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신화>, 작가에겐 '계륵' 같은 작품

[만화야 안녕3] 신간이지만 눈에 익은 작품들

등록 2005.07.27 11:45수정 2005.07.2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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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을 잃어버렸지만 그래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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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 다크북

한국만화가협회장이기도 한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 2부> 17권(다크북, 6500원)이 나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작가 자신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던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인해 작가는 고소를 당하고 결국 기나긴 재판 끝에 승리했다. 청소년보호법과 표현의 자유 사이에 많은 것을 남겼고 작가 자신도 이제 신명을 잃어버렸다고 할 만큼 회한이 많이 서린 작품이기도 하다.


무질서와 혼돈의 시대에 하늘에서 내려온 신은 만물을 창조했지만, 아직 인간들은 신을 만나지 못했다.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 속에 인간은 신을 가지게 되었고 하늘에서 환인이 내려온다. 환인들은 천 년 동안 인간을 이끌어 온다.

천국의 멸망이 가까워 오자 환인은 자신의 아들에게 다음 천국이 될 자리를 찾으라 명하고 태자 바람은 백두산에 터를 세우니, 환웅의 시대이자 인간이 살아가는 시대가 시작된다.

'천국의 신화', 어쩌면 작가에겐 계륵(鷄肋) 같은 존재가 아닐까? 버리자니 관심의 눈이 그렇고 계속 진행하자니 실익(여기서 실익이란 꼭 돈이 아니다)이 별로 없다. 그가 이 작품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현세란 이름은 더 진행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전생 붐'을 일으켰던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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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 대원씨아이

히와타리 사키의 <나의 지구를 지켜줘 애장판> 7권(대원씨아이, 6500원)이다. 요즘 애장판이란 이름으로 많은 책이 나오는데 그만큼 만화계가 어렵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전생 붐'을 불러 일으켰던 작품으로 명작으로 꼽히는 만화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나의 지구를 지켜줘'는 전생과 현생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다양한 인물 사이의 갈등과 사랑이 주된 이야기다.

수줍음 많은 앨리스는 도시로 전학을 왔지만 친구라고는 옆집 말썽꾸러기 꼬마와 동생 밖에 없다. 그녀는 사고로 옆집 꼬마를 고층아파트에서 떨어뜨리고, 꼬마는 그 사고를 통해 전생을 각성하고 모종의 계획을 치밀하게 꾸민다.

한편 앨리스는 같은 반 친구 진파치와 잇세이의 전생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녀는 진파치들의 전생과 관련된 꿈을 꾸게 되고 그들과 가까워진다. 앨리스와 옆집 꼬마 링, 그리고 그들의 전생에 관련된 이들은 복수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데….


이 만화의 특징은 전생과 그리움으로 작가의 탁월한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그렇지만 장편이라 그런지 몰라도 후반부로 갈수록 그림이 많이 약해진 것이 아쉽다.

이제 넌 아기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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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 대원씨아이

둘리 아빠란 애칭으로 유명한 김수정의 <아기공룡 둘리 애장판> 4권(대원씨아이, 8500원)이다. 아기공룡 둘리, 그렇지만 둘리는 더 이상 아기가 아니다.

2003년 4월 22일. 둘리가 탄생한 지 20년만에 부천시로부터 명예시민자격을 얻어 주민등록증까지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캐릭터로서는 누릴 것 다 누리고 있는 행복한 녀석이다.

만화잡지 '보물섬'에 연재를 시작한 후 20년 동안 변치않는 사랑을 받고 있다. 희동이, 희동이의 고모부인 고길동, 도우너, 또치, 마이콜 등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도 이 만화의 생명력에 한몫 단단히 한다.

한국만화의 걸작으로 '아기공룡 둘리 애장판'에는 둘리의 탄생과 배경, 작가 인터뷰, 20년 전의 콘티 등이 수록되어 있다.

나름대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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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 서울문화사

스즈키 유미코의 <미녀는 못 말려> 6권(서울문화사, 3500원)이자 완결편이다. 대부분 남자들은 여자의 외모 중 가장 용서 안 되는 부분이 '못생긴 얼굴'이라고 한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뛰어난 몸매를 가졌지만 얼굴은 못생겼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는 자신이 못났다는 걸 인정하지만 이 만화의 주인공은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자신에게 찍힌 도끼병이다. 더구나 남자들이 다 자신한테 반한 줄 착각한다.

예쁘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되고 못 생기면 그 반대일까? 요즘에는 보기에 괜찮은데도 자신을 뚱뚱하다거나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자신감이 너무 지나쳐서 탈이지만 그런 점에서 세상을 잘 살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지나친 과장됨과 억지스런 웃음이 아쉽다.

천국의 신화 2부 24 - 제1부 대단군

이현세 지음,
다크북,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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