지난 12일 방북한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은 평양에 도착하자마자 ▲이른바 '태양의 꽃' 김일성화 명명 40돌 기념행사와 제7차 김일성화 축전 참석(13일)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인도네시아 방문 40주년 기념 사진전시회 및 영화감상회 참석(13일) ▲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 참배(13일)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선물 증정(14일) 등의 방북활동을 벌인 것으로 <로동신문> 보도 등을 통해 확인되었다.

오마이뉴스는 이와 같은 활동에 비추어볼 때 메가와티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접견한 것으로 간접 확인됨에 따라, 노 대통령이 방북 희망 메시지를 건넨 사실을 취재한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의 관련 기사로 공개하는 것이다.

다만 취재원과의 익명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실명은 공개하지 않는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일하는 차관급 이상의 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월 6일과 4월 11일 두 차례 취재에 응했다.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해 일문일답에서는 두 차례의 취재내용을 구분해 정리했다. 일문일답 내용도 질의응답 순서대로 정리했다.

첫 번째 일문일답은 노 대통령과 메가와티의 오찬 회담 이틀 뒤인 3월 6일에 이뤄진 것이며, 두 번째 일문일답은 메가와티 전 대통령이 방북하기 하루 전날인 4월 11일에 독일 베를린 현지에서 이뤄진 것이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3월 6일(노 대통령-메가와티 오찬 회담 이틀 뒤) 일문일답

- 메가와티가 4월에 방북해 평양 꽃축제에 참석한다던데, 메가와티가 DJ(김대중 전 대통령) 만나서도 "혹시 북한 지도자들에게 전달할 메시지 있으면 전달해드리겠다"고 해서 6자회담 관련 메시지를 건넸다고 한다. 노 대통령도 메시지를 건넸다고 들었다.
"메신저라기보다는 (메가와티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선대(先代)부터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이런저런 얘기를 한 것이다. 한 40분 얘기했다. 그 외에 인도네시아의 쓰나미(지진해일) 피해, 인도네시아 민주화운동, 야당 시절 얘기 등을 했다."

- 노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초청해주면 평양에 날아가서 김정일 위원장과 속내를 터놓고 진지하게 얘기하고 싶다"고 평양에 가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들었다.
"대사와 남편도 동석한 반공개적인 행사였다. 그런 얘기는 공식적으로 하기 힘들다. 농담으로 하신 것이다. 메가와티가 지금은 야인(野人)이고 공직을 맡고 있지 않아서 우리 정부도 중간에 (메신저로) 놓고 하기는 부담이다. 따라서 공식적인 것은 아니다.

메가와티 얘기를 김정일이 비중 있게 들을 것인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4월에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고위 인사를 만나게 되는데 전할 말이 있으면 말씀해 달라고 해서 그런 얘기를 한 것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 그러나 한국 언론에 내용이 나가게 되면 북한에서 받아들이는 자세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언론에서는 당분간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 언론에서 (그런 사실을) 보도하면 북한은 메가와티 대하는 비중을 낮출 것이다.

대통령께서 그런(평양 가겠다는) 말을 한 배경은 그렇고, 정부도 북한이 6자회담에 긍정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여기저기 설득중이다. 북한이 (6자회담 당사국인) 중국, 러시아, 미국 등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내재된 저항감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그런 이해관계가 없다. 설득력 있는 활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예측 기사 내면 반응은 부정적이다. 김 기자는 그럼에도 쓸 것인가."

- 쓸지 말지 생각해 보겠다.
"노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를 해야 문제 해결이 가능한데 작년에 섭섭한 일(필자 주 : 조문 불허 및 대량 탈북자 입국 조처) 있었다고 대화에 응하지 않아 북에도 도움되지 않고 답답해서 북한 지도자를 만나서 진의라도 파악할 수 있는 기회 있으면 대화로 풀고 실상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북핵문제 해결에) 낙관적 기대, 희망이 있는지, (김 위원장을) 만나서 직접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래야 북한의 의도에 대해 선의의 의지를 갖고, 정치적으로 '남남갈등'을 감수하면서 지원하는 것인데, 정말 김정일 정권이 합리적 정부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다.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서 어떤 효과나 성과보다는 1차적으로 '희망'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우리로서도 무한정 기다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이렇게 국력을 낭비할 필요가 있느냐? 국민의정부-참여정부 계속된 노력과 호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긍정적 반응이 없어서 그런 차원이다. 북한의 완고한 태도를 변화시켜야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면 다른 방법으로 할 수밖에 없지만, 외교적 방법이 다 소진했다고 판단하는 순간까지는 기다리자는 것이다."

- 그런데 메가와티가 언제 방북한다고 했나.
"4월 12일 방북한다고 하더라. 그러나 언론에서 안다루면 좋겠다. 메가와티가 다녀와서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으나, 다녀온 뒤에 후일담으로 쓰는 것이 좋겠다. 북한 지도자들은 사전에 언론에 공개되는 것에 대해 병적인 반응을 보인다. 따라서 언론에 보도되면 김정일이 메가와티를 안만날 수도 있다."

- 알겠다. 보도는 메가와티가 다녀온 뒤에 하도록 하겠다.

(이외에도 기자는 이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및 '작계 5029' 수정협상 갈등 등에 대해서도 문답 취재를 했으나 그 내용은 이 사안과 무관하므로 생략함)

4월 11일(메가와티 방북 하루 전날) 일문일답

- 베를린 동포간담회에서 대통령께서 비료 이야기를 꺼낸 것은 뜻밖이었다.
"질문(필자주:남북한의 '평화선언'을 건의한 질문) 자체가 너무 앞서간 것이어서 (지금 남북한이 신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화선언을 할 수 없는 배경에 대해) 답변하느라 그런 것이지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건네려고 얘기한 것이 아니다."

- 그러나 '베를린 선언'을 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도 있고 해서, 북한으로서는 뭔가 기대했을 것인데 대통령이 직접 비료(비료 지원받으려면 대화 테이블에 나와라) 얘기까지 꺼내는 바람에 더 실망한 것 아닌가.
"우리가 그것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 그런데 북한도 비료 파종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
"그렇게 되었다. 그렇지만 (북한이) 급하면 급한 대로 나와야지 말이야. 대화의 규칙을 안지키니까, 그래서 그런 것이다.

- 메가와티는 지금 김정일과 만나고 있느냐.
"모른다. 어차피 행사가 4월 15일이니까 그 전후로 해서 만나지 않겠냐. 4월 15일 전후로 해서 만날 것이다. 그러나 (성과에 대해) 큰 기대는 안한다."

- 그러면 노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이제 더 이상 선언이나 발언은 안하시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면 되나.
"그렇다. 안하실 것이다. 뭔가 가능성이 있어야 얘기하지 (반응이 없는데) 맨날 벽에 대고 얘기할 수 없지 않느냐. 김대중 대통령 하실 때는 ('베를린 선언'을 할) 여러 가지 여건이 되었지만…(지금은 그런 선언을 할 여건이 안된다)."

- 대통령께서도 어제 동포간담회에서 북한이 지난번 조문하러 가겠다는 사람들 허용 안한 거하고 베트남 거쳐서 460명 탈북자 온 것을 갖고 북한에 대한 적대행위로 해서 대화를 막고 있다고 했는데 실제 북한이 지금도 정동영 장관에 대해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가.
"얘길 해봐야 아는데, 또 만나서도 뭐가 기분 나쁘다고 정식으로 얘기해야 하는데 (북한이) 뒷구멍으로 그런 얘기를 흘릴 뿐이다. 사실 정 장관이 잘못한 것도 없지 않느냐. 또 대통령도 북한에 대해 애정을 갖고 대하는데 (그걸 몰라준다)."

- 어쨌건 그동안 국정원이건 어디에서건 북한더러 대화에 나오라고 사인을 보냈을 것 아닌가.
"그야 그렇기는 한데, 북한이 뭘 모른다. 내 보기에 북한의 판단에 이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 우리측 6자회담 대표 얘기로는 지금도 대북 '핫 라인'은 유지되고 있다던데.
"그러기는 한데, 과연 북에서 (그 핫 라인이) 어느 선까지 실제 보고가 되는지는 다른 문제다."

- 그래서 VIP(대통령)께서 진짜 한 번 김정일을 만나서 속내가 뭔지 들어보려고 그런(초청하면 평양에 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계시군요.
"그렇다. 이쪽(북한측)에서 자꾸 우리한테 불필요한 오해 비슷한 것을 갖고 있는 것도 있다. 그리고 우리의 역량이랄까, 역할 이런 것에 대해 북측이 아주 과소 평가한다. 미국 측에서 몇 가지 격하게 안나오는 것만 해도 상당히 우리를 의식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 '주권국가'라고 얘기한 것은 상당히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의도적으로 (유화적으로) 발언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 북한이 국제사회 규범이나 글로벌 스탠더드를 잘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아니냐.
"그래서 대통령께서 그렇게(필자 주 : 노 대통령은 "서로 지킬 것은 지키고 해나가야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대로 한쪽은 끌려가는 상황 되서는 건강한 남북관계 발전 어렵다"고 말했음) 말씀하신 것 아니냐, 최소한도의 규칙을 지키라고."

- 그런데 만에 하나, (김정일 위원장이 노 대통령더러) 평양으로 오라고 사인이 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럼 그렇게 해야지 뭐."

- (노 대통령이) 평양으로 가시는 겁니까?
"그럼, 가야지. 대통령께선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다고 하지 않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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