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씨.
김씨 부부는 '집에 먹을 것이 없어 배를 주린 채 잠을 자야 된다면 얼마나 측은한가'라는 생각에 남몰래 결식학생들에게 저녁을 해주고 있다.
"나중에 제가 진짜 착한 일을 할 때 그때 가서 말할 게요, 이게 무슨 착한 일이라고..."
취재요청을 했을 때 그가 보인 반응이다. 그는 한사코 다문 입을 열려 들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는 겨우 입을 열었다.
그는 젊은 시절에 건설회사를 경영했다. 하지만 1998년 IMF의 여파로 건설회사가 부도나면서 그가 살던 집까지 남의 손에 넘겨야 했다. 회사 부도 후 그는 길거리에 나앉아 공원벤치에서 잠을 자기도 하면서 3년 넘게 방황하는 등 굴곡진 삶을 살았다.
그는 그때 아이들에게 우유조차 마음대로 먹이지 못하면서 '내가 형편이 나아지면 굶는 아이들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약속을 지켰다. 남의 땅을 빌려 포장마차를 시작하긴 했지만 3년을 열심히 일한 덕에 끼니 걱정은 면하게 됐다. 그는 지난 3월부터 맘 먹었던 일을 실행에 옮겼다.
부인 이씨는 더 많은 결식학생들에게 밥을 먹이지 못해 안달이 날만큼 남편 김씨보다 손이 크다. 김씨 부부는 초저녁 장사가 잘돼 손님들이 자리를 찾아다녀도 아이들이 저녁을 먹을 자리만큼은 절대로 내어주지 않는다.
김씨는 "학생들에게 밥을 주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아이들의 자존심이 다칠까봐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의 꿈은 더 많은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그들이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김씨는 어린이날 선물도 이미 준비해 놓은 사태다. 또 아이들과 함께 어딘가 나들이 갈 계획도 세워놓았다.
"어린이 날이라고 특별하게 대하면 아이들이 오히려 어색해 할 것 같아 날이 날이니 만큼 어디든(근교의 산과 바다) 가고 싶다는 곳에 데리고 가 하루를 즐겁게 해주려고 합니다."
김씨 부부의 작지 않은 선행은 어떤 날만 되면 생색내기 위해 매스컴을 동원해 가며 성금을 기탁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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