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의 나아갈 길, '중생제도'

[미니시리즈-국회 문자향 ③]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

등록 2005.05.10 12:57수정 2005.05.3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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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실을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의미있는 구절을 적어놓은 액자들을 마주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보이지 않게 의원들의 초심을 일깨워주는 풍경소리 같은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각 의원실의 문자향을 하나씩 건져 올려 그것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먼저 각당 대표의 의원실부터 찾았다. 이 연재가 '낭만이 없어진 정치판'에서 목을 축일 수 있는 한모금의 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a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 방에 걸린 고 장일순 선생의 선화.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 방에 걸린 고 장일순 선생의 선화. ⓒ 권박효원

a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 방에 걸린 고 장일순 선생의 선화.  이 선화는 장 선생이 91년도 전노협 후원 전시회가 끝난 뒤 천 의원단대표(당시 전노협 상임지도위원)에게 그려준 것이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 방에 걸린 고 장일순 선생의 선화. 이 선화는 장 선생이 91년도 전노협 후원 전시회가 끝난 뒤 천 의원단대표(당시 전노협 상임지도위원)에게 그려준 것이다. ⓒ 권박효원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 방에는 웃는 표정을 먹으로 그린 선화(불교에서 스님들이 수행을 위해 그리는 그림)가 걸려 있다. 그림에는 '중생제도'라는 글씨가 흘림체로 적혀 있는데 천 의원단대표는 이를 "민주노동당이 만들어지기 전의 그림이지만 내용으로는 민중운동, 진보정당 운동에 맞는 글귀"라고 해석했다.

이 선화는 천 의원단대표가 전국노동자협의회(전노협) 상임지도위원 시절 원주의 민주화운동 원로인 고 장일순 선생에게서 받은 것이다.

장일순 선생, 그를 '도반'으로 생각하고 선화를 그려주다

장 선생은 1960년 4·19혁명 직후 사회대중당 후보로 민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며, 5·16군사정변 직후 구속되어 3년간 수감생활을 했던 민주화운동 원로다. 그는 지학순 천주교 원주교구장, 김지하 시인 등과 함께 지역에서 농민·노동자들을 위한 교육활동을 펼쳤다. 김지하 시인은 그에게서 그림을 사사받았다고 한다.

장 선생이 천 의원단대표에게 그림을 그려준 것은 지난 91년 전노협 후원 전시회였다.

당시 전노협은 단병호 위원장의 구속 등으로 재정이 극도로 어려웠다. 민족미술운동협의회(민미협) 소속 작가들을 중심으로 전노협을 후원하기 위한 전시회도 몇 차례 열렸고 장일순 선생도 자주 작품을 내놓았다. 당시 전시회에서는 임옥상, 신학철 화백 등이 단골 기증자로 활약했다고 한다.


a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 방 책상 유리에는 투쟁을 나타내는 민중판화가 끼워져 있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 방 책상 유리에는 투쟁을 나타내는 민중판화가 끼워져 있다. ⓒ 권박효원

천 의원단대표는 전시회를 마친 뒤 "먹값이라도 드리자"며 유홍준 교수 등과 함께 장 선생을 찾았다. 그러나 장 선생은 이를 받지 않고 오히려 "전시회 준비하느라 애쓰신 분들이 누구냐"며 전노협 자문위원들에게 그림을 그려주었다고 한다.

장 선생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난을 쳐주었지만 유독 천 의원단대표에게는 선화를 그려주었다. 그림에 적힌 '도반('도를 함께 수행할 반려자'라는 뜻의 불교용어)'이라는 글씨가 천 의원단대표에게 대한 장 선생의 애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외에도 천 의원단대표 방에는 머리띠를 손목에 묶은 주먹이 그려진 민중판화가 책상 유리에 끼워져 있어 눈길을 끈다.

이 그림 하단에는 '천영세 의원님!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라는 글씨와 함께 "전국 애니메이션 노동조합 위원장 류재운 드림. 2005. 1. 16"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이 그림은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실에도 액자로 걸려 있는데 이 역시 비정규직문제 해결을 주요과제로 설정한 노동자정당의 특성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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