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리 화가 이종구, 국립현대미술관서 전시

고향 오지리 마을 사람들 소재로 농촌의 애환 담아내

등록 2005.05.18 15:54수정 2005.05.1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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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의 낫(작품집)
이종구의 낫(작품집)이종구
대장간에서 벼리고 벼려 시퍼렇게 날이 선 육철 낫, 삽, 호미, 신다가 지쳐 누렇게 변색된 흰 고무신, 주름이 가득한 수심 깊은 노파의 얼굴, 허름한 차림새로 쪼그리고 앉아 독한 담배연기를 깊숙이 빨아들이는 농부의 화난 얼굴.

사람들은 도무지 그림 소재가 될 성 싶지 않은 그런 것들이 그림으로 그려지는 데 놀라고, 그 모습이 너무도 정밀해 날이 선 낫과 고무신이 벽에 결려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또 한 번 놀란다.


이종구(52, 중앙대 서양회화과 교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한 그의 작품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12일부터 시작된 이 전시전은 7월 14일까지 계속된다.

그의 고향은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농촌마을이다. 몇 굽이의 고개를 넘고 켜켜히 들어선 산의 틈바구니에 들어서 있는 ‘오지리’는 문자 그대로 오지마을이었다.

이종구는 그런 곳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투산이’의 애환을 모두 안다. 농민들의 고뇌와 좌절, 분노와 항거, 울분 속에 자란 그는 고향을 떠난 지금도 그의 잠재의식 속에 고향 ‘오지리’가 살아 숨쉬고 있다.

이종구의 모내기(작품집)
이종구의 모내기(작품집)이종구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소재는 ‘오지리’를 주로 한 것이 많다. 그의 ‘오지리’ 작품은 농촌에 대한 목가적인 풍경이나 추상적인 고향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상실한 채 서서히 무너져 가는 농촌의 실상을 그리고 있다.

‘오지리’는 지역적인 것에 한정되지 않는 우리 농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작품을 정부미 쌀부대에 그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에 있어 쌀부대는 시대의 증거물이자 이 시대를 살아간 농민들의 삶의 집적물이다.


이종구의 오지리에서(작품집)
이종구의 오지리에서(작품집)안서순
그는 ‘오지리’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화가가 된 그가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면 그곳 사람들은 서슴없이 모델이 되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등 보이지 않는 후원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그 빚을 갚기 위해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연다. ‘오지리’의 실정을 보다 많이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이종구의 오지리 농부(작품집)
이종구의 오지리 농부(작품집)이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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