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 차 '압수'당하고, 교직원들도 "물러가라!"

[심층취재] 대구대 학생-직원-교수 '총장 사퇴' 요구

등록 2005.04.25 18:38수정 2005.05.0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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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구대 총학생회가 총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면서 총장의 관용차량과 집기를 본관 건물밖으로 끌어낸지 일주일째에 접어들고 있다.

대구대 총학생회가 총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면서 총장의 관용차량과 집기를 본관 건물밖으로 끌어낸지 일주일째에 접어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폭풍 전야라고나 할까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분위기죠."

대구대학교(경북 경산시 소재) 이재규 총장의 성희롱 발언 논란으로 물의를 빚을 당시 이 대학 한 교수의 말이다. 이 예견은 한달여 만에 적중했다. 대구대가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내부 목소리가 확산되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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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본관 앞 잔디밭. 평소 이 총장이 사용했을 오피러스 관용차량은 일주일째 운행을 멈춘 채 방치돼 있다. 이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이 대학 총학생회가 이 총장의 관용차 이용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대 사태 악화... 총장 관용차 일주일째 학생들에게 '압수' 중

대구대 총학생회는 지난 19일 오전 이 총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면서 총장실 집기를 사무실 외부로 옮겼고, 이 총장이 평소 이용하던 관용차 또한 강제 '압수'했다.

대구대 총학생회는 단대 학생회를 중심으로 각 단대별로도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서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주까지는 중간고사 기간으로 학생들의 움직임이 활발한 것은 아니지만 시험기간이 끝나면 학생들의 대규모 집회도 예견되고 있다.

애초 이 총장의 자질 문제가 거론될 초기만 하더라도 대구대 총학생회의 입장은 미지근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총학생회의 태도에 대해 일반 학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사태가 악화되자 총학생회가 직접 행동에 나섰다.


총학생회는 지난 18일 이 총장과 교직원노조 등 학내 구성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공청회 자리에서 분명한 입장을 정리했다. 당시 총학생회는 총장 사퇴만이 학내 정상화를 위한 필수적인 조건으로 결론지었다.

학생단체 뿐만 아니라 애초 이 총장의 성희롱 발언 등 자질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던 대구대 직원노동조합(위원장 김현수)도 총장 사퇴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직원노조, 준법투쟁... 팀장급 이상 직원들도 동조

a 학생들에게 '압수된' 총장의 관용차량

학생들에게 '압수된' 총장의 관용차량 ⓒ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대 직원노조는 논란이 됐던 성희롱 발언 외에도 이 총장이 직원들에게 '생선대가리' '귀싸대기 쳐올린다'는 등 상습적인 언어폭력을 가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03년 7월 이 총장의 취임이후 노조와의 갈등도 직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조는 "공공연한 자리에서 총장이 '노조가 파업만 하면 LG칼텍스 노조처럼 만들어 버리겠다'는 말을 공언하면서 노조를 탄압하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원노조는 이미 이 총장을 대구지방노동청에 고발했고, 노동청에서는 사실 확인 작업에 들어간 상태이다. 직원노조는 현재 출퇴근 시간을 준수하는 등 준법 투쟁에 들어갔고 매일 퇴근시간 후 본관 앞에서 총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하급직 위주의 직원노조 뿐만 아니라 팀장급 이상 직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애초 이 총장의 자질 문제가 거론될 당시 상급 직원들이 사태 확산을 막을 것으로 보였지만 이 예상도 빗나갔다.

이미 4급 이상의 팀장들 53명(1명은 연가중 제외) 전원이 보직사퇴서를 제출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 이들도 노조의 뜻을 존중한다며 현재 이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교수들도 '자진사퇴'로 입장 정리... 비리 의혹도 거론돼

직원들 뿐만 아니라 교수들까지 이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는 마찬가지. 애초 교수협의회를 중심으로 이 총장의 자질 문제가 거론돼 왔었다. 교수협의회 측은 이 총장이 물의를 빚은 발언 외에도 학교 운영에서 비리의혹 사례가 많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교수협의회측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이 총장이 재임기간 윤리경영을 강조해왔다"면서 "하지만 자신이 번역한 책을 수천 부나 학교 돈으로 사서 홍보용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교수협의회의 주장대로 대구대 측에 따르면 이 총장은 최근까지 자신이 번역한 역서를 4500여만원의 교비를 들여 구입해 취업처와 입학처에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교수협의회는 ▲기숙사 관리운영권 등 아웃소잉 특혜 의혹 ▲21개월 재임 중 170일의 잦은 해외 출장 ▲과도한 조경공사 등을 거론하면서 이 총장의 학교 운영과 관련한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총장이 사태 악화시켰다" 지적도

a 총장의 자질 문제로 비롯돼 학내 구성원들의 총장 사퇴촉구가 잇따르고 있는 대구대 사태가 장기화 국면을 맞고 있다.

총장의 자질 문제로 비롯돼 학내 구성원들의 총장 사퇴촉구가 잇따르고 있는 대구대 사태가 장기화 국면을 맞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대 사태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총장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사태가 악화될 것을 예견하고서도 학내 구성원과의 대화보다는 강경 일변도의 자세를 취했다는 것.

대구대 본관의 팀장급 한 관계자는 "문제가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은 총장의 책임이 크다"면서 "사태가 이렇게 될 것을 알면서도 총장이 강공으로 임하고 노조의 파업을 기다리는 식의 태도를 보여서 문제를 더 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장이 사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함에 따라 총장 자질 문제로 비롯된 대구대 사태는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중간고사가 끝나는 수요일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총장 사퇴를 위한 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총학생회는 25일 이와 관련한 대책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총장 "부총장제 도입..." 사퇴 의사 없어... 사태 장기화 우려

하지만 이러한 학생-직원-교수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총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총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도 "몸이 아파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그외 사항에 대해서는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다만 이 총장은 지난 18일 총학생회가 주관하는 공청회에서 "문제는 학내 운영을 잘하려다 보니 비롯된 것"이라면서 "부총장제를 도입해 학내 문제에는 손을 떼겠다. 나머지 총장 임기만은 보장해달라"고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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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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