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의 낫(작품집)이종구
대장간에서 벼리고 벼려 시퍼렇게 날이 선 육철 낫, 삽, 호미, 신다가 지쳐 누렇게 변색된 흰 고무신, 주름이 가득한 수심 깊은 노파의 얼굴, 허름한 차림새로 쪼그리고 앉아 독한 담배연기를 깊숙이 빨아들이는 농부의 화난 얼굴.
사람들은 도무지 그림 소재가 될 성 싶지 않은 그런 것들이 그림으로 그려지는 데 놀라고, 그 모습이 너무도 정밀해 날이 선 낫과 고무신이 벽에 결려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또 한 번 놀란다.
이종구(52, 중앙대 서양회화과 교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한 그의 작품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12일부터 시작된 이 전시전은 7월 14일까지 계속된다.
그의 고향은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농촌마을이다. 몇 굽이의 고개를 넘고 켜켜히 들어선 산의 틈바구니에 들어서 있는 ‘오지리’는 문자 그대로 오지마을이었다.
이종구는 그런 곳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투산이’의 애환을 모두 안다. 농민들의 고뇌와 좌절, 분노와 항거, 울분 속에 자란 그는 고향을 떠난 지금도 그의 잠재의식 속에 고향 ‘오지리’가 살아 숨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