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보증금, 누구 돈인지 아시나요?

시공사 건축비 3% 의무 예치... 하자보수 없이 10년 지나면 업체 몫

등록 2005.08.08 10:38수정 2005.08.08 17:53
0
원고료로 응원
최근 수년 새 아파트 하자를 전문적으로 진단하는 하자컨설팅 전문회사가 전국적으로 삼백 여개나 생겨났다. '하자 보증금'과 관련한 아파트입주민들의 새로운 인식확산과 무관치 않다. 그동안 잘 몰랐던 하자보증금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하자검사를 통해 대대적인 아파트 하자보수에 나서는 아파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대구에서도 그 같은 사례들이 확인되고 있다.

건축비의 3% 무조건 하자보증금 예치해야

올봄, 대구성서지역의 한 아파트단지는 하자종결처리를 조건으로 시공업체로부터 아파트 도색비용 중 상당액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소문을 타고 퍼진 이 소식은 곧바로 인근 단지에도 상당한 여파를 몰고 왔다. 기왕에 하고 있던 도색작업을 중단한 아파트가 있는가 하면, 이미 한 계약을 파기한 곳도 있고, 또 도색을 준비 중이던 많은 아파트들은 논의 자체를 중단해버렸다. 아파트 하자보증금에 얽힌 새로운 비밀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해당 업체와 '딜'만 잘하면 따라 하자보수 대신 상당액의 현금을 시공업체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주택법시행령 제60조 3항에 따르면 주택공사나 도시개발공사 등을 제외한, 아파트를 건설하는 모든 건설업체는 공사금액의 1백분의 3분을 무조건 하자보증금으로 예치하도록 하고 있다. 가령 1000억원의 건축비를 들인 아파트가 있다면, 이 아파트는 30억원이 하자보증금으로 예치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업체가 오롯이 부담하는 건 아니다. 아파트 분양원가에 포함시키지 않을 리가 없다. 업체는 이 돈으로 하자보증 종목에 따라 10년간 나눠 하자보수를 해주게 된다. 3년까지는 총금액의 70%, 5년차와 10년차는 각각 15%씩 집행한다. 물론 종목에 따라 해당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하자보수는 해주지 않는다. 10년간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면 모든 금액은 당연히 건설업체의 몫이 된다.

입주민들, 하자보증금 있는지도 몰라

하지만 문제는 대다수의 아파트 입주민들이나 관리소 측이 이 같은 규정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하자보증기간을 놓쳐버리거나 아예 하자진단을 받아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모든 아파트는 3년마다 안전정밀진단을 받고는 있지만 이는 하자진단과는 엄연히 별개의 검사라서 하자조사에는 별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설사 이 진단으로 하자가 발견됐다 하더라도 이를 통해 하자보수를 받을 수 있는 범위도 한정적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안전정밀진단을 하자진단과 혼동하는 경우가 허다해 스스로 권익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하자기간 만료시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업체로부터 약간의 시설보강을 지원받는 선에서 하자종결처리를 해주고 있다. 금액으로 쳐봐야 수백만 원 꼴이다. 이마저도 아파트 주민 입장에서는 고마워하며 받아들인다. 하자보수에 대한 입주민의 인식부족으로 시공업체들은 생색도 내고, 돈도 챙기는 것이다.

하자보증금, 입주민에게 되돌려줘야

하자진단업체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하자정밀진단을 하면 거의 다 하자가 지적 되기 때문에 시공업체로부터 하자보수를 받거나 또는 현금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한 전문가는 “이 문제와 관련해 법적 다툼이 생기면 거의 아파트 측의 승소로 끝나는데,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시공업체들도 이런 내막을 알고 있는 아파트단지에는 적정한 금전적 보상으로 하자보수를 마무리 짓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파트측으로서도 현금을 받기 때문에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사례가 확산되면서 아파트입주민들 사이에선 보다 직접적인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자정밀진단을 통해 시공업체와 금전적 보상여부를 준비 중이라는 대곡지구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지금의 하자보증금제는 업체에게 유리하도록 되어있는 만큼 하자보수를 하고 남은 액수는 아파트 측에 되돌려 주도록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하자진단에도 거액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공업체로부터 그보다 더 많은 액수를 받아낼 수도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주장이고 보면, 어떤 식으로든 아파트 하자보증금과 관련된 제도적 장치가 바뀔 필요가 있다. 입주민을 위해 조성된 기금인 만큼 쓰고 남은 돈은 입주민에게 돌려주는 게 마땅한 것이다. 그것이 또한 하자를 줄이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구경북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구경북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모든 독자분들과 기자님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4. 4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5. 5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