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음악으로 승화된 상처는 온누리에 예술의 향기 퍼지고

결성 10년, 온누리국악예술단의 열정

등록 2005.06.08 18:23수정 2005.06.0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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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리 음악인 국악으로 가족의 인연을 맺은 온누리국악예술단. 이들은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신명으로 풀었다.

우리 음악인 국악으로 가족의 인연을 맺은 온누리국악예술단. 이들은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신명으로 풀었다. ⓒ 온누리국악단 제공

견딘다는 것이 어디 어른들만의 일이겠는가. 아이들도 자신이 가진 인생의 질곡을 견디며 세월의 향기를 지니게 마련이다. 누구의 손에 이끌리고 어떤 가르침에 담기고 또 어떤 삶의 지표에 서있느냐에 따라 그 길은 서로 다른 각각의 이정표를 갖는다.

그런 뜻에서 보자면 경북 청도에 있는 온누리국악예술단 아이들은 부모 잘 만난 덕(?)에 22명이 같은 길을 향하고 같은 향기를 품어내고 있으니 참 행복하다.

아버지 구상본(47세)은 단장을 맞고 집안의 총책임자인 집사 노릇은 어머니 박경화씨(45세)가 한다. 각자 제 몫의 일을 챙겨 아이들과 우리 음악인 국악의 신명에 빠진 지 10년 세월이 흘렀다.


a 아이들이 쳐내는 가락은 보는 사람들도 치는 자신도 신명에 묻히게 한다.

아이들이 쳐내는 가락은 보는 사람들도 치는 자신도 신명에 묻히게 한다. ⓒ 온누리예술단 제공

그동안 신문, 방송 등에 소개돼 참 많은 관심과 눈길도 받았다. 그래서 온누리국악예술단은 국악예술단으로서 그 실력보다는 ‘결손가정 아이들로 이루어진 풍물단’이니 ‘다른 아이들까지 데려다 키우며 국악공부 시키는 맘 좋은 부부’니 하는 쪽으로만 회자되곤 했었다.

하지만 이들의 공연을 한번쯤 본 사람들이라면 그 예술적 끼와 열정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특히 아이들과 아버지 구상본씨가 같이 만들었다는 창작물 ‘천년의 소리’는 10년이라는 세월이 결코 그냥 보낸 것이 아님을 증명해 보이는 작품이다. 그들은 이제 프로인 것이다.

온누리국악예술단의 시작

경상도 말로 ‘니캉, 내캉, 그리고 니아, 내아 같이 살자’며 다섯 식구가 한 가정을 이룬 후 경북 청도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이 93년. 당시 식당을 했던 구씨의 집에서 가정사가 서로 엇비슷한 아이들이 몰려 놀았고 아이들이 보다 신나고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고안해낸 게 ‘사물놀이’였다.

a 온누리국악예술단에게 사물놀이는 기본이다. 삼고무, 날뫼북춤, 살풀이, 태평무, 대금과 가야금 산조는 물론 판소리까지 소화해내 국악예술단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

온누리국악예술단에게 사물놀이는 기본이다. 삼고무, 날뫼북춤, 살풀이, 태평무, 대금과 가야금 산조는 물론 판소리까지 소화해내 국악예술단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 ⓒ 온누리예술단 제공

아이들이 쥔 북과 꽹과리에서는 어린 나이임에도 속내에 녹아 흐르던 상처와 아픔이 신명으로 풀어져 나왔다. 구씨는 아이들이 쳐내는 가락을 들으면서 국악이야말로 아이들이 커나갈 텃밭이라는 것을 단박에 깨달았다.


1995년 3월 1일 '온누리국악예술단'으로 창단하고 김덕수 사물놀이패 등에서 본격적인 국악수업을 받도록 했다. 자금은 집을 담보로 빌린 3억원. 그 돈은 3년 만에 바닥났지만 구씨는 후회하지 않았다.

이제는 아이들만의 길이 아니라 자신도 우리음악인 국악에 푹 빠져있었고 예술단을 세계적인 국악예술단으로 만들겠다는 포부와 목표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a 학교를 마치고 연습실 청소를 하는 아이들을 불러 사진을 찍자고 하자  밝은 모습으로 포즈를 취했다. 아이들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감돌았다.

학교를 마치고 연습실 청소를 하는 아이들을 불러 사진을 찍자고 하자 밝은 모습으로 포즈를 취했다. 아이들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감돌았다. ⓒ 권미강

최고의 국악예술단을 꿈꾼다

97년 남원춘향제 대상을 시작으로 자신감을 얻은 온누리국악예술단은 청도의 폐교를 임대받아 꿈을 이뤄가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창단 10주년 공연을 열고 2003년부터 도움을 주고 있는 후원회원들도 초청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처음 결성한 7명에서 점점 늘어나 이제는 22명의 대식구가 된 만큼 이들의 프로그램은 다양해졌다. 사물놀이는 기본이고 삼고무, 날뫼북춤, 살풀이, 태평무, 판소리, 대금과 가야금 산조 등 그야말로 국악예술단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프로그램을 다 소화해낸다.

어린 아이들은 올해 대학에 들어간 언니오빠들이 지도하니 그 가르침의 정성이야 어떤 스승보다도 뛰어나다. 예술적 재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성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아버지 구씨의 뜻에 따라 연습은 방과 후 7시~10시까지 주로 한다.

a 일본공연 때 찍은 기념사진. 일본에는 이들을 위한 후원회도 결성돼 있다.

일본공연 때 찍은 기념사진. 일본에는 이들을 위한 후원회도 결성돼 있다. ⓒ 온누리예술단 제공

박자 감각을 익히기 위해 2~3년간은 타악을 중심으로 하고 그 다음에는 각자 전공이 주어진다. 국악에 있어서 박자와 호흡 맞추기는 기본인데 온누리국악예술단은 그런 점에 있어서 기초가 튼튼하다. 이것도 느지막하게 국악에 심취한 아버지 구씨의 교육방침이다.

일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행사도 많으니 돈 많이 벌었다‘ 한다. 하지만 이 식구의 한 달 생활비가 1천500여만원 정도라면 과연 ‘그럴까?’ 싶다. 얼마 전에는 노부모도 함께 모시기로 하고 부모님이 사시던 집도 내놓았다. 원활한 활동을 위해서다.

a 그동안의 노하우로 만든 이들만의 작품. '천년의 소리'. 온 가족이 함께 만들어 더욱 애착이 간다고.

그동안의 노하우로 만든 이들만의 작품. '천년의 소리'. 온 가족이 함께 만들어 더욱 애착이 간다고. ⓒ 온누리예술단 제공

“희생이 있기에 열정이 생기죠. 아이들이 제대로 된 연주자, 지도자로서 홀로서기 할 수 있는 지팡이 하나씩 들려주겠다는 것” 그것이 온누리국악예술단장인 아버지 구씨의 또 다른 바람이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국악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신명을 다해 우리 음악을 온 국민이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들의 꿈에서 온누리 정신과 향기가 품어져 나온다. 이들은 오는 8월경 유럽 순회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온누리국악예술단 홈페이지 http://www.onnurii.or.kr
이 글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소식지 'EXPO 문화사랑' 6월호에도 게재됐음을 밝혀둡니다.

덧붙이는 글 -온누리국악예술단 홈페이지 http://www.onnurii.or.kr
이 글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소식지 'EXPO 문화사랑' 6월호에도 게재됐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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