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북핵 중요한 당사자로서 적극적 역할 해야"

노 대통령 6·15 공동선언 5주년 축사... '민족공조' 간접 제안 주목

등록 2005.06.13 11:50수정 2005.06.1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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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입장하는 전현직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13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기념 국제학술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나란히 입장하는 전현직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13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기념 국제학술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백승렬

노무현 대통령은 "6자 회담이 열리면 보다 유연하고 전향적인 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우리 정부는 이미 밝힌 것처럼 북핵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중요한 제안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남북한이 민족문제 해결의 당사자임을 천명한 6·15 공동선언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고, 북한도 기회 있을 때마다 '민족공조와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해왔다"면서 "이제 남북한이 북핵문제 해결의 중요한 당사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해 주목된다. 북한측 용어를 원용한 것이기는 하지만 노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 '민족 공조'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1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5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축사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기본원칙을 확인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단 통해 체제안정과 경제발전의 전기 마련해야"

노 대통령은 "특히 부시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목표는 평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면서 "이제 북한이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통해 체제안정과 경제발전의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이러한 노력을 적극 지원할 것"이며 "이를 위해 포괄적이고 매우 구체적이며 적극적인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은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되어온 반세기 분단 역사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었고, 우리 겨레가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큰 희망을 안겨 주었다고 평가하고 "이처럼 큰 업적을 이뤄내시고, 평생을 남북 화해협력에 헌신해 오신 김대중 전 대통령께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할 수는 없고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약속의 실천"이라고 말해 북측의 서울답방 이행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가 걸려 있지만, 이것이 남북간 기존 합의의 이행을 지체하거나 무산시킬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합의한 사항들을 반드시 이행해 나가는 것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고, 관계발전은 신뢰 위에서 가능하고 그 신뢰는 약속을 지키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또 노 대통령은 남북한이 민족문제 해결의 당사자임을 천명한 6·15 공동선언의 의미를 거론하며 남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물론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대화는 계속되어야 하고, 남북대화가 북핵문제 해결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도 기회 있을 때마다 '민족공조와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해왔다"

특히 노 대통령은 "남북한이 민족문제 해결의 당사자임을 천명한 6·15 공동선언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고, 북한도 기회 있을 때마다 '민족공조와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해왔다"면서 "이제 남북한이 북핵문제 해결의 중요한 당사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해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민족공조'라는 말을 직접 쓰지는 않았다. 그러나 북한측이 기회 있을 때마다 '민족공조와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해온 사실을 상기시킴으로써 사실상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민족공조'를 간접 제안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남북한이 북핵문제 해결의 중요한 당사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갈 때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도 보다 좋은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이와 같은 제안은 남북 장관급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전향적인 대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한 관계자도 "대통령이 공식연설에 '민족공조'라는 표현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남북한이 북핵문제 해결의 중요한 당사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자고 강조한 것"이며 "축사에 '민족공조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넣은 것은 노 대통령의 '워딩'이 아니고 참모들이 넣은 것"이라고 말해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공조'의 틀을 공고히 한 것으로 평가한 한미 정상회담 직후에 '민족 공조'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미묘한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남한에게는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적'이자 함께 평화통일을 이뤄야 할 '한민족'이라는 한반도 '상황의 이중성'을 감안 할 때 '한미공조'와 '민족공조'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투 트랙'(두 가지 접근법)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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