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을 만화로 보는 즐거움

[만화야 안녕4] 황석영 원작의 <무기의 그늘>

등록 2005.08.01 02:51수정 2005.08.0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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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경찰국가를 자부하는 미국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베트남 전쟁. 그 이면에 도사린 인간의 욕망과 타락, 전쟁을 조종하는 미국의 실체를 파헤쳤던 황석영 원작의 <무기의 그늘>(이가서, 9500원)이 '만화로 보는 한국문학 대표작선'의 하나로 나왔다.

a 겉그림

겉그림 ⓒ 이가서

'만화로 보는 한국문화 대표작선' 시리즈를 낸 이가서 출판사는 한국 대표적 작가들의 소설을 만화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원작자 황석영이 <무기의 그늘>을 낸 것은 1989년. 그는 이 작품으로 그 해 제4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인공 안영규 상병은 전장에서 합동수사대 한국군이 파견한 시장조사원으로 월남 시장 내의 전쟁물자 유통을 조사하는 정보 부대로 차출된다. '블랙마켓'으로 불리는 이 암거래 시장은 미국과 베트남의 중요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된다.

미국은 원조하는 모든 물자가 본연의 취지에 벗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정보원을 투입하지만, 이미 베트남전에 관련된 여러 국가와 많은 사람들이 돈벌이에 눈이 멀었다. 그 결과로 전쟁에서 누가 이기냐는 것보다 누가 더 많은 돈을 벌어 가느냐가 핵심이 된다.

팜 민과 팜 꾸엔 형제는 수재들로 형 꾸엔은 군의 모든 실무를 담당하고 동생은 의과대학을 다니다가 베트남민족해방전선에 가입한다. 형제의 갈 길이 너무나도 다르다. 동생인 팜 민은 가게에서 번 돈으로 무기를 구입해 베트남민족해방전선에 공급한다.

파트너로 만난 안영규와 베트남 상이군인 토이는 전투식량이 대량으로 암거래되는 루트를 찾아내는데 팜 꾸엔과, 그의 연인인 한국 여인 오혜정이 그 루트의 중심에 있다.

혜정의 밀거래를 묵인해 주는 조건으로 정보를 받기로 한 안영규와 토이는 꾸엔으로부터 구엔 타트라는 사람을 소개 받는다. 그는 해방전선의 다낭 보급 책임자로 있는 비밀 게릴라다. 그 사실을 안 토이는 구엔 타트를 협박하는데….

a 왼쪽부터 구엔 타트, 안영규, 팜 꾸엔, 오혜정

왼쪽부터 구엔 타트, 안영규, 팜 꾸엔, 오혜정 ⓒ 백철

원작자인 황석영은 "이 무섭고 피에 젖은 전쟁의 연막이 사라질 때 우리는 재정이 아직도 확고하게 서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새로운 장소에 투하될 돈을 발견할 것이며 무너지고 황폐한 세계를 재건할 돈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공장의 불을 다시 밝게 타오르게 하여 지구를 평화의 승리로써 밝혀줄 달러를 발견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렇듯 전쟁은 우리에게 알려진 것과 달리 그 뒤에는 갖은 이권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투가 주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화려한(?) 전투신은 나오지 않는다. 원작에 충실하고자 차분하게 풀어나가는 그림이 안정된 느낌을 주지만 장면 하나하나를 컬러로 너무 채워버려 답답한 느낌이 들고 또 비슷한 컬러들이 그 페이지가 그 페이지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아쉽다.

요즘 '그리스 로마 신화'니 '서유기'니 '삼국지' 등 많은 작품들이 만화로 나오고 있다. 어찌 보면 그런 안전(?)한 소재를 놔두고 한국문학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을 시도한 출판사의 기획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한편에선 문학이 만화화되는 걸 작품이 가벼워진다는 이유로 못마땅히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만화로 접하다 자연스레 원작자의 작품도 찾아 읽어보는 재미도 괜찮을 듯싶다.


잘 알려진 문학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원작을 단순히 그림으로 옮기는 것도 그렇고 그렇다고 재해석하는 것도 만화 작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만화와 가까운 세대인 요즘 청소년들에게 문학을 만화로 보는 즐거움을 주는 것도 괜찮다. 그러나 한편에서 걱정하듯 너무 가볍지 않는 그래서 문학과 만화의 조화로운 상생을 바라고 또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원작자 : 황석영

1970년 신춘문예로 등단해 1974년 첫 창작집 <객지>를 펴내면서 단숨에 70년대 리얼리즘의 대표작가로 떠오른다. 이어 신문에 <장길산> 연재를 시작하는데 그의 서민 대중에 대한 애정은 <객지>와 <장길산>의 작품에서 잘 나타난다. 1989년에는 북한을 방문했고 이후 귀국하지 못하고 외국을 유랑하다 1993년 귀국과 함께 체포, 7년형 받고 1998년 사면되었다. 소설집으로 <객지>(1974), <삼포 가는 길>(1975), <오래된 정원>(2000) 등이 있다. 

그림 : 백철  

1995년 만화잡지를 통해 데뷔하여, 환경 및 자연탐사 만화와 역사 만화에 주력해 왔다. 작품으로는 <투덜이의 야생초 일기1, 2, 3> ‘만화로 보는 한국문학 대표작선’ 시리즈로 <메밀꽃 필 무렵> <시인의 별> <녹두 장군 1, 2, 3>이 있다. 
 
만해문학상 : 만해 한용운의 업적을 기리고 문학 정신을 계승하여 민족문학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창작과 비평사가 1973년에 제정한 문학상. 1974년 제1회 수상작에 신경림의 시집 <농무>가 선정됐다.

덧붙이는 글 원작자 : 황석영

1970년 신춘문예로 등단해 1974년 첫 창작집 <객지>를 펴내면서 단숨에 70년대 리얼리즘의 대표작가로 떠오른다. 이어 신문에 <장길산> 연재를 시작하는데 그의 서민 대중에 대한 애정은 <객지>와 <장길산>의 작품에서 잘 나타난다. 1989년에는 북한을 방문했고 이후 귀국하지 못하고 외국을 유랑하다 1993년 귀국과 함께 체포, 7년형 받고 1998년 사면되었다. 소설집으로 <객지>(1974), <삼포 가는 길>(1975), <오래된 정원>(2000) 등이 있다. 

그림 : 백철  

1995년 만화잡지를 통해 데뷔하여, 환경 및 자연탐사 만화와 역사 만화에 주력해 왔다. 작품으로는 <투덜이의 야생초 일기1, 2, 3> ‘만화로 보는 한국문학 대표작선’ 시리즈로 <메밀꽃 필 무렵> <시인의 별> <녹두 장군 1, 2, 3>이 있다. 
 
만해문학상 : 만해 한용운의 업적을 기리고 문학 정신을 계승하여 민족문학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창작과 비평사가 1973년에 제정한 문학상. 1974년 제1회 수상작에 신경림의 시집 <농무>가 선정됐다.

무기의 그늘 - 상

황석영 지음,
창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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