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평사 가는 길최삼경
이 소설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어쩐지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전설을 접한 느낌이었다. 주인공이 여관에서 새벽녘에 들은 것 같던 뿔피리 소리나 푸른 안개처럼, 그래서 주인공의 가슴팍에 대고 비벼대는 소를 닮은 그녀의 귀와 눈을 바라보는 장면은 작금의 디지털 사이버 시대에 와서도 감당키 어려울 정도이다.
윤대녕의 작법 자체가 현재와 과거, 실재와 상상,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중첩되고 불투명한 '혼돈'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라 한다. 소설에서는 '소와 법당, 여관, 길 떠남'이라는 말이 반복된다. 소는, 법당은 어떤 의미일까. 일찍이 소는 선가에서 자신의 본래면목을 의미하는 것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사찰의 본당(本堂) 외벽에는 주로 팔상도(八相圖)와 십우도(十牛圖)가 그려진다. 이는 팔상도가 가지는 교화적 가르침과 십우도가 일깨우는 자신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上求菩提)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下化衆生)'는 조형적 구현이라 할 수 있다. 청평사 대웅전 뒤편에 놓인 경내의 극락보전에도 십우도가 그려져 있다.
말하자면, 십우도는 자신의 진면목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것은 자신의 본래면목을 찾는 심우(尋牛)단계에서 출발하여, 수행하고 정진하여 비로소 자신의 존재 자체가 이 우주와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차리고, 거기서 오는 깨달음으로 탐욕, 진에, 우치의 삼독을 해소하여 일체의 무명(無明)을 깨는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