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미군트럭 압사사건] 한국 재판권 행사 가능할까

비대위, 미군당국의 1차적 재판권 포기 요청 촉구

등록 2005.07.04 19:27수정 2005.07.04 21:06
0
원고료로 응원
'동두천 미군트럭 압사사건'과 관련, 재판권 행사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6월 10일 동두천에서 김명자씨가 미군 트럭에 깔려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주한미군 대형트럭에 의한 압사사건 진상규명투쟁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7월 4일 오전 11시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법무부에 하루 빨리 미군당국에 1차적 재판권 포기 요청을 할 것을 촉구했다.

a 7월 4일 오전 11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가진 '재판권 포기 요청 촉구 기자회견'에서

7월 4일 오전 11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가진 '재판권 포기 요청 촉구 기자회견'에서 ⓒ 이소희

비대위는 “경찰이 사건의 축소, 은폐 의혹에 대해 보강수사를 벌일 것을 약속하고도 사건의 의혹은 그대로 남겨둔 채 지난 6월 24일 사건을 검찰로 본격 송치했다”고 말하고 “만일 이대로 미군당국에서 재판권을 행사한다면 지난 여중생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미군사법원에서 ‘무죄’ 평결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여중생 사건의 선례도 있는데다, 어차피 재판장에서부터 배심원까지 모두 미군으로만 구성된 미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할 경우 그 결과는 뻔하다는 것. 따라서 법무부는 SOFA(주한미군지위협정)에 따라 늦어도 미군당국으로부터 공무증명서를 발급받은 후 21일 내에 재판권 포기 요청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

ⓒ 미군트럭압사비대위

현행 SOFA에 따르면, 공무중 사건의 경우 미군당국에, 비공무중 사건의 경우에는 한국당국에 1차적 재판권이 있다. 그런데, 만일 어느 일방이 상대 당사국의 1차적 재판권의 포기를 요청하려면 해당 범죄의 발생을 통보받거나 달리 알게 된 후 21일 내에 재판권 포기를 서면으로 요청해야 한다. 그에 따라 미군당국은 미군이 비공무중 범죄를 저지른 경우 사건의 경중을 막론하고 의례적으로 한국당국에 1차적 재판권의 포기를 요청해 왔고, 실제 한국당국은 90% 가까이 재판권을 포기해왔다. 그에 반해 미군당국은 소파가 체결된 지 40년이 다되도록 단 한번도 1차적 재판권을 포기한 전례가 없다.

2002년 여중생 사건 발생 당시 한국당국이 사상 처음으로 미군당국에 1차적 재판권의 포기를 요청하였으나 그마저 거부당했다. 따라서 만일 이번 사고에 대해 법무부가 미군당국에 1차적 재판권의 포기를 요청하게 된다면 사상 두 번째로 재판권 포기를 요청하는 셈이 된다.

비대위는 “법무부가 당연히 알아서 해야 하는 일임에도 왜 비대위가 이런 기자회견까지 해야 하는지 답답하다”며 “재판권 포기 요청은 주권국가로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하고, “이번 사고가 ‘제2의 여중생 사건이 되느냐 마느냐는 누가 재판권을 행사할 것인지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a 기자회견을 마치고 정부 종합청사 앞에서 재판권 포기 요청 촉구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비대위는 주중 연속해서 1인시위를 진행한다는 계획인데, 첫번째 주자로 비대위 위원장인 동두천 시민연대 강홍구 대표가 나섰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정부 종합청사 앞에서 재판권 포기 요청 촉구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비대위는 주중 연속해서 1인시위를 진행한다는 계획인데, 첫번째 주자로 비대위 위원장인 동두천 시민연대 강홍구 대표가 나섰다. ⓒ 미군트럭압사비대위

비대위는 이번 기자회견에 앞서 지난 6월 30일 법무부에 재판권 포기 요청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발송하고, 천정배 법무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천 법무부 장관이 새로 취임한지 얼마 안 되는 사정 등을 들어 금주 내로 다시 연락을 주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무 증명서의 경우 아직까지 발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기자회견 후에는 과천 정부 종합청사 앞에서 재판권 포기 요청을 촉구하는 1인 시위가 이어졌다. 비대위는 이 날부터 한 주간 점심시간(오전 11시 30분~오후 1시)을 이용해 1인 시위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동두천 미군트럭 압사사건에 관한 미군책임자 한국법정 처벌 촉구 범국민 서명운동’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미군트럭 압사사건 재판권 포기 요청 촉구 진정서

발 신 : 주한미군 대형트럭에 의한 압사사건 진상규명투쟁 비상대책위원회
수 신 : 천정배 법무부장관님 귀하

1. 안녕하십니까. 우선 천정배 신임 법무부 장관님의 취임을 축하드리며, 귀부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 본 비대위는 지난 6월 10일 동두천에서 발생한 미군 트럭(LMTV) 김명자씨 압사사건에 관하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귀부에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주한미군사령부에 서면으로 1차적 재판권 포기를 요청하여 주시기를 촉구드리는 바입니다.

다 음


(1) 이 사건은 미합중국 군대의 구성원들의 공무집행중의 범죄로서 대한민국과아메리카합중국간의상호방위조약제4조에의한시설과구역및대한민국에서의합중국군대의지위에관한협정(이하 ‘주한미군지위협정') 제22조 제3항 (가)호에 의하여, 그 책임자들에 대한 제1차적 형사재판권은 미군당국에 있습니다.

(2) 그러나 같은 조 (다)호에 의하면 제1차적 재판권을 갖고 있는 국가는 상대국이 그 재판권을 포기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인정하여 포기 요청을 하는 경우 호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바,

이 사건은 미군 차량이 피해자를 역과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그 피해 정도가 심각하고, 사고 차량(LMTV)은 근래에 미군 부대에 보급된 신형 화물트럭으로 미군기지 인근 도로에서의 운행이 잦아 유사 사건이 재발될 가능성이 높아 재발 방지 필요가 절실하며, 이 사건에 대한 관련자들이 자신의 과실조차 강력히 부인하며 진실을 은폐하고 무책임하게 나오는 상황에서 그 책임자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통한 형사재판권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대한민국 당국을 대표하는 귀부가 미군당국에 공식적으로 1차적 재판권의 포기 요청을 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3) 무엇보다 지난 2002년 발생한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이하 ‘여중생 사건’)의 선례에 비추어 볼 때, 만일 이번 사건에 관하여 미측이 재판권을 행사한다면 또 다시 미 군사법원에서 ‘무죄’ 평결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이번만큼은 대한민국 당국이 재판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주한미군의 공무집행중 범죄에 관하여는 대한민국 당국이 수사권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였고, 형사재판권을 행사한 전례가 없으며, 대체로 주한미군 내에서 가벼운 징계 조치에 머물러 왔습니다.

2002년 여중생 사건에 대하여 대한민국 당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미군당국에 1차적 재판권의 포기를 요청한 바 있지만, 결국 미군당국이 그러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미군당국은 운전병과 관제병을 과실치사죄로 기소하고, 미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하였으나 두명 모두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고, 이를 계기로 반미감정이 고조되면서 ‘촛불시위’로 상징되는 사상 유례없는 전국민적인 반미시위가 벌어졌고, 한미간 외교적 문제로까지 번져 나가기에 이르렀습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에는 미군당국이 군사법원에서 ‘무죄’ 평결을 내린 것에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또한, 최근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여중생 사건에 관한 수사기록이 공개되면서, 그동안 은폐되었던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미 군사재판이 매우 불공정하게 진행되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재판장에서 배심원까지 모두 미군으로만 구성되어 진행되어지는 미 군사재판의 구조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당국이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군당국에 재판권 포기 요청조차 하지 않는다면, 자국민의 피해에 대한 최소한의 사법 주권조차 행사하기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4) 또한, 다시는 이와 같은 사고가 되풀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당국이 적극적으로 재판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사고는 여중생 사건 3주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그와 상당히 유사한 사건이 다시 한번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한미 당국은 여중생 사건 이후 여러 가지 ‘사고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내왔지만 결국 이러한 사고가 또 다시 발생하게 된 것은, 그러한 대책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고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라고 할 때, 한국당국의 재판권 행사는 너무도 절실한 상황입니다.

(5) 다만 주한미군지위협정 제22조 제3항 (다)에 관한 양해사항에 따르면, “일방 당사국이 타방 당사국의 일차적 관할권 포기를 요청코자 할 경우, 해당 범죄의 발생을 통보받거나 달리 알게 된 후 21일을 넘지 아니하도록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이를 서면으로 요청하여야 한다”고 하고, 지난 여중생 사건에 관하여 법무부가 미군당국으로부터 공무집행증명서를 발급받은 날로부터 기산하여 21일째 되는 날을 제출 기한으로 삼은 전례에 비추어 볼 때, 귀 부로서는 늦어도 이 사건에 관하여 미군당국으로부터 공무집행증명서를 발급받은 날로부터 21일이 되는 날까지 미군당국에 1차적 재판권 포기를 서면으로 요청하여야 합니다.

만약 이를 간과하여 요청 기한을 초과하게 되면, 대한민국으로서는 이번 사건에 관하여 형사재판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완전히 상실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주권국가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6) 관련하여 본 비대위에서는 7월 4일(월) 오전 11시 과천 법무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대위 대표단과 법무부장관님과의 면담을 요청코자 합니다.

취임 직후라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으실 줄 알지만, 기한이 촉박한 나머지 이렇게 급하게 면담 요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점 양해하시어 면담 자리를 마련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05. 6. 30.

/ 동두천 미군트럭 압사사건 비대위

덧붙이는 글 | -이소희 기자는 주한미군 대형트럭에 의한 압사사건 진상규명투쟁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입니다.

-미군 트럭 압사사건과 관련해 현재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져 활동중에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비대위 홈페이지 "http://us-truck.cyworld.com"을 참조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이소희 기자는 주한미군 대형트럭에 의한 압사사건 진상규명투쟁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입니다.

-미군 트럭 압사사건과 관련해 현재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져 활동중에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비대위 홈페이지 "http://us-truck.cyworld.com"을 참조바랍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3. 3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4. 4 국방부의 놀라운 배짱... 지난 1월에 그들이 벌인 일 국방부의 놀라운 배짱... 지난 1월에 그들이 벌인 일
  5. 5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