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이라는 고사리의 일종인데 고루 잘 퍼져있어 관상하기에 참 좋습니다. 때에 따라 생각이 날 때도 있고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때도 있답니다.김규환
이제 막바지 가파른 언덕배기에 있다. 몇 주 전엔 하늘이 열려 있었는데 어느새 졸참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엄나무가 뒤섞인 숲이 제법 짙푸르러 있다.
"당귀가 있는 걸 보니 이쯤인가 싶은데…."
"조금만 더 올라가면 엄나무 쓰러진 곳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돼요."
"기억력 한번 좋구만."
"두번째라 이렇게 마음이 놓이는군요."
"여기서부터 곰취와 참나물, 수리취 밭입니다. 옆에 오셔서 잘 익혀두세요."
분명히 지난번에 들어갔던 곳이다. 곰취가 몇 개 보이니 이제 제법 올라와 있을 성싶어 마음이 들떴다. 장아찌를 맘껏 실험해 보고 싶었다.
"형님, 이건 참나물입니다. 곧장 올라가면 참나물이 피나물 옆에 지천이니 욕심 내지 마시고 곰취나 맘껏 뜯으세요."
웬걸, 사방을 뒤지고 다녀도 우리가 찾던, 어찌나 많던지 지려 버린 곰취는 온데간데 없다. 급기야 발만 조금 빗겨 디뎌도 땅 껍질이 확 패이던 나물 밭엔 정말이지 수상하고 또렷한 흔적이 있었다. 한 무리가 떼를 지어 가리지 않고 바닥을 도려내듯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다. 밭을 갈아 놓듯 망쳐 놓았으니 이를 어쩔 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