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과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

[미니시리즈-국회문자향④]한화갑 민주당 대표

등록 2005.05.17 12:51수정 2005.05.3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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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화갑 민주당 대표의 의원회관 방. 윤선도의 오우가가 걸려 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의 의원회관 방. 윤선도의 오우가가 걸려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호남'은 한화갑 민주당 대표에게 애증의 대상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정치적 성장을 이루기도 했지만 한 대표가 '포스트DJ시대'를 위해 정치적 독립을 시도했을 때 호남은 그를 선택해주지 않았다. 지난 2002년 민주당 경선 때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대표는 변함없이 '호남 예찬론'을 편다. 그는 "내가 이렇게 정치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호남을 고향으로 뒀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호남인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50여년 동안 암송해온 고산 윤선도의 '오우가'

한 대표가 의원실에 인천의 한 서예가로부터 구입한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 편액을 걸어놓은 것도 그의 '호남 예찬론'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윤선도가 여러 관직을 사양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점을 높이 샀다. 즉 "윤선도는 '떠나는 고향'이 아니라 '돌아오는 고향'을 보여줬다"는 것. 그 역시 정계에서 은퇴하면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고산 윤선도의 오우가 전문

내 버디 몃치나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東山)의 달 오르니 긔 더옥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삿 밧긔 또 더하야 머엇하리

구룸빗치 조타 하나 검기랄 자로 한다
바람 소래 맑다 하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조코도 그츨 뉘 업기난 믈뿐인가 하노라

고즌 므스 일로 퓌며셔 쉬이 디고
플은 어이 하야 프르난 닷 누르나니
아마도 변티 아닐산 바회뿐인가 하노라

더우면 곳 피고 치우면 닙 디거
솔아 너난 얻디 눈서리랄 모라난다
구천(九泉)의 불희 고단 줄을 글로 하야 아노라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곳기난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난다
뎌러코 사시(四時)예 프르니 그를 됴하 하노라

쟈근 거시 노피 떠서 만물을 다 비취니
밤듕의 광명(光明)이 너만하니 또 잇나냐
보고도 말 아니 하니 내 벋인가 하노라
오우가는 송강 정철과 쌍벽을 이루는 시객(詩客) 고산 윤선도의 대표작이다. 오우가는 윤선도가 56세 때 해남 금쇄동(金鎖洞)에 은거할 무렵에 지은 것으로 <산중신곡(山中新曲)>에 수록돼 있다. 여기서 '오우'(다섯 벗들)란 '물·돌·소나무·대나무·달(水·石·松·竹·月)을 가리킨다.

한 대표는 "중학교 3학년 국어교과서엔가 오우가가 실렸는데 그때 국어 선생님이 외우라고 해서 지금까지도 외우고 있다"며 "변함없는 곧은 절개를 드러내고 있어 애송하는 시조"라고 소개했다. 그는 오우가의 6수 중 네번째인 "더우면 꽃피고 추우면 잎지거늘/소나무야 너는 어찌하여 눈과 서리를 모르느냐/땅속 깊이 뿌리가 곧은 줄을 그것으로 아노라"라는 대목을 가장 좋아한다.

이는 열린우리당과의 통합에 반대해온 한 대표의 '정통야당론'을 연상시킨다. 그는 최근 '민주당의 부활'을 꿈꾸며 당명도 '새천년민주당'에서 '민주당'으로 개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는 민주당을 50년 전통의 정통야당을 부활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뿌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a 한화갑 민주당 대표의 의원회관 방. 한 대표를 상징하는 동물인 소 그림이 걸려 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의 의원회관 방. 한 대표를 상징하는 동물인 소 그림이 걸려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우이도'에서 태어난 '우촌' 한화갑을 상징하는 동물은 '소'

또 한 대표의 의원실에는 '소그림'이 걸려 있다. 이것 역시 '고향'과 관련이 있다. 한 대표는 "어렸을 때 소에게 풀을 뜯겼던 고향을 생각나게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 대표는 '우촌(牛村)'이란 호를 쓸 정도로 소를 좋아한다. 그가 태어난 곳도 전라남도 신안군 우이도다. 우이도(牛耳島)란 소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는 "소는 미련하지만 묵묵히 일만 하는 동물"이라며 "17대 국회에서는 농촌과 농민을 위해 의정활동을 펼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연필보다 붓을 먼저 들었다. 너댓살 때부터 서당에 다녔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국회서도회' 회장도 맡고 있을 정도로 서예에 관심이 많다.

한 대표는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논어 위령공편에 나오는 말로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뜻이다. 그는 이를 '남에게 악한 일 하지 말고 좋은 일만 하라'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그가 직접 쓴 이 구절은 액자에 담겨 의원회관에서 국회 본청으로 이어지는 지하통로에 걸려 있다.

a 한화갑 민주당 대표의 의원회관 방. 윤선도의 오우가와 한 대표를 상징하는 동물인 소 그림이 걸려 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의 의원회관 방. 윤선도의 오우가와 한 대표를 상징하는 동물인 소 그림이 걸려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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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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