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흰 중앙도서관만 가니? 난 '생도'에 간다

[탐방] 성균관대학교 김귀정 생활도서관

등록 2005.05.03 14:24수정 2005.05.03 18:40
0
원고료로 응원
대학교 다니실 적 학내 중앙도서관 많이 다니셨습니까? 재미있고 유익한 책을 빌릴 때, 시험 앞두고 벼락치기 공부할 때, 졸업이나 취업 직전…. 도서관은 지적인 대학생들을 키워내는 요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학우들이 중앙도서관은 잘 알지만 학내 구석에 자리잡은 '생활도서관'(또는 자치 도서관)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제가 자주 가는, 앞으로 학우들이 더 많이 찾아주시길 기대하는 성균관대 '김귀정 생활도서관'(이하 생도)을 소개할까 합니다.

대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생도에 가보았습니다. 5·18 광주민주화 항쟁 관련 책을 보고 싶어서 찾아갔죠. 책을 빌리러 온 낯선 이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던 운영위원들이 고마워 그 후에도 자주 놀러갔습니다. 이제는 심심할 때, 편안히 쉬고 싶을 때,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을 때면 불 밝혀진 학생회관 4층(생도가 위치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곤 합니다.

a 생활도서관에 있는 책

생활도서관에 있는 책 ⓒ 이두리

생활도서관은 학생들이 스스로 운영하는 대안도서관입니다. 개방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주로 사회과학서적, 서점에서 잘 안 팔리는 인문서적, 80∼90년대 우리 선배들이 읽었던 소위 '운동권 서적'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곳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입니다.

책 대여 사업뿐만 아니라 월1회 정도 영화 상영회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친자본적인 영화가 아니라 반전, 여성, 다큐멘터리 등 보고 생각하며 행동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된 영화를 상영합니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그다지 인기 있는 소재는 아니죠. 학우들의 미약한 참여가 아쉽기만 합니다. 그런데 왜 '김귀정' 생활도서관이냐구요? 생도를 소개하는 자료집에는 이렇게 나와 있네요.

"고 김귀정 열사는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 88학번 선배로 1991년 5월 25일 '공안통치 민생파탄 노태우정권 퇴진을 위한 제3차 범국민대회'에 참가하였다가, 대한극장 앞에서 백골단의 살인적인 시위진압에 의해서 짧은 생을 마치신 분입니다. 그 이후 매년 선후배들이 귀정열사를 기리고자 기일인 5월 25일을 전후하여 묘소참배와 추모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a 생활도서관 입구에 있는 김귀정 열사 사진

생활도서관 입구에 있는 김귀정 열사 사진 ⓒ 이두리

열사를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온 것입니다. 저는 계속 하루하루 늙어(?) 가고 있지만 열사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네요. 세월이 흘러 제 눈가에 잔주름이 생겨도 김귀정 열사의 얼굴은 그대로겠지요. 다가오는 5월 22일은 김귀정 열사의 14주기 추모제입니다. 마석 모란공원 묘소에 가서 참배할 예정입니다.

a 생활도서관에서 철학책을 읽고 있는 학생

생활도서관에서 철학책을 읽고 있는 학생 ⓒ 이두리

생도 문을 열고 얼굴을 빼꼼히 들이밀어 보았습니다. 철학과 학우 두 명이 열띤 토론을 벌이며 철학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보고 있는 책은 E. 질송의 <존재란 무엇인가?>. 상당히 지적인 향취가 느껴집니다.


이곳을 찾는 학생들은 대부분 지혜와 독서, 토론을 사랑하는 친구들인 듯합니다. 방학 때는 생도에서 마르크스 원전 읽기, 정치경제학 세미나 등과 같은 학술 프로그램도 준비합니다. 지적 갈증에 목마른 학생들이 이런 세미나를 통해 어느 정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죠.

생도 운영위원인 우성수 군(독문과 3학년)은 "진보 학생 운동에 관심 없는 학우는 생도 존재 여부 자체를 모른다"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아울러 "학우들이 많이 와서 이용해주길 바라고 피상적인 이용을 넘어 생도와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생도를 운영하는 구성원은 관장과 운영위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운영위원회의를 거쳐 생도를 관리, 운영합니다. 현재 관장은 공석이며 운영위원은 4명입니다. 이들이 세미나 운영, 도서관리, 재정관리 등을 하고 있습니다. 관장은 총회에서 선출하고 운영위원은 기존에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선출합니다.

시험 기간이 아니어도 각 도서관 열람실은 학우들이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토익책도 보이고 각종 국가시험 서적도 보입니다. 반면 생도 서가에 꽂혀 있는 빛바랜 책들은 외롭다고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부담 없이 들렀다 갈 수 있는 김귀정 생활도서관. 저도 졸업 전, 학교에 남아 있는 동안 꾸준히 자주 찾아갈 겁니다. 열사가 그리워질 때, 누렇게 빛바랜 책장을 넘기고 싶을 때, 진보의 요람 속에서 꿈을 꾸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고 싶을 때 생도 문을 똑똑 두드릴 겁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드나들고 싶습니다. 며칠 뒤면 왠지, 생도에서 새로운 얼굴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성대 김귀정 생활도서관 skkbook.cyworld.com 
전국대학 생활자치도서관 협의회 sjd-library.cyworld.com

덧붙이는 글 성대 김귀정 생활도서관 skkbook.cyworld.com 
전국대학 생활자치도서관 협의회 sjd-library.cyworld.com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 최종병기 모국어 https://blog.naver.com/leedr83


AD

AD

AD

인기기사

  1. 1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2. 2 "독도 조형물 철거한 윤석열 정부, 이유는 '이것' 때문" "독도 조형물 철거한 윤석열 정부, 이유는 '이것' 때문"
  3. 3 방치된 폐가였는데 이젠 50만명이 넘게 찾는다 방치된 폐가였는데 이젠 50만명이 넘게 찾는다
  4. 4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5. 5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