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강력한 차기 대안... 소장파? 깃발 들면 누가 따르나"

[인터뷰 전문] '창 역할론' 제기하는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

등록 2005.05.29 13:44수정 2005.05.3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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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진 한나라당 의원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 '이회창 역할론'을 첫 제기했다.
"대선 전망과 연계해서 말하겠다. 2007년 대선은 현정부를 지원하는 진보 세력과 50년 근대화를 이룬 보수 진영과의 전면전이 될 것이다. 현재 회자되고 있는 한나라당 후보군들은 보수다. 손학규 경기지사가 좀 다르지만 고건 전 총리도 보수적인 색채가 강하다. 고건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런 맥락에서 이회창 전 총재도 보수진영의 일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할 것이다. 그것이 내 기대고 전망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권에 다시 도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겪은 이회창은 정계 은퇴 선언을 번복할 사람이 아니다. DJ처럼 '3수'를 생각할 만큼 파렴치한 분이 아니다. 그럼 점에서 내 진의가 과장되었다. 대선 후보로서 복귀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 바람인가, 전망인가.
"아직도 상당수의 국민들이 창의 도전을 바라고 있지만 정치지형상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없다. 국민들 역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현 정부가 너무 아마추어적이다 보니 고건의 실체를 알지 못한채 안정에 대한 갈구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회창 입장에서도 '와이 낫'이라는 생각은 가질 수 있다. 하지만 21세기는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미래를 보는 게 아니라 그 때 그 때 바뀌는 불연속성의 시대다. 과거의 카리스마는 국민들에게 외면당한다."

- 대선을 앞두고 보수세력이 합종연횡하는 과정에서 창의 역할이 있을 거라고 주장하지 않았나.
"중부권신당 사태에서 보았지만 이제 동서, 영호남이라는 큰 지역주의는 사라지고 소지역주의로 바뀐다. 호남도 전북과 전남으로, 영남도 경상남도와 경상북도 등으로 쪼개져 작은 골목단위의 수장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분점과 컨소시엄 밖에 없다. 각 도를 대표하는 고만고만한 리더들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이회창의 대표성은 약하다. 한나라당 후보로 영남을 대표했지만 원래 경상도 출신이 아니다. YS의 후계자가 될 수 있었던 건 판사, 총리, 감사원장 등을 거치면서 신선한 풍모에 대중들이 열광했다. 그러나 병풍, 세풍 등으로 그런 이미지가 마모되었고 회복하기 힘들게 되었다. 결국 정치공작으로 드러났지만 이회창은 골병이 들었다."

- 이른바 한나라당이 규정하는 '3대 정치공작'에 대한 특검이 제기되면서 창의 복귀에 발판이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회창 개인이 아니라 공당으로서 당연히 해야 한다. 아주 저급한 정치공작으로 무너졌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무효소송까지 해야 한다. 사실 이건 대단한 소송 건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공석이 되었거나 특검을 통해 날조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이회창 후보가 다시 국민의 환영을 받으며 복귀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회창 후보의 대선 패배로 보수세력이 무너졌다. 보수가 초토화되고 패망한 것에 대한 실망감이 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 대선 패배의 원인이 병풍, 세풍 등의 사건 때문이었다고 보나.
"주된 요인이다. 팽팽하다가 김대업의 병풍으로 여론이 급격히 차가워졌다. 한나라당도 문제다. 당원이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대선 패배의 원인이 없다. 산토끼-집토끼 논쟁에 머물러 있다. 당 개혁작업을 하려면 분석서가 있어야 하는데 여의도연구소도 하지 않았다."


- 대통령 당선무효 소송은 자칫 제2의 탄핵역풍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이 정부가 50년 전 과거를 법을 만들어서 밝히자고 하는데 바로 엇그제 사건을 유야무야 하면 명분이 없다. 한나라당의 주장을 정치 공세로 받아들이지 말고 진지하게 받아들일 때만이 친일 규명이나 유신 시대를 비판할 자격이 생긴다. 한나라당이 제안한 '3대 정치공작' 특검을 받아야 한다.

당선무효소송은 한나라당 차원에서 제기할 수 있다고 보지만 시민단체에서 움직임이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한나라당 지지세력들이 반드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당 역시 정부여당의 '정치만행'을 낱낱이 들춰야 한다. 그건 공당으로서 의무다."


"이회창 1년 동안 '낙선사례 투어' 하면 기꺼이 동행하겠다"

- 최근 '북악포럼' 회원들이 이회창 전 총재와 오찬 회동을 가졌다고 하던데.
"대선 이후 처음 갖는 오찬이었다. 안부 묻는 정도지 정국 전망이나 당 내외 상황을 얘기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북악포럼은 내가 설립한 미래학연구소인 '한백연구소'가 북악산에 소재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 달에 한 번 자문그룹들이 모여 이회창 후보를 모시고 공부를 했는데, 대선 패배 이후 명맥을 잃어버렸다가 최근 다시 모임을 갖고 있다. 그분들이 나를 후원하고 있지만 이회창과는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지 않다."

- DJ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나갔지만 오랜동안 '부재의 정치'를 한 뒤 복귀했다.
"DJ는 정치 은퇴 선언하고 그날 바로 연청에 있는 청년들 불러서 그날 오후 '내가 복귀할 방법이 없냐'고 그랬다고 한다. DJ, YS는 정치 프로다. 꾼이다. 그런 점에서 창은 프로가 아니다. 그들 주변에는 '머슴'과 '문지기'들이 있었지만 후계자는 없었다. 하지만 한나라당 주변에는 역량이 뛰어난 분들이 포진하고 있다.

물론 여러 사람들이 이회창 전 총재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가지며 지켜보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정치를 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보이건 보이지 않건 '정치적 존재'다. 그런 점에서 이미 무대에 서 있다. 하지만 복귀 논쟁은 의미가 없다."

- '창사랑'과 '박사모'는 서로 이회창 전 총재와 박근혜 대표를 대통령으로 내세우며 러닝메이트를 제안하고 있다.
"한편의 가능성으로 보지만 바람직하지 않다. 대중이 선택하면 감동이지만 내가 한다고 나서면 또 외면 당한다. 보수진영의 후보들이 각축을 벌일 때 무대 뒤에서 연출, 관리, 화해하는 역할은 가능하다. 내가 언젠가 이회창 전 총재에게 '낙선사례' 투어를 하자고 제안했다. 1년 정도 기간을 잡고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언론에서는 100% 정계복귀라고 쓸 것이라며 고개를 젓더라. 하지만 낙선사례를 하는 것은 아름다운 퇴장이다. 나는 그 길에 기꺼이 동반할 수 있다."

- 창 복귀는 한나라당의 위기와 맞물리면서 수시로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
"이회창 대세론을 경험한 사람들은 국발연이나 소장파에서 지도부를 흔들면 '이게 무슨 당이냐, 복숭아 학당이지' 그런다. 당이 불안하면 구관이 명관이라는 식으로 이회창을 찾는 것이지 그 이상은 없다."

- 대선을 앞두고 '관리형 당대표'로서의 역할은?
"아마 본인이 받지 않을 것이다. 가시권의 역할은 안 할 것이다."

"이명박 지지 국발연? 이재오 너무 일찍 복심 드러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 국발연 대표직을 사임하면서 모임 내 이재오, 김문수 의원 등 이른바 '반박' 세력을 비판했다.
"27일이면 내 임기가 끝나고 2기가 들어선다. 국발연의 인적 구성은 훌륭하다. 전재희, 심재철 등 개성 강한 중견과 이재오, 김문수 등 회개한 엑티비스트(운동가)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오 의원이 너무 일찍 복심을 드러냈다. 시기와 방법이 적절치 않았다. 작년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그러는 것("독재자의 딸이 당 대표가 되면 한나라당은 망한다"고 박근혜 불가론 제기)은 초라했다.

30여명 되는 국발연 회원들 중에는 수도권 출신들이 많은데 이명박 지지 세력이라는 인상이 너무 강했다. 대선 후보군 중에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해본 적 없다. 그런데 이재오, 홍준표, 박계동 의원 등은 직·간접적으로 이명박측에 있으면서 TK, PK와 대척점에 섰다.

그래서 불만이 많았다. 회원들 중에는 '친박'도 있고 박 대표의 '흑기사' 노릇을 하는 의원도 있다. 그 중간에서 내가 완충 역할을 하면서 박 대표에게 오해도 받았다. 그들의 속마음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대선 주자 지지가) 공론화되어 투명하게 진행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되었다. 차기시장 선거를 놓고도 그렇다. 서로 MB(이명박)계열이라고 하는데, 정작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 국발연의 주요 맴버들이 또 '수투위'를 이끌고 있다. 수투위가 맥을 잃었다.
"시대상황을 잘못 짚었다. 박 대표가 후진타오 주석의 환대를 받았다. 박정희는 그 사람들의 가정교사다. 1992년경에 내가 중국에 갔을 때 북경대에서 박정희 강좌를 개설하겠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 딸이 왔으니 어떻겠나. 박정희 유산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과거사를 통해 박정희를 심판하려는 것이야말로 국내외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 이명박과 박근혜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명박 시장은 CEO형이고 박근혜 대표는 연인형이다. 박근혜는 대중성을 지닌 사랑 받는 지도자고, 이명박은 업무능력을 지닌 신뢰받는 정치인이다. 어느 쪽이 우위에 있지 않다. 단지 차이일 뿐이다."

- 박 대표의 말처럼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보나.
"이명박과 박근혜의 장점이 공조를 이루고 시너지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이 둘이 극도의 긴장상태로 맞부딪치게 되면 당이 깨질 수도 있다. 안심하긴 이르다. 아직 3년은 길다. 박 대표도 언젠가 차기 수업을 위해 현실 정치에서 떠나 '부재의 정치'를 해야 한다.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 당이 깨질 수도 있다?
"중부권 신당, 민주당의 선전으로 한나라당이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 수도권을 포함하는 당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경상도당'이다. 인적 구성을 보라. 강재섭 원내대표, 김무성 사무총장, 유승민 대표비서실장, 김형오 외부인사영입위원장 등 전부 경상도 일색이다. 박 대표의 의도와 상관없이 강성 경상도 세력이 당을 차지하고 있다. 4.30 이후 더 득세하고 있다.

지금은 수투위가 정책적 대응을 위한 조직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상도당'의 성격이 지속되면 위험해질 수 있다. 재보선 이후 수투위가 외투깃을 올리고 있지만 잠시의 틈이라도 보이면 수도권의 한나라당 의원들과 충청도 세력, 민주당 세력, 뉴라이트를 위시한 중립적 인사들과 모종의 제안이 가능해진다. 한두번 정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 그럴 때 이명박 시장을 앞세우는 건가.
"고건도 있고, 손학규도 있지 않나. 만약 그런 컨소시엄에 고건을 앉히면 강력한 차기 대안이 될 수 있다. 전략적 제휴는 지금부터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회창도 나와서 군웅들을 다독거리며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다."

- 고건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 같다.
"충분히 한 인자가 될 것이라고 본다. 한나라당이 환골탈태를 할 것이다. 당명개정도 포함된다. 적절한 인적 쇄신도 있을 것이다. 한두 번 정도의 변신 이후 본격적인 제휴 관계가 벌어질 것이기 때문에 고건도 한축을 담당할 수 있는 충분한 경력과 대중적 호감도를 가지고 있다. 현실이 그렇다."

"소장파? 누가 있나? 깃발 들면 모일 사람 없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 남·원·정으로 대표되는 소장파 역시 당 진로를 놓고 다양한 모색을 하고 있다.
"소장파 누가 있나. 남·원·정? 언론이 키웠지. 덕이 있나 돈이 있나. 소장파가 깃발을 들면 누가 가겠나. 자기와 신념을 나누고 따르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 남경필이는 대학 후배고 정병국은 해병대 후배다. 원희룡은 학자 시절 인연이 있다. 그들은 일종의 엔터테이너다. 박근혜 대표가 소장파를 놓고 걱정을 하는데 내가 그랬다. 야당에서 소장파는 신선한 조미료 역할이다, 그냥 놔두시라고 했다. 당이 너무 일사분란해도 안된다."

- 정권 창출을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개인의 역량이 아무리 높아도 권력 독점의 시대는 갔다. 3김의 카리스마 시대는 갔다. 노무현 대통령은 3김 시대와 다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협력체제다. '빅3' 누가 되었든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다. 내가 부족한 것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빨리 파악해서 제휴 준비를 해야 한다.

누군가를 절대적으로 지지한다던가, 반대로 대척점에 서는 것은 어리석다. 내년 5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제휴가 이뤄질 것이다. 그 때 내가 그들을 연계할 수 있는 네트워커로서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앞으로 1년은 물망에 오르고 있는 주자군의 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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