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을 나눠 주는 어미 산비둘기를 보며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자식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등록 2005.05.27 16:31수정 2005.05.2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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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교회 문을 열다 말고, 나는 잠깐 주춤했다. 산비둘기 한 마리가 교회 앞 나뭇가지 위에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푸드득거리는 날갯짓도 없이 녀석은 아주 사뿐히 발을 내 뻗었다.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인 듯싶었다.


유리문 옆에 비켜서서 그 녀석을 빤히 쳐다보았다. 물론 녀석은 나를 알아 볼 수가 없었다. 문 옆 한쪽 모서리에 숨어서 봤기 때문이다. 그래도 녀석은 몇 번 동안 두리번두리번하며 여기저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행여 누군가 있을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인 듯싶었다.

알에서 깨어난지 얼마 안 된 어린 산비둘기 두 마리입니다. 이 새끼들을 먹이고 보살피기 위해 어미 산비둘기는 이곳 저곳을 찾아 다니며 애를 쓰겠지요. 모름지기 자식들을 사랑하는 부모 마음이 다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이 사진은 다음 날 낮에, 어미 산비둘기가 없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알에서 깨어난지 얼마 안 된 어린 산비둘기 두 마리입니다. 이 새끼들을 먹이고 보살피기 위해 어미 산비둘기는 이곳 저곳을 찾아 다니며 애를 쓰겠지요. 모름지기 자식들을 사랑하는 부모 마음이 다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이 사진은 다음 날 낮에, 어미 산비둘기가 없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권성권
녀석이 그 나무에 내려앉은 까닭이 있었을까. 그 늦은 시각에 그곳을 찾은 까닭이 달리 있었을까. 거기에 혹시 자기 집이 있었던 것일까. 아침이 되면 돌아다니다가 저녁이 되면 돌아와서 쉴 수 있는 곳. 그것도 아니라면 그곳에서 자기 짝을 만나려고 그랬던 것일까. 그렇게 별별 생각들이 다 들었다.

궁금한 것은 도무지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나는 사다리를 찾았다. 그 나무 위에 올라가서 봐야만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사다리를 길게 펴서 건물 옆에 비스듬히 세웠다. 그리고 한 계단 한 계단 그 지점까지 올라갔다. 그때까지도 산비둘기는 어떤 소리도 없이 꼼짝달싹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고개를 쳐들고 산비둘기가 앉아 있는 곳을 보는데 무언가 시커먼 게 있었다. 그것도 흐물흐물 움직이는 것이었다. 사다리 계단에 두 발을 확실히 내 딛고 찬찬히 살펴봤다. 그때서야 그게 산비둘기 새끼였음을 알게 됐다. 그것도 두 마리나 되었다.

나와 녀석들 사이는 2미터도 채 안 되었다. 아주 가까운 거리였다. 물론 어미 산비둘기와 내 눈이 마주치기도 했다. 그런데도 어미 산비둘기는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달아나려고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끼들을 더 감싸 안으면서 내 눈만 빤히 쳐다보았다. 어서 내려가 달라는, 그래야 새끼들에게 마음껏 먹이를 줄 수 있다는, 뭐 그런 눈치였다.


하는 수 없이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계단 아래로 내려왔다. 나무가 다치지 않게 곧장 사다리도 치워줬다. 그리곤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가려다 말고, 다시 한 번 그 곳을 빤히 쳐다봤다. 하지만 어미 산비둘기 밖에는 그 어떤 것도 볼 수가 없었다.

모름지기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부모님들 마음이 그렇지 않았나 싶다.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생도 마다않고 밖을 나돌며 힘써 일하셨던 부모님들…. 행여 어린 자식들이 다칠 새라 태풍과 비바람 앞에 단단히 막아서주셨던 부모님들…. 먹을 것과 입을 것과 그 어떤 바라는 것들도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다 채워주려고 애쓰셨던 부모님들….


적어도 우리네 옛 부모님들은 그랬다. 그런데 요즘도 그런지, 앞으로도 그럴 것인지 장담할 수가 없다. 세월이 흘러 내가 나이 든 부모가 되면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어미 산비둘기는 그때까지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세월이 아무리 많이 흘러갈지라도 자식들을 사랑하는 어미 산비둘기의 사랑 방법은 결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오월 끝자락에 제 자식들을 감싸주며 먹을 것을 나눠주는 어미 산비둘기를 보며, 변치 않는 자식 사랑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나도 과연 어미 산비둘기처럼 부모님들에게 받은 사랑을 내 자식들에게 그대로 물려 줄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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