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덕이 있어 외롭지 않네"

[미니시리즈-국회 문자향 ⑥] 김덕룡 한나라당 전 원내대표

등록 2005.05.31 12:01수정 2005.05.3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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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덕룡 의원이 지난 97년 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연 '덕린재' 사무실의 현판. <논어>에 나오는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에서 따온 말로, 고 강암 선생의 아들인 송하경 교수가 직접 써준 글씨다.

김덕룡 의원이 지난 97년 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연 '덕린재' 사무실의 현판. <논어>에 나오는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에서 따온 말로, 고 강암 선생의 아들인 송하경 교수가 직접 써준 글씨다. ⓒ 김덕룡 의원실

한나라당 내에서 '덕장'(德將)으로 꼽히는 김덕룡 의원. 김 의원은 자신의 이름에 있는 어질 '덕'자가 들어간 한자성어를 유난히 좋아한다. 자신의 정치역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신념이 '덕의 정치' 즉 화합과 통합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두고 12년간 김 의원 곁을 지킨 유용승 보좌관은 "김 의원의 흔들림 없는 신념은 바로 도덕심, 화합과 통합을 위한 덕의 정치"라며 "이것은 김 의원이 손해보더라도 지켜온 명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에 대한 평가가 '덕장'과 '우유부단'의 사이를 오가고 있는 것을 보면 이는 김 의원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인 듯하다.

97년 경선 때 사무실을 '덕린재'라고 이름붙인 이유

김 의원이 가장 좋아하면서도 그의 정치색을 잘 나타내주는 '문자향'에도 '덕'자가 들어간다. 그것은 바로 <논어>에 나오는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으로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으니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뜻이다.

김 의원은 이 말이 담긴 편액을 여러 개 선물 받았는데, 그중에서도 고(故) 강암 선생의 아들 우산 송하경 교수(성균관대)가 써준 글씨를 가장 아낀다.

때는 신한국당의 '9룡'들이 대권을 거머쥐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던 1997년. 김 의원도 '9룡' 중 한 명이었다. 송 교수는 그가 여의도에 경선을 위해 개인사무실('21세기국가경영연구회')을 낼 때 '덕린재'(德隣齋, 덕이 있어 이웃들이 모여드는 곳)라고 쓴 현판을 선물했다. 덕린재는 '덕불고필유린'에서 따온 말. 이런 연유로 그의 경선 사무실은 '덕린재'라는 이름을 얻었다.


a 의원회관의 김덕룡 의원실 집무 책상 뒤에 자리한 '덕휘용상'(德輝龍翔·덕이 빛나니 용이 하늘을 난다). 중국 내에서 명필가로 알려진 사오화쩌(邵華澤) 전 중국 <인민일보> 사장이 써서 선사한 족자다.

의원회관의 김덕룡 의원실 집무 책상 뒤에 자리한 '덕휘용상'(德輝龍翔·덕이 빛나니 용이 하늘을 난다). 중국 내에서 명필가로 알려진 사오화쩌(邵華澤) 전 중국 <인민일보> 사장이 써서 선사한 족자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김 의원은 이후 사무실을 정리한 뒤에도 이 현판을 간직하고 있다.

이밖에도 김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 집무실에서도 '덕'자가 들어간 족자가 눈에 띈다. 사오화쩌(邵華澤) 전 중국 <인민일보> 사장이 선사한 '덕휘용상'(德輝龍翔, 덕이 빛나니 용이 하늘을 난다)이 담긴 족자다.


중국 내에서도 명필가로 알려진 사오 전 사장이 지난 2001년 한국에서 서예전을 열 당시 평소 친분이 있던 김 의원을 위해 직접 써준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덕'을 강조하는 김 의원이 2007년 대선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대선일정을 관리하는 '관리형 대표'? 아니면 '킹메이커'?

유용승 보좌관은 "오는 대선에서 김 의원이 할 수 있는 정치적 소명은 정권창출의 일익을 담당하는 일일 것"이라며 "김 의원의 '덕의 정치'가 이 때에 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한편, 김 의원은 30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지리산 산행에 나섰다. 지리산은 김 의원이 해마다 찾는 곳으로 벌써 25년째다.

지리산에 오를 때마다 김 의원이 반드시 들르는 봉우리는 바로 경남과 전남, 전북의 경계에 있는 '삼도봉'. 이른바 '영남당' 내에 남은 '마지막 호남출신 민주계 인사'인 김 의원이 올해에는 이 봉우리에 서서 어떤 구상을 그릴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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