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대통령이 11일 새벽(한국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을 마친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김동진
두 정상은 11일 오전 0시25분(한국시간)부터 50분 동안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포기라는 공동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와 같은 회담결과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언론과 조야에서 조성된 대북 강경 분위기에 비하면 고무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강경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한 견해를 묻자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유엔을 통해서 강경조치를 취한다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보다는 오히려 다른 사안을 먼저 해결해야 하겠다"고 선(先)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기회를 통해 따로 얘기하겠다"고 밝혀 여지를 남겨 두었다.
언론에서 예상했던 대로 두 정상은 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한미동맹 관계라는 두 가지 핵심의제를 갖고 진지하게 논의했다.
우선 부시 대통령은 공동회견에서 한미 동맹 관계를 우려하는 시각을 의식한 듯 "노 대통령과 여러 가지 중요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중요한 우방국이며 또 전략적인 동맹국이기 때문"이라며 "그리고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 도처의 평화가 목적이다"면서 "우리 공동의 목적은 평화롭고 번영된 그런 사회에 국민들이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북핵 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제조하고 있다고 시인했는데 그 얘길 듣고서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한미는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완전히 해체하고 제거하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그렇게 하기 위해서 노 대통령과 내가 만나고 6자회담에 개최되는 것이다"고 답변했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나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가능한 한 빨리 국제사회에 합류하고 우리의 의견뿐만 아니라 중국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할 것"이라며 "그것은 궁극적으로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해 외교적 해결 노력을 경주할 것임을 밝혔다.
부시가 공동회견에서 보여준 유일한 '당근'은 'Mr. Kim Jong Il' 호칭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해 6월달에 이미 북한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될지를 제시를 했지만 북한으로부터 어떤 대답을 얻을 수가 없었다"면서 "그것은 미국이 독단적으로 제안한 것이 아니고 6자회담 참가국들이 모두 제안한 것이며 그 제안들은 아직까지 유효하다"고 말해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암시했다.
요컨대 부시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6자회담이 필수적(essential)이다"면서 "양국은 북한이 중국, 한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미국의 이야기를 잘 듣고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김정일 위원장(Mr. Kim Jong Il)에게 확실하게 이해를 시키려고 노력을 하고 있고 한미 양국은 같은 목소리로 계속 협조할 것"이라고 밝혀 '공'은 북한에게 넘긴 것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미 작년 6월에 우리는 북한측에 제안을 했고 그 제안에 대한 북한의 답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면서 "그리고 그것은 아직도 합리적인 제안이다"고 밝힘으로써 사실상 더 이상의 '당근'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어쩌면 유일한 '당근'은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도 즐겨보는 CNN 방송으로 생중계된 공동회견에서 '미스터 김정일'이라는 호칭을 쓴 것이다. 따라서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와 같은 불확실성은 부시 대통령이 강경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한 견해를 묻는 두 번째 질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다"고 부인하지 않은 데서 뒷받침된다.
부시 대통령은 "유엔을 통해서 강경조치를 취한다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보다는 오히려 다른 사안을 먼저 해결해야 하겠다"고 선(先)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기회를 통해 따로 얘기하겠다"고 밝혀 여지를 남겨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